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I미술관
2017년 3월 9일 ~ 2017년 4월 22일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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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CI미술관은 2017년도 중견작가 초대전으로 서윤희 작가의 <기억의 간격; 畵苑>을 개최한다. 서윤희는 10여 년 이상 기억을 새로운 시공간에 새기는 ≪기억의 간격≫ 연작에 매진하면서, 인간 삶의 본질을 시간에 비추어 성찰해왔다. 畵苑(화원)은 작가가 가꾸어 온 회화 속 무한한 사유의 공간을 의미하며, 더불어 각종 식물과 약재가 모체가 되는 작품의 특성을 암시한다. 서윤희는 초기 작품에서부터 각종 자연물과 약재를 우려낸 염료를 주 재료로, 한지 위에 공간감을 가진 얼룩을 만들고, 인물을 섬세하게 그려 넣는 특유의 방식을 고수해왔다.
몽환적인 추상의 회화는 작가가 직접 나무, 갈대 등 거친 자연물을 수집하여 오랜 시간 끓이거나, 한지를 증기에 수십 번 쪄내는 등의 고된 몸짓의 기록물이다. 이 몸짓은 회화의 과정인 동시에 그 자체로 ‘신체미술’이 된다. 자연물과 자신의 신체 그리고 시간의 흐름을 종이에 투영하는 고된 행위는, 작가에게는 “마치 무당의 굿처럼 자신과 세상을 치유하기 위한 필연적인 행위”이다. 자연이 인간을 치유할 수 있다는 신념을 가진 서윤희는 기억 속 그리움이나 상처를 회화 안에서 자연의 흔적으로 녹여내어 기억을 정화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무한한 시공간의 층을 담은 회화 20여 점을 비롯하여, 퍼포먼스처럼 회화의 과정을 생생하게 기록한 영상 2점, 자연물과 한지 그리고 시간의 상호작용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는 설치 1점 까지 다양하게 선보인다. 감성이 극대화된 초기작과 강렬한 색채와 추상 형상이 돋보이는 신작으로 회화의 경향을 한 눈에 살펴보고. 작가의 사유의 흐름을 여과 없이 담은 설치와 영상 작품도 만나볼 수 있다. 이로써 동시대 미술의 핵심 영역에 자리하는 서윤희의 다채로운 작업 세계를 깊이 공감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작가의 초기 작업은 주로 일기를 쓰듯 개인적인 기억들을 잔잔하게 담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지난 연작 중에서 그 출발점이라는 중요한 의미를 가진 작품 <기억의 간격_1124>(2007)를 만나볼 수 있다. 서윤희가 기억을 반추하는 작업을 하게 된 것은 사정상 타국에 두고 온 아이들에 대한 깊은 그리움 때문이었는데, 여기서는 화면 안에 작은 강아지와 걸어가는 외로운 딸의 뒷모습을 표현했다. 중첩된 검은 먹은 그리움의 깊이를 암시하며, 증기로 수차례 쪄서 가죽처럼 질겨진 한지는 긴 기다림의 시간을 고스란히 나타낸다.
서윤희는 기억 속 행복했던 일상과 더불어 상처로 남은 일들을 작품 속에서 풀어내어, 화해와 치유의 메시지를 새긴다. 주목할 만한 신작인 <기억의 간격_반야용선도>(2017)는 5m길이의 대형 한지에 바닷물, 닥나무 등 각기 다른 시공간에서 수집한 자연물의 흔적을 내고, 갖가지 천연 염료로 색을 더해 얼룩을 남긴 작품이다. 여기서는 아미타불이 극락으로 중생들을 데려가는 반야용선도(般若龍船圖)를 현대적으로 차용했는데, 작가는 극락으로 향하는 수레에 상처를 준 사람들을 태워 용서를 암시한다. 웅장한 비정형의 얼룩을 유영하는 작은 수레를 대면하면서, 관람객들은 마치 극락세계처럼 욕심도 아픔도 없는 공간 속으로 빠져들게 될 것이다.
영상 <기억의 간격_벌랏마을>(2015-2017)에서는 대형 한지 위를 온몸으로 오가는 작가의 몸짓이 잘 드러난다. 이 영상은 작가가 한지 위에 수년간 숙성시킨 약재들과 짚, 마른 갈대 등의 흔적을 남기는 과정을 촬영한 것으로, 시간의 흐름과 변화를 고스란히 살펴볼 수 있다. 영상 속 짚과 갈대는 청주에서 구한 것인데, 이후에도 시간의 차이를 두고 여기에 다른 장소의 자연물들을 덧입힌다. 우리의 삶과 기억이 쉬지 않고 쌓이듯, 한지 위에 각기 다른 시공간은 복잡하게 중첩된다. 관람객들은 이 영상을 통해 줄곧 은은하고 고요한 회화 작품 뒤에 숨겨졌던 거칠고 고단한 일련의 과정을 엿보고, 작품의 본질을 깊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전시장 벽을 가득 채운 영상 <기억의 간격_베니치아>(2015-2017)는 마치 눈앞에서 작가의 퍼포먼스를 보는 듯 현장감을 선사한다. 영상 속에서 서윤희는 거친 파도가 치는 베니스의 바다에 들어가서 한지에 바닷물과 염료의 흔적을 남긴다. 한지를 휘날리며 파도의 흔적을 담아내는 작가의 행위는, 치유를 위해 한풀이 춤을 추거나 제사를 지내는 사람처럼 엄숙하고 진지해 보인다. 바다 속 작업이 끝나면 미리 준비한 청주의 닥나무와 기타 자연물 등을 한지 위에 올려 또 한 번의 얼룩을 만드는데, 한지 위에는 새로운 시간의 층이 형성되면서 또 다른 의미를 만들어낸다. 이 결과물은 회화 <기억의 간격_반야용선도>(2017)의 바탕이 된다.
서윤희는 최근 자신의 기억 속 인물을 표상하는 것에서 보다 확장하여, 우주적인 공간의 신비와 세상을 치유하는 것에 부쩍 관심을 기울인다. 종종 작품의 마지막 단계에 그리던 인물들을 생략하고 자연의 흔적만 표상하는데, <기억의 간격_홍연(紅煙)>(2017)에서는 웅장한 붉은 화면으로 자연의 힘을, <기억의 간격_비망(秘望)>(2017)에서는 강렬한 마른 나무의 자취들로 자연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았다. 이러한 작품들에서는 유한한 시간을 사는 우리가 세속의 껍질을 벗고 궁극적으로 자연으로 돌아가기 전까지 조금씩 삶과 기억을 내려놓는 과정들이 암시된다. 작품을 대면하는 이들은 아득히 깊은 공간감과 자연의 숭고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OCI미술관에서 개최하는 서윤희 개인전 <기억의 간격; 畵苑>은 2017년 3월 9일부터 2017년 4월 22일까지 진행되며 관람료는 무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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