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지점 하나
2019년 5월 11일 ~ 2019년 5월 18일
작가노트
우아한 거짓말이라는 주제를 통해 거짓된 삶이 가져오는 공허함과 그 공허함 속을 거니는 나와 우리의 존재에 대한 질문을 해왔다.
이번 전시는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의 관문이자 새로운 시리즈의 출발로서 의미를 지닌다. 이번 전시는 여전히 나 스스로가 우아한 거짓말을 통한 삶의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출발한다. 이러한 삶의 태도는 본인을 둘러싼 많은 질문에 뚜렷한 답을 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며 그렇기 때문에 우아한 거짓말을 거둬내면 할 수 있는 말이 거의 없음을 뜻하기도 하다. 할 수 있는 말이 거의 없을 때, 나 자신에게 돌아온 질문은 가장 이야기하고 싶지 않지만 가장 할 수 있는 이야기가 많은 곳에 다다른다.
먹구름이 몰려온다.
나는 불안과 근심으로 내일을 맞이하며, 위로를 느끼고 그것으로 안심하는 사람이다. 나의 매일 혹은 매순간은 끊임없는 불안과 근심으로 이어진다. 마치 먹구름이 몰려왔다 사라지는 것처럼. 당장의 내가 겪는 불안과 근심은 내일의 내가 하고 싶은 그 무엇이기도 하다. 그렇게 나의 불안은 그것 그대로 머물다 사라지지 않고 시간과 함께 내일의, 내년의 내가 된다. 나는 나 스스로에 대하여 이야기하기 위해 먹구름의 형상으로 나타났다 사라지는 그 불안의 형태를 확인하고자 한다.
불안이 피어나는 시간 속에 먹을 간다. 시간과 불안이 고스란히 담긴 짙은 먹물을 마치 구름씨를 만들 듯이 그대로 얼린다. 얼린 먹을 종이 위에 놓고 스스로 녹아 내리며 먹구름으로 피어나기를 기다린다. 얼은 먹은 녹아 내리면서 종이에 스며들거나 채 스며들지 못하고 건조되며 다양한 형상을 드러내는 데 나는 이 일련의 과정을 나의 불안의 시간이 만든 먹구름의 형상으로서 수집한다. 그리고 수집된 먹구름의 형상을 종이에 옮김으로써 기록한다.
작가 소개
서정빈 작가는 서울에서 태어나 이화여자대학교에서 동양화전공 석사 과정을 마쳤다. 현재 캐나다 토론토에서 거주하며 작업 활동을 하고 있다.
https://www.suhjungbin.com/
출처: 중간지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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