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위주 류가헌
2016년 10월 4일 ~ 2016년 10월 9일
사과’와 함께 한 시적(詩的) 여정
“와, 이럴 수가, 바로 이거야 하는 느낌. 사랑 가득한 기분, 몹시 아름다웠고, 제가 맛본 인생 최고의 희열감 중에 하나였어요.”
첫 눈에 반했던 사과밭에 대한 신현림 작가의 말이다. 지체할 것 없이 ‘사과밭 사진관’이라는 이름으로 작업을 시작했다. 사과밭에 머무르며 사과나무와 푸른 하늘을 무대 삼아 자신과 딸이 직접 모델로 카메라 앞에 섰다. 다양한 오브제를 사과나무에 메달기도 하고 땅에 내려놓기도 하며 설치 사진을 찍기도 했다. 사과밭과 7년간의 로맨스였다.
이후로도 사과를 주제로 한 작업은 계속되었다. 작가는 어딜 가든 늘 사과를 몸에 지녔다. 특히 가고 싶은 곳을 향하는 길이면 잊지 않고 부적처럼 가방에 사과를 넣었다. 여행을 갈 때도 언제나 맨 처음 하는 일은 동네 트럭에서 사과를 사 트렁크에 넣는 일이었다. 사과밭이라는 한정된 장소에 머무르던 사과는 밖으로 나와 전 세계를 돌기 시작했다. 사과는 뉴욕의 장터에서, 파리의 박물관에서, 전라도의 절에서 떠오르기도 하고 주저앉기도 하고, 공중에 정지되기도 하며 카메라에 담겼다.
사과가 등장하면서 별다를 것 없던 일상의 모습은 낯설어졌다. 가만히 놓인 사과도, 미처 초점이 잡히지 않은 사과도, 노랗고 파란 사과도 사진에서 파장을 만들어내며 독특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사과는 신현림의 분신처럼 사진에 남아 그 때의 기분을, 표정을 말하고 있었다. 사람의 눈으로는 미처 다 포착할 수 없는 순간의 말을 전하는 것은 사진이었기에 가능한 언어였다.
올해로 사과 사진을 시작한지 14년째이다. 이 시간이면 사과 사진은 신현림 작가의 벽(癖)이라 부를 만하다. 시인으로 사는 틈새로, 딸아이의 엄마로 살아가는 틈새로 부지런히 찍은 사진들은 사진집 <사과, 날다>로 묶여 출간되는 동시에 전시로 선보여진다.
작가는 자신이 사과를 통해 어떤 장소와 더 깊이 이어지고 만났듯이 관람객들도 사진을 통해 그 곳과 이어지고 새롭게 만나길 꿈꾼다. 그리고 앞으로도 사과 사진을 지속해 갈 예정이다.
“사과꽃 풍경속의 몸의 형태나 우리 역사 속에 깊이 새겨진 고통과 개인사적인 기억들이 서로 오가는 이미지를 모으고 저만이 할 수 있는 새롭고 매혹적인 작업을 사과를 통해 계속 일구고 싶어요.”


출처 - 사진위주 류가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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