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미술공간
2024년 11월 16일 ~ 2024년 12월 1일
1 / 5
‘발 아래 머리 위’
발 아래에는 보이지 않는 기반 시설들로 이루어진 세계가 존재한다. 그 세계는 이중 바닥재인 OA(Office Automation) 플로어에 감추어져, 어디에나 있지만, 눈에 띄지 않는다. OA 플로어는 바닥을 높여 생산성에 필수적인 전선과 케이블을 숨기는 용도로, 눈에 띄지 않지만 현대식 사무 공간의 필수적인 기반을 담당한다. 손윤원은 이 간과된 소재에 주목해 〈썬베드〉에서 그것을 전통적인 한국식 벤치인 평상으로 변모시켜 인사미술공간 1층의 중심에 놓는다. 사람들이 앉거나, 기대거나, 누울 수 있는 〈썬베드〉는 단순히 수동적인 초대(invitation)를 넘어, 타인을 위해 자리를 내어주는 능동적인 실천으로서 환대(hospitality)의 장소가 된다. 〈썬베드〉가 제공하는 환대는 공간 안에서 낯선 이들의 몸과 몸 사이의 거리를 좁히며, 일시적이나마 함께 존재하는 친밀함(togetherness)을 형성한다. 알루미늄 평상이 주는 차가운 외관과는 달리, 바닥에 설치된 온열기구는 몸과 몸이 전하는 온기를 넘어 실제적인 따뜻함을 제공한다.
발 아래 세계의 환대는 늘 명확하진 않다. 〈미끄러지는 바닥이거나, 소리의 엔벨로프이거나〉는 바닥에 파도처럼 흐르는 경사들을 만들어낸 설치작업으로, 나무 합판과 임시 구조물들이 관람객의 발바닥 아래 낯선 감각을 펼쳐내며 몸이 익숙지 않은 축을 감각하도록 유도한다. 작품은 스케이트파크나 놀이터의 즐거운 에너지를 떠올리게 하지만, 화장실로 가는 단순한 행동조차 턱의 방해를 받으며 불편함을 초래한다. 경사와 장애물은 전시장의 기능을 침범하며, 단순한 신체적 불편을 넘어 관람객으로 하여금 일상의 심리적·사회적 경계를 새롭게 바라보도록 유도한다. (참고로, 인미공 2층은 엘리베이터가 없어 휠체어나 유모차의 접근이 어렵다.)
그렇다면 환대는 누구를 향하는가? 불특정 다수를 아우르는 듯한 ‘우리’라는 대명사는 실제로 모두를 포함하지 않는다. 그것은 비장애인, 중산층, 국민이라는 범주를 중심으로 형성되며, 장애인, 노약자, 외국인, 성소수자, 가난하거나, 가정이나 일터에서 돌봄의 책임지는 사람들처럼 다양한 경계에 속한 이들은 환대의 대상에서 은연중 배제된다. 〈썬베드〉와 〈미끄러지는 바닥〉의 실천은 이러한 감춰진 배제를 드러내며, 환대의 가능성과 그 한계, 소속감에 동전의 양면처럼 수반된 배제, 그리고 우리가 익숙하게 받아들였던 경계들을 새롭게 성찰하게 한다.
층계를 내려와 만나는 1층 계단 앞 25개의 옆서 작업 〈POST〉는 작가가 네덜란드 유학 시절 만난 동료들—머라이어, 카트린, 라나, 에이미—과 함께 이번 전시를 위해 준비한 드로잉들이다. 현재 유럽과 아시아의 네 국가에 흩어져 있는 이들은 졸업 후 4년간 주기적으로 와이파이를 통해 (화상) 통화를 이어오며, 작가로서 마주하는 즐거움과 어려움, 세 도시에서 엄마가 된 경험, 일상의 이야기들을 나눠왔다. 국제 우편으로 연결된 이 작업은 그들의 우정이 가진 다양한 레이어를 물감으로 물리적 흔적으로 엮어내며, 대화와 삶의 조각들을 드로잉으로 기록한다.
불편함을 적극적으로 인식하는 감각은 나쁘기만 한 것은 아니다. 감정을 정치적 실천으로 탐구한 페미니스트 이론가 로런 벌랜트는 헤테로토피아(heterotopia)를 통해 불편함(inconvenience)이 타인과 공간을 공유하는 방식을 흔들고 재구성한다고 설명했다. 헤테로토피아는 익숙한 형태와 규범을 실험하며 그 한계를 드러내고, 기존 질서 속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상상하도록 만든다. 이때 불편함은 단순한 불쾌함을 넘어, “또 다른 가능성과 함께 공존(copresence of an otherwise)하고 있음을 알리는 신호”가 될 수 있다. 이러한 감각과 공명하며, 《발 아래 머리 위》는 서로가 몸과 몸 사이의 거리를 인식하고, 당연시 여겨지던 세계의 형태를 재구성할 여지를 제안한다.
〈Anniversary〉는 네트워크와 사운드를 통해 한국과 유럽의 물리적 거리를 초월해 머리 위에서 이어진 안드레스와 손윤원 의 일상을 엮는다. 〈썬베드〉에 옹기종기 앉아 사운드스케이프에 귀를 기울이고, 서로의 온기를 나누며, 도란도란 이야기 속에서 보다 친밀한 공동체의 가능성을 떠올려보는 건 어떨까.
금지원 (큐레이터)
1) Lauren Berlant, On the Inconvenience of Other People (Durham: Duke University Press, 2022), 15–16.
2) 손윤원과 안드레스 가르시아 비달은 ‘후안나리’라는 이름으로 8년째 활동해왔다. 이번 작업에서는 서울, 세비야, 암스테르담에서 업데이트된 서로의 소리를 공유하며, 변화된 일상과 삶의 패턴의 시차를 줄여나간다. 전시장에는 11월 16일 오프닝 퍼포먼스로 진행한 이들의 신작 사운드스케이프 〈Anniversary〉을 기록한 사운드가 반복되어 재생된다.
참여작가 : 손윤원
협력기획 : 금지원
후원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협력 : 인미공
* 아트바바에 등록된 모든 이미지와 글의 저작권은 각 작가와 필자에게 있습니다.
운영시간
월요일 휴관
화요일 11:00 - 19:00
수요일 11:00 - 19:00
목요일 11:00 - 19:00
금요일 11:00 - 19:00
토요일 11:00 - 19:00
일요일 11:00 - 19:00
휴관: 월요일
모든 프로그램은 주최측의 사정으로 변경될 수 있으니 자세한 내용은 홈페이지를 확인하시기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