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음산방
2024년 8월 14일 ~ 2024년 8월 25일
이미 기록되었고 꽤 자주 기념되기도 하는 사건에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해야 한다면, 작가가 할 수 있는 일은 몇 가지나 될까. 해야 할 이야기가 각종 동상과 시비(詩碑)와 표시석으로 기려지는 것들과 관련된다면. 현재 진행형인 일 중에서는 지역의 재단과 학회와 기자들이 이미 당사자 구술채록 문서를 엮어 공식 기록과의 대질까지 시도하는 사연들에 대해 그리고자 한다면. 그 많은 기록과 기억을 마주하는 작가가 어떤 연결을 매개할 수 있을지를 전시로써 질문한다.
인천에 사는 나는 지난 1 년 동안 대중교통 접근성이 좋은 인천 앞바다부터 서강나루까지의 동선 내 물가를 산책하였고, 기존의 작업 습관에 따라 산책지와 관련된 문서와 자료, 폐지들을 모았다. 방문지 중 몇은 섬과 섬이었던 땅이었고 다른 몇은 대공장 앞과 수변에 낸 산책로였다. 그곳들은 민간인 학살과 도시 개발, 산업 변동, 부당노동행위, 자민족 중심의 경제정책 등, 사연은 각기 다르지만 많은 수의 주민이 죽었거나 쫓겨나거나 떠난 역사로 널리 알려진 장소들이다. 발 닿는 모든 물가에서 주민이 사라졌거나 사라지고 있다는 사실이 무엇을 뜻하는지를 물으면서부터 작업이 시작되었다.
사람을 죽이거나 밀어낸 자리에는 종종 기념공원과 관광 거리가 들어서 있었고, 시설 내 표시석과 동상을 통해 몇 사람의 얼굴과 이름을 반복적으로 볼 수 있었다. 나는 총 네 명의 전직 대통령과 세 명의 전 서울시장, 두 명의 현대 건축가를 작업에서 언급했고, 중화권의 조상신 두 명과 유엔군 사령관 한 명, 익명의 국군 여러 명을 그렸다. 그 중 몇은 물가의 사람들을 밀어냈거나 그 자리를 덮은 책임자와 담당자다. 오래전에 종결된 줄 알았던 시대와 이름이 무엇과 함께 남았고 무엇을 밀어내거나 재생산하는지를 면밀히 알고 싶었다. 지난 1 년간의 자료 수집과 그리기는 그 앎을 위한 과정으로 기획되었고, 산책 동선 내의 지역과 연관성이 높은 일부 작업을 골라 전시를 꾸렸다.
전시는 책을 닮은 그림, 책, 각종 문서 뭉치와 책꽂이를 두어 구성하였다. 답사지에서 주운 것과 기록을 통해 입수한 것을 엮고, 덧붙이고, 분류한 결과물을 공개한다. 서가와 서가, 서가와 그림, 그림과 문서 사이에서 개별 이야기를 초과하는 앎과 상상이 촉발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2024.07.08. 서울 마포구 서강동에서 초고, 2024.07.31. 인천 계양구 작전동에서 탈고
작가소개
박효범(b.1996)은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동양화과 학부를 졸업했다. 이해하기 어렵거나 의아한 말, 역사, 현상, 사안, 사회 구조 따위를 이해하기 위한 탐색과 연구의 방법들을 모색하고 있다. 답사지의 잡동사니, 표시석의 글, 각종 문헌과 타인의 말, 시, 보도사진 들을 재료나 자료 삼는 드로잉과 제책 작업을 주로 한다. 최근에는 출신지이자 현 주거지인 인천에 대한 관심으로 각종 서적과 문서를 모으기 시작했다. 주요 전시로 개인전 《바깥의 전개 : 늘어지는. 달아나는. 머리들. 물건. 발. 삼키는. 장면들. 조는》(CoSMo40, 2022)과 단체전 《사인의 편집자》(오온, 2023), 《실금 fine cracks, fine threads》(위상공간, 2023) 등이 있다.
출처: 무음산방
* 아트바바에 등록된 모든 이미지와 글의 저작권은 각 작가와 필자에게 있습니다.
운영시간
월요일 휴관
화요일 휴관
수요일 13:00 - 19:00
목요일 13:00 - 19:00
금요일 13:00 - 19:00
토요일 13:00 - 19:00
일요일 13:00 - 19:00
휴관: 월요일, 화요일
모든 프로그램은 주최측의 사정으로 변경될 수 있으니 자세한 내용은 홈페이지를 확인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