사진위주 류가헌
2019년 4월 30일 ~ 2019년 5월 12일
박찬호 <귀(歸)> 전라북도 부안, 2017, 1800x1200cm, Archival Pigment 0000 Pri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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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내는 흰 포말의 한 가운데에 서 있다. 바다를 향해 무언가를 뿌리거나 혹은 끌어당기는 중인 그의 뒷모습 때문에, 수평선은 중심을 잃고 기우뚱하다. 흰 포말은 비단결처럼 풀려 흐르고 흰 도포자락은 파도처럼 휘몰아친다. 홀로 선 이 사내는 하늘과 조응하고, 바다는 그 사이에서 뒤챈다. 저 멀리 새가 난다. 새가 사내의 내부로부터 날아간 것이 아니라고, 단언할 수 없다.
사진 안에 인력(引力)이 팽팽하여, 보는 이의 시선까지 강하게 끌어당기는 이 사진은 사진가 박찬호의 <귀(歸)> 중 하나다. 무속 행위의 일부를 찍은 것이라고 상황을 가늠할 수 있는 한국인의 눈에도 기이하고 아름다운 사진이, 뉴욕타임즈 에디터 존 오티스(John Otis)의 눈에는 어찌 비쳤을까. 2018년 4월, 한국사진가로서는 이례적으로 뉴욕타임즈에 박찬호의 사진들과 작업세계가 상세히 소개된 이유다.
자잘한 꽃이 잔뜩 핀 옷을 입고 늙은 여인들이 나무 아래서 춤을 춘다. 하늘로 올라가던 그녀들의 기원이 나뭇가지에 걸린 듯, 공중에는 잔꽃 같은 잎사귀들이 가득 번져있다. 뻗어나간 나무의 가지들과 춤사위 끝의 손가락들이 닮았다. 로우앵글의 흑백사진 속에서 사람과 나무는 분리되지 않고 한 덩어리다.
탑은 맹렬히 타오르는 불길의 건너편에 있다. 원근을 알 수 없는 사진 안에서, 열기에 의해 윤곽선이 일렁인다는 지각에도 불구하고 탑은 눈앞에서 타오른다. 탑 뒤에 우거진 검은 숲도 타오른다. 불길과 탑과 숲이 함께 타오르는 중이고, 사진 전체가 타고 있다. <귀(歸)>의 다른 사진들이다. 현장에 실재하는 여러 분위기 가운데서 어떤 기이하고 수상한 기운만을 뽑아낸 것 같은, 사진 한 장이 송두리째 그 기운이라고 해도 무방한.
‘돌아갈 귀(歸)’ 이 한자는, 죽음을 표현하는 우리말 ‘돌아가셨다’에 잇닿아 있는 제목이다. 사진가 박찬호는 오랫동안, 살아있던 누군가가 이제 그만 ‘돌아갔다’고 한 그 지점으로 갔다. 종가집의 유교식 제의, 입향조가 신격화되어 마을 주민들이 모시고 굿을 하는 본향당, 사찰의 다비식까지, 죽음과 마주해 이미 어디론가 돌아간 사람들의 흔적을 찾아다녔다. 전통장례의 꽃상여를 따라나섰다. 2016년 첫 개인전 <돌아올 귀>, 같은 해 SIPF 우수 포트폴리오로 선정된 <돌고 돌 회>, 그리고 2018년 전시 <근원을 향한 여정> 등 사진의 시작도 과정도, 죽음에 대한 시각적 탐구인 박찬호의 사진세계. 왜 그랬는가 하는 물음을 되짚어 올라가면, 유년의 어느 지점에 열한 살배기 어린 그를 두고 일찍 돌아가신 어머니가 있다.
‘돌아간다’. 누군가 이승을 떠난 허망과 어디로 갔는지 모르는 공포 사이에서, 돌아간다는 표현은 얼마나 큰 위안인가. 온 곳으로 다시 간 것이다. 그곳이 어떤 곳이든 그곳은 그가 원래 있었던 곳이니, 그가 비록 여기를 떠났다 해도 덜 서럽고 덜 무서울 일이다. 어쩌면 박찬호는 죽음의 허망과 공포를 ‘돌아갔다’라는 말로 위무한 것과 같이, 사진이라는 시각언어로 우리를 혹은 그 자신을 위무하고 있는 지도 모른다.
십 수 년 간 이어 온 작업의 총합으로서 사진집 <귀(歸)>를 출간하면서 신작과 함께 선보이는 박찬호 사진전 <귀(歸)>는 4월 30일부터 류가헌 2관에서 열린다. 5월 24일부터는 대구 아트스페이스 <루모스>에서, 6월 15일부터는 광주 <혜움>갤러리에서 순회 전시된다.
박찬호 朴燦鎬 (Park chanho)
한국의 죽음에 관한 의미를 탐구해온 사진가 박찬호(1971-)는 한국의 고유한 문화 중 제의와 관련된 문화를 오랜 시간동안 사진으로 기록해 왔다. 소시절 어머니의 죽음에서부터 시작된 죽음이라는 그의 “사적고민”은 인간의 근원적인 ”공적고민”이 되어 작업의 동력이 되었다. 죽음과 돌아감이라는 인간의 본질적인 질문에 침잠하는 그는 시각적 탐구를 통해 그 본질에 다가가려 했다. 종가집의 유교식 제의, 전통장례, 입향조가 신격화 되어 마을주민이 모시고 굿을 하는 본향당, 불교식 제의, 다비식 등 죽음과 추모의 장소이면 그 곳이 어디든지 찾아다니는 사진가 박찬호는 지금도 여전히 누군가가 타고 가는 꽃상여의 뒤를 따르며 그의 질문에 대한 답을 구하고 있다. 그의 사진작업은 2016년도 온빛다큐멘타리 기획전으로 열린 박찬호 사진전 “돌아올 귀”를 통해 처음 소개가 되었다. 그 이후로 S.I.P.F (싱가포르 국제 사진페스티벌)의 오픈콜 작가로 선정되어 싱가포르에서 전시를 하였다. 그 밖에도 아르헨티나, 중국, 등지에서 크고 작은 전시를 가졌으며 2018년 뉴욕타임즈에 선정되어 그의 인터뷰와 작업이 소개되었다. 그 이후에도 “돌고 돌 회” 라는 사진작업을 통해 한국불교에서의 장례와 제의를 통해 불교의 죽음에 대한 관점을 찾아가고 있으며 끊임없이 인간의 근원적인 질문에 대한 본인의 답을 찾으러 몰두하고 있다.
출처: 사진위주 류가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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