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위주 류가헌
2015년 8월 18일 ~ 2015년 8월 30일
강릉의 서낭당, 10년의 기록
"임자 갈 때 성황님께 비는 것 잊어버렸디요?" "난 또 큰 변 났다구!" "그럼, 큰 변 아니구요! 성황님께 불공 안 했다간 큰 변 나는 줄 모르우?" (『성황당』 정비석 1937)
그리 오래지 않은 시절, 사람들이 마을 어귀의 서낭당 앞에서 치성을 드리거나 당산나무에 돌 하나를 덧대고 비는 모습은 흔한 풍경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저 소설 속 지문 그대로 ‘소설 같은’ 이야기가 되고 말았다. 우리 땅 곳곳에서 서낭당은 이제 먼지 쌓인 구시대의 유물로, 잊히고 사라져가는 중이다.
십 수 년 전 서울에서 강릉으로 삶의 터전을 옮긴 사진가 손봉희는, 단오제 풍경을 사진으로 기록하는 과정에서 마을 공동체의 안녕을 기원하고 소통의 매개체 역할을 하는 서낭당에 주목하게 되었다. 명절에도 속하지 않는 단오를 ‘강릉단오제’를 통해 천 년 세월 동안 지켜가는 강릉이다 보니, 도심, 산촌, 농촌, 어촌마을 등에 250여개 이상의 서낭당들이 다양한 형태로 존재하고 있었던 것이다.
특정한 날에는 마을의 주신께 제를 올리는 기원의 장소지만, 평소에는 돌봄도 없이 허물리고 쇠락한 채로 서 있는 서낭당들이 마치 우리네 농촌의 어머니처럼 애잔하면서도 위대하게 느껴졌다. 아무런 보상도 바라지 않으며, 그저 사람들의 기원을 받아줄 뿐인.
“촬영한 사진 중에서 투박하고 보잘 것 없는, 도시화에 의해 사라져 갈 운명에 처한 서낭당들을 위주로 선택했으며, 서낭당을 저라도 사진으로 남기지 않으면, 그들이 존재했었다는 사실 자체가 잊힐 것 같아서요.”
10년 여 동안, 강릉의 구석구석을 다니며 250여 개의 서낭당을 사진에 담았다. 비 오는 날은 비오는 대로, 눈 오는 날은 눈 오는 대로. 하지만 우리가 ‘서낭당’이라는 언어를 통해 기억하는 서낭당들의 모습과 사진 속의 서낭당은 사뭇 다르다. 기억 속의 서낭당들은 훼손되고 허물렸다. 벽돌에 플라스틱 지붕을 씌운 곳도 있고, 그저 돌을 쌓아 놓은 곳도 있다. 나무들 틈새로 지붕만 보이는 곳도 있고, 도로 옆에 흔적만 남겨진 곳도 있다. 슬레이트지붕에 시멘트 담장을 하고 있지만, 그래도 역광 속의 서낭당(#21)은 서기로움을 지닌 채다. 소나무 아래 눈발에 감싸인 서낭당(#08)은 기도처럼 고요하고 평화롭다. 손봉희 작가는 허물리고 초라한 모습이지만 가끔씩 그 앞에 사람들이 다녀간 손길이 느껴질 때면, 뭉클 반가워지곤 한다고. 누군가에게는 여전히 현재의 믿음이자 기원의 장소로서 서낭당이 쓰이고 있다는 반가움이다.
강릉에, 사진의 오랜 역할에 복무한 사진가 손봉희가 있어, 우리는 강릉의 서낭당들을 서울 도심의 전시장에서 만나볼 수 있다.




출처 - 류가헌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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