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나우
2015년 10월 21일 ~ 2015년 10월 27일
모성의 발견, 갯벌
우연히 갯벌과 대면했다. 하늘과 바다의 경계도 불분명했다. 그러나 칙칙한 잿빛 하늘 아래 갯벌에서 나는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 후 갯벌을 자주 찾아가 사진을 찍었다. 무엇이 나에게 편안함을 주었는지 몰랐지만, ‘수평적 안정감’이 주는 갯벌의 포용성을 하나의 풍경으로 그렸다.
작업이 진행되면서 갯벌과 나는 자주 하나가 되었다. 그럴 때마다 사진을 촬영하는 일보다 자연 속에 노는 내가 더 행복했다. 그래서 ‘자연이 된 사람’을 생각하며 갯벌 한복판에서 일하는 사람을 그렸다. 그것은 갯벌을 관조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도 자연의 일부가 된 하나의 ‘점경인물’(點景人物)로 그리면서 서경과 서사 - 풍경과 이야기를 함께 표현하고자 한 것이다.
그 후 갯벌에 점점 더 가까이 접근하기 시작했다. 시각적인 경험에 촉각과 청각이 더해지면서 원경도 근경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갯벌의 촉촉한 질감, 마루와 골이 주는 볼륨감과 생동감, 갯골에 물길이 남긴 선과 생명체들의 흔적을 표현함으로써 ‘갯벌의 살림과 여성성’을 그리고자 했다. 또한 ‘게들의 군무(群舞)’를 통해서 갯벌의 역동적인 생명감을 표현하고자 했다.
이번 전시에서 나는 갯벌에서 어머니를 그렸다. 사람의 시선이 아니라 자연의 시선으로 갯벌의 모성적 특성을 표현하고자 했다. 그리고 갯벌이 주는 치유의 힘이 바로 어머니의 자궁다운 갯벌의 생명성, 포용성에서 비롯된 것임을 ‘모성의 발견, 갯벌(Drawing Mother in the Tidal Flat)’에서 표현하고자 한 것이다. 이러한 나의 작업이 생명의 집 -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힘이 되었으면 좋겠다.
달의 인력작용으로 바닷물은 밀려오고 밀려나간다. 밀물과 썰물은 달의 들숨과 날숨처럼 보인다. 그 달의 숨결 사이로 갯바닥엔 흔적들이 생겨난다. 바람도 물결도 온갖 갯가 생명들도 흔적을 남긴다. 그 흔적들은 매우 아름답다. 생태 미학적이다. 그러나 그것들은 들물이 오면 이내 사라지고 만다. 그리고 다시 날물들이 되면 흔적들은 새롭게 태어난다. 출몰을 반복하는 것이다. 나는 그 흔적들을 보면서, 우리네 인생살이가 이와 같지 않은가 싶었다. 이번 나의 두 번째 갯벌 사진전은 그 흔적들의 기록이다. 그 흔적들을 통해 삶의 패턴을 말하고 싶었다.
작품을 소개하면, “새는 발자국도 날아간다. 새 발자국은 ‘새발꽃’처럼 아름답고 율동감이 있다. ‘파흔(波痕)’은 달의 숨결이자 시간의 상처다. 그 흔적들은 추상적 조형미가 돋보인다. 그러나 이것들은 순간적이다. 그래서 나는 사라지는 그 흔적들 속에서 인생의 허무함을 말하고 싶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흔적처럼 아름답게 살아가는 것 - ‘허무의 모순적 수용’이 삶의 이치라고 말하고 있다.
또한 ‘갯골’, 시작이면서 끝인 곳 끝이면서 시작인 곳이다. 이곳에서 삶은 죽음에게 죽음은 삶에게 말을 건넨다. 존재와 부재가 반복된다. 그곳에 죽음이 소생을 기다리는 ‘유빙’이 있다. 나는 이 모순의 공간에서 삶은 계승된다고 말하고 있다. 그리고 갯벌을 오감으로 체험하면서 잊혔던 유년 시절의 바다 추억이 되살아났다. 이런 프루스트적 내면 풍경을 ‘갯골과 구름’, 흔들리는 ‘염생식물이 있는 풍경’으로 표현하고 있다.”




출처 - 갤러리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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