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아트스페이스
2016년 4월 4일 ~ 2016년 4월 11일
신사신도-청룡, pencil on Oriental paper, 38cm× 30cm,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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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각의 기록으로서의 드로잉과 그 안에 담겨 있는 이야기에 대하여
배순덕작가의 이번 전시는 서정적 풍경을 대상으로 한 드로잉 작업들을 보여준다. 그가 그려낸 것은 단순한 풍경이 아니라 사신도와 같은 특정한 의미를 가진 이미지가 겹쳐지는 화면이나 일상 가운데 삶의 일면이 초현실적으로 결합된 화면들이다. 마치 꿈 속의 한 장면처럼 형태가 흔들리거나 예기치 않은 이미지가 등장하면서 시각적 감각을 자극하던 화면은 어느새 정서나 생각의 일부분을 터치하는 듯한 느낌을 갖게 만들기도 한다. 작가는 이러한 느낌을 대부분 색을 최대로 절제한 단색조의 드로잉작업으로 표현하고 있는데 흑백사진처럼 기억의 어느 한 지점들을 되돌아 보는 듯한 느낌을 주고 있다.
세련된 필치와 어눌한 선묘를 의도적으로 혼합한 것처럼 보이는 화면은 묵직하면서도 해학과 상상력을 넘나드는 가운데 그 무엇인가가 있음을 직감하게 한다. 바람에 밀려 출렁이는 듯이 보이는 건물과 대지의 형상은 왜곡되고 휘어져 있으며 그 형상을 이루는 선들 사이 사이에 검고 묵직한 토운(tone)으로 표현된 나무들을 보면 가볍게 이야기를 건네는 것 같으면서도 무언가 깊이 있는 속마음을 함께 하고픈 듯한 느낌을 동시에 준다. 이렇게 배순덕 작가의 드로잉을 보면 서정적 풍경에 중첩된 이미지들을 통하여 가볍고도 무거울 수 있는 마음의 이야기들을 그림을 보는 이들과 함께 나누고자 하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본디 드로잉(drawing)은 퍼올리다, 끌어올리다(draw)라는 의미에서부터 온 용어라는 점에서 볼 때 인간 내면의 감성과 정서에 관심을 갖고 이를 표현해내고자 한 작가의 작업 방향과 일치할 수 있는 적절한 표현형식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작가의 정서를 표현하는데 있어서는 드로잉이라는 직접적인 표현방식이 상당히 유효해 보인다는 말이다. 드로잉에서의 선묘의 맛과 진한 토운은 작가가 대상에 대해 느끼는 감정이나 생각에 대해 글로 묘사하거나 극사실적인 화풍의 그림을 그려낸 것보다도 더 적절하게 전달할 수 있는 방법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구체적인 생각과 달리 인간 내면의 감성은 문자언어나 사진으로도 표현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배순덕 작가의 드로잉 작업을 보면 작가의 정서가 그대로 잘 묻어나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산과 숲과 들의 깊은 토운을 들여다 보면 어느새 봉숭아 꽃잎에 물들듯이 상념 속에 빠져들게 될 것 같다. 그러면서도 드로잉 선들의 흔들리는 기울어지는 느낌과 마주치게 되면 꿈과 같은 환각 속으로 끌려들어갈 것 같은 느낌을 준다. 만일 이런 표현이 아닌 세련된 직선과 정교한 묘사가 등장했다면 현실이라는 각성의 순간을 마주해야 했을 것이다.
작가는 이처럼 작가 자신의 시각 안으로 들어온 세계를 자신이 경험한 감성의 기록물로서의 드로잉으로 끌어올림으로써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언어이자 세계로 번안해 내고 있다.그렇게 함으로써 느끼고 경험하고 곧 바로 잊혀질 수 있는 감각의 세계를 지속적으로 재생하여 공유할 수 있는 대상으로 환원시키는 작업, 즉 감각의 기록물로서의 드로잉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시각으로만 읽어내고 느낄 수 있는 환각적이고 동시에 묵시적인 작가의 이야기는 그래서 이 같은 드로잉의 언어로 기록되고 있는 것 같다. / 사이미술연구소 이승훈

dream-1, pencil on Oriental paper, 30cm × 38cm, 2016

신사신도-백호, pencil on Oriental paper, 38cm× 30cm, 2014
출처 - 사이아트스페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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