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학동사진미술관
2015년 5월 30일 ~ 2015년 7월 2일
'서학동 언니' 프로젝트 1탄 : 옹달 꽃은 짙다

서학동 사진관은 전주에 있는 아주 작은 전시 공간이다. 이름은 사진관이지만 사진을 찍는 곳이 아니라 사진을 통해 시절을 기록하고 기억하는 일에 공을 들인다. 사진 속에 담긴 소박한 사람들의 일상과 사연까지를 중요하게 생각하기에 서학동 사진관의 행보는 잔잔하지만 깊고 진한 울림이 있다. 이 공간은 정미소를 개조해 다양한 전시를 시도했던 진안의 공동체 박물관, ‘계남정미소’의 후신이기도 하다. 두 곳의 관장이자 사진가인 김지연 선생은 이 공간에서 개인의 삶이 어떻게 집단의 역사, 시대의 기억과 맞닿는지를 참신한 기획으로 보여줘 왔다.
특히 이 공간은 지역 작가들의 활동을 지원하고, 앨범 사진처럼 먼지 묻은 자료들을 들춰내 새로운 의미를 발견하는 데도 커다란 역할을 해왔다. 산들바람처럼 청량한 서학동 사진관의 움직임이 지역을 벗어나 국내 기획자와 작가들에게 깊은 여운을 남기는 것은 이 행보의 진정성 때문이다. 굳이 문화 예술의 다원화나 지역 문화의 활성화 같은 거창한 이유를 대지 않더라도 서학동 사진관은 사진의 쓰임새와 전시 공간의 역할이 무엇인지를 고민케 한다.
“서학동 언니” 프로젝트는 이렇듯 쉽지 않은 길을 먼저 걸어온 서학동 사진관을 응원하고 그 동안의 우정을 나누기 위해 마련한 기획이다. 이 공간의 무게감에도 불구하고, 그에 합당한 인정을 못하고 있다는 안타까움에서 출발한 일이기도 하다. 프로젝트는 우선 일 년마다 다양한 활동 폭을 지닌 기획자와 사진가들이 서학동 사진관에서 전시를 꾸리는 것을 목표로 한다. 전시 기간 중에 작가와 기획자가 전주에 머물며 작가와의 대화, 강연 등의 연계 행사도 펼친다. 서학동 사진관의 가치에 주목하고 더 많은 생기를 불어넣기 위한 일종의 원정 행사이자, 동시에 시각 예술이 지역 공동체와 공존하는 길에 대한 모색의 기회이기도 하다. 이 취지에 공감해 사진위주 갤러리 류가헌은 같은 전시를 서울로 고스란히 옮겨온다.
프로젝트의 첫 번째 기획전인 ‘응달 꽃은 짙다’는 그늘진 곳에 놓인 존재에 주목한다. 응달에 핀 꽃은 화려하거나 큼지막하지는 않아도 빛깔이 한결 곱고 선연하다. 그늘 아래 드문드문 스며들어오는 볕을 온몸으로 받아들여서이기도 하고, 어둑한 곳에서 빛을 발하기 위해 안간힘을 쓴 결과이기도 하다. 이 꽃들은 애써 들여다보기 전까지는 쉽게 눈에 띄지 않지만 저마다 그늘진 터전에서 질기고 값진 생명력을 발한다는 점에서 참여 사진가들이 주목하는 대상들과 닮아있다. 한편으로는 돋보이지 않는 자리에서 알차게 제 몫을 꾸려내는 서학동 사진관의 모습이기도 하다.
전시 참여작인 김영경의 <군산>, 김혜원의 <용담댐>, 노순택의 <얄읏한 공>, 이갑철의 <한국인의 초상>, 이상일의 <메멘토 모리>, 이한구의 <청계천>은 쨍한 볕을 받아본 적이 없는 곳 혹은 그곳에 깃들어 사는 사람들을 보여준다. 작가들은 멀리로는 일제강점기 최대의 미곡 수출항이었던 군산의 서글픈 역사부터 수자원 확보나 군사기지 확충, 공단의 환경 문제 등을 이유로 자신의 양달을 내줘야만 하는 이들의 시린 현실까지를 특유의 시선으로 보듬는다. 그럼에도 청년 이한구가 중년이 될 때까지를 기록한 청계천의 삶, 이갑철이 직감적 순발력으로 포착한 우리네 얼굴들은 그늘진 산기슭에 만개하는 진달래처럼 수수하면서도 알싸하다.
