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위주 류가헌
2017년 8월 1일 ~ 2017년 8월 13일
1988년 3월8일 세계여성의날 기념 여성노동자큰잔치(경향신문사,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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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장의 사진이 있다. 머리에는 안전모를 쓰고, 손에는 두꺼운 장갑을 끼고 용접 도구와 마스크를 잡은 여성이 보인다. 앳돼 보이는 얼굴에 굳게 다문 입술은 그의 단단함을 말한다. 그는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 김진숙이다.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철회를 외치며 35m 크레인에 올라 고공농성을 309일 동안 이어간 ‘투사’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한 장의 사진은 한진중공업 6년차 ‘용접공’, 일하는 여성 김진숙 역시 또렷하게 기억한다.
사진은 어떤 것을 기록하고 기억하는 하나의 방식이다. 기록되지 않은 것은 잊힌다. 사단법인 한국여성연구소에서 여성운동 30년을 사진전 <변한 것과 변하지 않는 것-여성운동 30장면>으로 정리하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1987년 민주화 이후 30년 동안 일터에서, 거리에서, 광장에서 많은 이들이 여성해방과 성평등을 위해 함께 싸워왔다. 그 결과 호주제가 폐지되었고, 남녀고용평등에 관한 법과 제도가 만들어졌다. 성폭력과 가정폭력을 처벌하는 법도 만들어졌다. 하지만 변화에 비해 기록된 것은 적었다. 사람들의 기억으로는 존재하나, 텍스트나 이미지로는 미처 존재하지 못하는 것이 많았던 것이다.
<변한 것과 변하지 않는 것- 여성운동 30장면>에는 1994년 여사원 용모 제한 채용 기업을 규탄하는 시위 현장이 있고, 2003년 성매매방지법 제정을 외치는 사람들이 있다. 2008년 군대내 스토킹을 고발하는 기자회견장이 있고, 2016년 낙태죄 폐지를 위한 시위행진이 있다. 사실 그만큼 중요하거나 그보다 더 중요한 사건도 많았지만, 적합한 이미지를 찾을 길 없는 경우가 태반이었다. 그나마 찾았더라도 전시하기엔 너무 작았다. 특히 여성에 관한 기록이 희박한 이유를 찾자면 열 손가락을 꼽아도 모자랄 지경이다.
그래도 전시가 성사된 것은 순전히 전국 각지 여성운동가들의 지혜와 울력 덕분이다(한국여성민우회, 제주여민회, 한국여성단체연합,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사무국, 전북여성인권지원센터, (사)문화미래 이프, 페미니스트저널 일다, 서울여성가족재단 성평등도서관 기억존, 전국여성농민회 총연합회), 공공아카이브 중에서 가장 유용한 도움을 받은 곳은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의 오픈아카이브이다. 온라인에서 주제별 사건별 열람도 용이하고, 전시를 위한 자료 대여도 편안했다. 전시에 참여한 개인으로는 오래된 필름을 찾아내 인화를 맡기고 직접 우편 발송까지 해준 김진숙 용접공과 지난 10여 년간 여성운동의 법제도화 현장에서 기록을 맡은 여성가족부 사진담당 최락철 작가가 있다.
2,000년대 후반이 될수록 스마트폰과 콤팩트 카메라가 많이 보급되어 다양한 사건과 현장이 사진으로 기록될 수 있었다. 이제는 모아서 분류, 보전하고 알리는 아카이빙이 중요해졌다. 사단법인 한국여성연구소의 이번 기획전은 여성운동 기록을 위한 작은 첫 걸음이다. <변한 것과 변하지 않는 것-여성운동 30장면>을 시작으로 더 많은 기록들이 세상으로 나오고 정리되어 공유되길 바란다. 기억이 사라지면 존재도 잊히고, 그 다음 생명들은 마치 모든 것을 처음 배우는 듯 살아야 한다. “기록되지 않은 역사는 기억될 수 없고 기억하지 않으면 달라지지 않”는다.
전시는 8월 1일부터 13일까지 갤러리 류가헌에서 이어진다. 전시 기간 중 8월 4일에는 토론회 “광장의 여성들/ 여성들이 기억하는 광장 (1987~2017) - 세대 간 대화”가 진행된다. 지금까지의 여성운동뿐만 아니라 앞으로의 여성운동을 어떻게 기억하고 또 기록해 나가야하는가에 대해서 세대가 함께 고민하는 자리가 될 것이다.
프로젝트 총괄: 정영훈(소장)
사진전시 기획: 이남희
토론회 기획: 황정미
운영 총괄: 김은희
출처 : 사진위주류가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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