쿤스트독갤러리 문래
2015년 6월 29일 ~ 2015년 7월 13일
00%RECYCLED, 가변설치,공,티슈,연필,가위,롤휴지_2012
1 / 2
사물의 재배치가 끝내 담지 못한 어떤 세계
신양희 (문화이론)
손혜경은 한없이 쏟아지는 상품을 불신한다. 아니 상품에는 죄가 없다. 그렇다면 그것이 소비되고 버려지는 조건들에 환멸을 느낀 것인지도 모른다. 따라서 그가 이미 있는 것을 작업의 소재로 활용한다는 점에는 모종의 설득력이 있다. 그것은 자연으로 직접 들어가는 것이었고, 물질 자체에 대한 탐구에서 나타난 흔적을 기록하는 것이었으며, 보잘것없고 버려진 혹은 소외된 것에 애정을 담아 나름의 애도를 취하는 방식이었다. 그가 선택했던 물질은 대단한 것이 아니라 대부분 주변에서 발견한 것이다. 돌멩이, 먼지, 낙엽과 같은 것이거나 시간이 흐르면서 자연스럽게 벗겨지거나 으스러지는 부스러기와 같은 작은 흔적을 쫓는 것이기도 했다. 또한 자연물과 인공물의 배치를 통해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화하는 물질의 시간을 탐구하는 최소한의 조형적 실험도 포함되어 있다.
이러한 관심은 공산품을 이용해 구조물을 만들거나 이질적 형상을 만드는 작업들로 확장된다. 물질 그 자체를 예술적 표현의 대상으로 삼았던 것으로부터 공산품을 활용하는 것으로의 확장은 의미의 변화를 가져 왔다. 즉 전자가 재료에 대한 탐구와 그것의 변화를 통해 자연적이고 생태적인 입장에 좀 더 다가가 있었다면, 후자는 이질적인 사물을 선택하고, 조합하고, 재배치함으로써 세계의 모순을 투영하고, 나아가 예술이 상품으로 기능하는 것에 대한 거부이자 작품이 완결된 구조로 명확한 의미를 드러낼 수 있다는 믿음에 대한 회의 등을 드러낸다.
이번 <RE:>에 전시되는 작업들은 후자의 문제의식을 드러내는 작업이다. 한편으로 그는 사물들의 우연적인 결합을 통해 명료한 의미보다는 모호한 의미를 끌어내길 의도했다. 이는 체계적 구상을 통해 완결된 작품을 제작하는 것이 아니라 직관적으로 사물을 선택하고, 아이의 놀이와 같은 즉흥적 방식을 선택함으로써 체계적인 사유가 갖는 위계를 거스르려는 제스처와도 맞닿아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그는 그 사물들에 현실이 투영되어 있다는 것을 직시하고, 아마도 의도적으로 선택하고 재배치함으로써 불완전하고 불안하고 불합리한 세계를 은연중에 드러낸다.
사물들의 재배치는 함께 있지 않아도 될 것의 결합이라는 측면에서 어떤 충돌을 일으키지만, 그런데도 서로를 지탱한다는 점에서는 내적인 관계를 맺는다. 두 개의 마스킹 테이프와 대패 몸통이 결합한 <two wheels>, 비닐봉지를 절단한 <25>, 스탬플러심을 나열한 <staples 33호>, 볼펜의 제 원리를 활용한 <4 colors ballpoint>는 원래 기능을 이용하면서 새로운 시각적 유사성을 끌어낸다. 한편 상품에 부착된 상표나 글자를 이용한 작업인 <100%RECYCLED>, <waterstone's>에서는 이질적 사물이 만나 힘겹게 버티거나 대립되는 상황을 목격할 수 있는데, 이 작업들은 사물들의 원래 기능과 의미를 교란하면서도 불안한 구조물로 서로를 마주하는 형태를 띤다.
