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21
2025년 5월 31일 ~ 2025년 7월 26일
P21은 오는 5월 31일부터 7월 12일까지 런던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작가 소피아 미촐라(Sofia Mitsola, b. 1992)의 국내 첫 개인전 Astropoodles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무중력 상태의 인물들을 중심으로, 환상적이고 관능적인 몸짓을 통해 새로운 자아, 쾌락, 정체성, 욕망의 가능성을 탐구한다.
미촐라의 작업은 구스타프 클림트, 페르난도 크노프, 오귀스트 르누아르 등 관능적인 인체 표현의 회화에서부터, 존 갈리아노의 런웨이 스타일, 타마라 드 렘피카의 아르데코 미학, 80년대 플레이보이, 일본 애니메이션 캐릭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시각 문화에서 영향을 받는다. 이를 바탕으로 작가는 시대, 젠더, 스타일의 경계를 유연하게 넘나들며, 고정된 이상적 신체가 아닌 유동적이고 변화할 수 있는 몸의 가능성을 제안한다.
작품 속 인물들은 곡선미와 근육질이 공존하는 신체를 지닌 존재들로, 유혹적이면서도 장난기 넘치는 태도로 화면을 유영한다. 이들은 강인하고 자신감 넘치는 자세로 등장하며, 비현실적인 각도와 꼬임, 과장된 팔다리의 움직임, 부풀어 오른 가슴 등의 표현을 통해 유동적이고 변화하는 신체의 내러티브를 형성한다. 특히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허벅지를 꼬는 동작은 자기만족과 성적 자율성에 대한 상징적 제스처로 기능한다.
특히 이번 시리즈에서는 다양한 상태에 놓인 신체의 순간들을 포착한다. 어떤 인물은 최면에 걸린 듯 몽롱한 상태에 있고, 어떤 인물은 잠과 각성 사이를 오가며, 또 다른 인물은 변신을 앞둔 찰나의 순간에 머물러 있다. 이들은 모두 우주 공간에서 무중력 상태로 떠다니며, 일상의 감각에서 해방된 듯한 포즈를 취한다.
이러한 신체의 변형은 유머러스 하면서도 상징적인 반전을 동반한다. 이전 작업에서 작가는 대형 캔버스에 거대한 여성 신체를 화면 가득 그려왔다면, 이번에는 온순한 애완동물로의 변형을 시도한다. 부드럽고 깔끔하게 손질된 푸들은 작고 귀여운 크기로 묘사되며, 이전의 장대한 여성 형상과의 극명한 대비를 통해 또 다른 정체성과 자기 이미지의 전환을 시도한다. 전시의 중심 이미지인 ‘Astropoodles’를 비롯해, 작가는 인물들을 ‘우주의 요염한 여자들(Astral Coquettes)’ , ‘공상과학 속 목욕하는 요정들’, ‘우주로 뛰어오르는 푸들(Astropoodlesㅡ그리스어로 ‘별’을 뜻하는 Astro와 Poodle을 결합한, 작가가 창조한 단어)’ 등으로 상상한다. 이 작은 푸들들은 우주를 배경으로 날렵하게 도약하며, 유머러스한 신체 변형과 환상, 현실 도피의 감각을 공상 과학적이고 미래적인 상상력으로 풀어낸다.
‘영적 자아(Astral Self)’의 구현이자 성적 자율성과 내면적 변화의 상징인 ‘달’ 또한 이번 시리즈에서 중요한 시각적 장치로 등장한다. 인물들의 둥근 가발 스타일과 연결되어 달빛처럼 부드러운 에너지를 화면에 투영하며, 아르테미스, 릴리스, 디아나 같은 신화적 존재들을 환기한다. 전통적으로 달과 연결된 ‘변형의 서사’는 이 작업 안에서 더욱 확장된다. 달의 주기적 변화는 신체의 변형과 밀접히 연결되어 있으며, 서양의 늑대인간(lycanthropy) 전설이나 한국과 일본의 구미호와 여우처럼 유혹적이고 신비로운 여성형 존재들의 변신 이야기를 통해 그 상징성이 강화된다.
미촐라는 이러한 신화적 모티프들을 현대적 상상력과 결합해 자신만의 상징체계로 재해석한다. 그중 에서도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스핑크스는 작가의 작업에서 핵심적인 존재다. 반인 반수의 강력한 신화 속 존재인 스핑크스는 수수께끼 같은 미소와 응시로 관객을 압도하며, 그리스 신화에서는 남성을 조여 죽이고 삼켜버리는 위험하고도 매혹적인 존재로 등장한다. 작가는 관객이 이 존재를 마주할 때 느끼는 긴장감, 위협, 그리고 그 안에 내재한 매혹의 감각에 주목한다.
화면 위 인물들은 시대를 암시하는 장신구와 의상, 메이크업을 통해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는데, 이는 영화 <오를란도>(1992)의 주인공처럼 성별과 시대를 넘나드는 정체성의 변주를 연상시키며, 각기 다른 상징들이 조화를 이루어 하나의 신화적 존재로 재탄생하는 순간을 만들어낸다. 거대한 가발, 리본, 퍼, 초커, 뼈 장신구 등은 18세기 프랑스의 화려한 패션부터 아르데코 양식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스타일을 아우르며, 작품의 시각적 풍요로움과 정체성의 유동성을 더욱 강조한다.
Astropoodles는 욕망하는 몸, 욕망 받는 몸, 그리고 그 경계에서 유희하는 몸에 대한 찬미이자 선언이다. 나아가, 작가는 감상자가 자신의 몸을 투영하고 두려움 없이 존재할 수 있는 용기를 얻길 바란다. 실제로 많은 관람객들이 작품 속 인물의 포즈를 따라 사진을 남기는데, 이를 보고 작가는 자신이 창조한 캐릭터들이 고대 여신처럼 숭배의 대상으로 거듭나는 순간이라 말한다. 이 전시가 각자의 내면에 잠재된 또 다른 자아를 일깨우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참여작가: 소피아 미촐라 Sofia Mitsola
출처: P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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