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힘
2019년 3월 17일 ~ 2019년 4월 7일
《상호참조 리스트》는 두 작가가 전시에 관해 서로의 역할과 작업방식들을 만들어나가며 예측할 수 없는 상태의 전시를 기대하며 기획되었다. 두 작가는 서로의 작업에 관해 리뷰하는 시간을 가지며 평소 작업을 통해 질문해왔던 ‘경계’, ‘균열’이라는 키워드에 주목하고 작업을 진행하였다. 공통된 키워드를 출발점으로 삼지만 두 작가는 각자의 방식대로 키워드들을 풀어내고 진행된 작업들 사이에서 서로의 참조점을 만들어내며 다시 전시로 구성한다. 궁극적으로 박민경, 신윤지는 2인전이라는 전시 형식에 대한 의문과 질문들 사이에서 각자의 작업들을 리스트화하며 작업들을 링크시킨다. 두 작가의 작품은 서로 간의 참조점이 되기도 하고 서로의 작업에 영향을 주면서 구현된다.
고정된 사회적 지위나 위치를 욕망하도록 하는 현 세태에 대해 ‘자리’라는 키워드로 작업을 풀어나가던 박민경은 이번 전시를 통해 새로운 실험을 시도한다. 전시에서 박민경은 전시라는 형식의 고정관념들에 대해 질문한다. 박민경은 전시에서 작품의 영역과 비작품의 영역, 두 작가 작품 간의 영역들을 뒤섞이게 하며 관객이 전시에 응당 기대하는 요소들을 과감히 배제한다. 작품의 배경이 되는 공간 자체를 작품의 영역으로 가져오기도 하고 다른 작가의 작품과 구분될 수 없는 것으로서 자신의 ‘작품’을 만들어낸다. 달리 말해 박민경은 작품을 잘 보여주기 위한 화이트큐브의 표면을 뒤집어 노출시키고 전시 관람에 방해가 되었던 환풍기 소리를 다시 녹음하여 영상의 사운드로 사용하며, 작품 제목도 생략한 채 신윤지 작가 작업의 ‘배경’이 되기를 자처한다. 작가의 모든 작업은 전시공간 자체를 재료로 삼아 공간을 다르게 보도록 하는 경험 자체를 만들어낸다. 뿐만 아니라 전시기간 중 설치된 작업은 고정되어 있지 않고 작가에 의해 계속해서 변화하고 시간에 따라 다르게 경험할 수 있도록 한다. 이는 작가와 작가, 작가와 작품, 작품과 전시공간이라는 기존의 미학적 관계에서 고정되어 있는 경계들을 뒤틀고 뒤집으려는 시도들이다.
반면 신윤지는 기존의 작업방식을 유지하며 사진이라는 매체를 사용한다. 자신의 신체와 오브제들을 통해 다양한 사회적인 기준에 탈락되어진 개인의 감정들을 시각화하는 작업을 진행한 신윤지는 박민경과의 대화 속에서 도출된 키워드들을 통해 작업을 재구성한다. 신윤지 작업은 사회 속 개인의 자아의식과 분열, 균열, 불안한 감정들을 상황 연출을 통해 사진으로 시각화하는데, 박민경 작업과 링크되면서 이미지 자체가 전시공간 속 레이어로 기능하길 염두하며 공간에 배치한다. 때문에 신윤지의 이미지들은 이미지들 사이에서 의미화 과정을 거치며, 다시 박민경 설치와 영상 속 공간의 표면, 질감, 굴곡들 그리고 거친 사운드들, 즉 사진 밖의 오브제들과 다시 부딪히면서 다른 시각들을 열어주도록 한다.
두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상호 간의 대화 속에서 도출된 키워드들이 작업에 어떻게 반영되고 배치될지를 염두하며 어떤 공백 상태를 남겨둔 채 자신의 작업들을 진행했다. 또한 전시기간 동안 공간 속 각각의 매체 레이어들이 움직이고 변화되면서 시간이 지남에 따라 다른 관람 경험을 가질 수 있도록 하며 전시가 완결된 것이기보다 어떤 과정 자체로 남아있길 기대한다. 이는 작가들이 신비스러운 작업의 과정, 전시라는 일시적이고 휘발되는 것으로서의 속성에 대한 질문의 단면이기도 했다. 전시라는 어쩌면 관념화되어버리고 고정된 형식에 대한 두 작가의 의문과 질문이기도 한 이 전시는, 전시라는 개념에 대한 레퍼런스 목록들을 시각화한 전시가 아닐까 생각한다.
주최: 공간 힘
후원: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시각예술창작산실 공간지원
출처: 공간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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