김영경
홍익대학교 산업미술대학원에서 사진디자인을 전공했다. 도시 풍경을 통해 현대 사회 공간의 의미와 그곳의 역사성에 주목해왔다. 《군산 3부작》(창성동랩, 2015), 《언더그라운드》(JH갤러리, 2010), 《천국보다 낯선》(갤러리 룩스, 2002) 등의 개인전을 비롯, 《동종업계-도시주의》(문화예술 창작공간 여인숙, 2015), 《서울을 스케치하다》(예송 갤러리, 2012), 《대동산수》(공평아트센터, 2006) 등 다수의 기획전에 참여했다.
김혜원
사진과 문학을 오가며 이미지와 텍스트의 다름과 닮음을 예민하고 비교한다. 용담댐부터 야외주차장까지 인간의 손길이 변화시키는 풍경에 대해 지속적으로 관찰해오고 있다.
《Becoming Wetlands》(문화일보갤러리, 2008), 《Commercial Landscapes》(갤러리 룩스, 2009), 《34개의 야외 주차장》(갤러리 나우, 2009) 등 다수의 전시에 참여했다.
노순택
지나간 한국전쟁이 오늘의 한국 사회에서 어떻게 살아 숨 쉬는가를 탐색하고 있다.
《얄읏한 공》(신한갤러리, 2000), 《붉은 틀》(갤러리 로터스, 2007), 《좋은, 살인》(상상마당, 2010), 《망각기계》(학고재갤러리, 2012) 등을 비롯해 《비상국가》로 2008년 슈투트가르트미술관과 2009년 바르셀로나 라비레이나미술관에서 개인전을 가졌다. 《한국 현대미술의 스펙트럼》(타이완 카유슝시립미술관, 2012)을 비롯, 《39조 2항》(아트선재센터, 2008), 2012 광주비엔날레, 2010 미디어시티서울 등 많은 기획전에 참여했다. 2009년 핫체칸츠출판사에서 펴낸 《비상국가》로 올해의 독일사진집 은상을 수상했으며, 2011년 상상마당 한국사진가 프로그램 올해의 작가로 선정되었다. 2014년에는 국립현대미술관이 주관하는 ‘올해의 작가상’을 받았다.
이갑철
우리나라 구석구석을 다니며 삶의 정한과 끈질긴 생명력을 사진에 담아왔다. 《타인의 땅》(경인미술관, 1998), 《충돌과 반동》(금호미술관, 2002), 《이갑철》(한미사진미술관, 2007) 전 등 국내 다수의 전시와 함께 《한국현대사진》(몽펠리에 사진갤러리, 2002), 2010《혼돈 속의 조화》(산타바바라 미술관, 2010) 등에 참여했다. 2003년 일본 사가미하라 아시아 사진가상과 동강 사진상을, 2005년 이명동 사진상을 수상했다.
이상일
《기억의 거울-어머니 시리즈》(울산 북구문화회관, 2005), 《오온五蘊》(고은사진미술관, 2009)을 비롯해 《망월동》으로 1993년 광주 금호문화재단, 2010년 도쿄 긴자 니콘살롱 등에서 다수의 개인전을 가졌다. 《한국 현대 사진가》(휴스턴현대미술관, 2000), 《다큐먼트》(서울시립미술관, 2004), 《한국 현대 사진 10인-전통과 진보》(한미사진미술관, 2007) 등 다양한 기획전에도 참여했다. 2000년 광주비엔날레 최우수 기획전상, 2012년 일본 이나노부오상 등을 수상했다.
현재 고은사진미술관장을 맡고 있다.
이한구
‘종으로 횡으로’라는 표현이 이름을 수식하는 사진가다. 다큐멘터리 사진집단 <사실>,
월간 <사람과산> 사진부의 일원이던 시절부터 다닌 우리나라 마을이 천 여 곳이 넘으며, 멀
리 텐산산맥의 칸텡그리, 에베레스트 남서벽 등을 포함해 백두대간, 호남정맥, 낙남정맥 등 발길이 닿지 않은 산맥이 없을 정도다. 《군용》(휴스턴 포토페스트 디스커버리전, 2015), 《소소풍경》(캐논코리아 플렉스, 2011) 등 다수의 전시에 참여했다.
출처 - 서학동사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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