이처럼 사물들은 원래 기능을 이용하고 거부하거나 불안정한 상태를 구축함으로써 불확정적인 모습을 드러낸다. 그런데 이 이질적 충돌은 다른 관계를 맺는 형상을 획득했지만 불안한 세계에 대한 은유로만 던져진 것처럼 보인다. 또한 이미지와 언어가 교환되고, 사물이 충돌하면서 모종의 관계를 맺는 듯 보이지만 그 관계는 사실상 촘촘하지도 단단하지도 못하다. 만약 그가 이 작품들에 상품을 통해서만 관계 맺는 무기력한 우리의 세계, 낱낱이 흩어진 개인의 불완전한 관계를 투영한 것이라면, 이들 사물의 재배치는 분명 그런 세계를 예시한다. 그리고 그가 이 작품들에 공동의 삶이 배척되는 현실에 대한 환멸을 담아내려 했다면 구조물과 필연적으로 관계 맺지 못하고 언제든 제 기능을 잃어버리게 될지도 모를 부분들의 불안을 암시한다.
전시되는 작품 대부분은 작가가 영국에 거주하던 시절에 제작한 것이다. 이 오브제 작업 외에도 작가는 20명의 협업자들과 함께 <studio25_I.L.V>를 제작했는데, 이 작업은 전시장이라는 제도적 공간의 위계를 흩트리고 작가성에 의문을 제기하려는 의도로 진행됐다. 또한 그는 한국에 돌아와서는 아이폰의 기능을 이용한 <face time>에서 관객 참여적인 소통을 지향했고, 실제 자신이 거주하던 개포동 주공아파트 재개발과 관련해 세입자의 무방비한 사태를 비트는 퍼포먼스 등을 시도한 바 있다. 이 작업들은 사물의 재배치 작업보다 현실에 더 개입하고 예술의 의미를 다르게 규정하려는 것으로 볼 수 있지만, 그럼에도 일시적이고 우연적인 과정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사물 작업과 유사한 한계를 가질 수도 있다.
만약 이후 그의 작업이 나아갈 바를 상상해야 한다면 사물의 재배치를 통해(서) 불완전하고 모호하게 드러났던 세계와는 다른 상일지도 모른다. 예술이 세계를 명확하게 그려낼 수 있고, 또한 어떤 진의를 담을 수 있다는 사실이 거부되었던 시간은 그리 길지 않다. 아주 가끔 예술(가)은 현실 세계를 비판하고 반조한다고 말하지만 작품이 현실을 규정할 수 있다는 가능성은 부정한다. 그런 점에서 신작인 <발전發展>은 단도직입적성을 띤다. 물론 이 작품 또한 사물 작업의 연장선 위에 있다. 그러나 작가는 거울에 적힌 ‘축발전’이라는 단어에서 ‘축’이라는 단어를 지움으로써 어떤 발전을 사유했다. 이는 통속적인 발전에 대한 들여봄과 그럼에도 추구되어야 할 다른 발전을 상징한다. 앞으로 그가 지향할 어떤 발전은 개별자로서 혹은 예술만이 획득할 수 있다고 믿는 그런 것은 아닐 것이다. 혹여 그것이 실패하더라도 우연적이고 모호하고 일시적인 것을 지향하며 진리를 유보했던 과거와 다른 ‘다시, 거듭, 서로’를 껴안는 ‘발전’이길 소망한다.
waterstone's, 가변설치,헌옷,에코백_2013-2015
two wheels, 가변설치,마스킹테잎,손대패_2013
* 아트바바에 등록된 모든 이미지와 글의 저작권은 각 작가와 필자에게 있습니다.
운영시간
월요일 휴관
화요일 휴관
수요일 11:00 - 18:00
목요일 11:00 - 18:00
금요일 11:00 - 18:00
토요일 11:00 - 18:00
일요일 11:00 - 18:00
휴관: 월요일, 화요일
전시 마지막 날은 작품 반출하는 날 입니다. 모든 프로그램은 주최측의 사정으로 변경될 수 있으니 자세한 내용은 홈페이지를 확인하시기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