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너아트스페이스
2016년 4월 30일 ~ 2016년 5월 31일
압도적인 유사놀이와 유사놀이터의 해일이 아이들을 향해 범람한다. 타인이 노래하는 것을 보고, 운동하는 것을 보고, 춤추는 것을 오로지 ‘봄’으로 논다. ‘하지 않고 봄’ 이것이 놀이가 되었다. 논다는 것은 내가 노는 것인데 남이 노는 걸 논다고 여긴다. 2016년. 우리 아이들은 어떻게 놀고 있을까. 가장 혹독한 교도소의 죄수도 하루에 2시간을 밖에서 보낼 수 있는데 우리나라 아이들 대부분은 30분을 넘지 못한다. 그렇다면 ‘키드루덴스(노는 아이들)’은 사라진 것일까. 결코, 아니다. 도시와 자본의 한복판에서도 버려지거나 숨겨진 놀이를 줍고 찾고 자신만의 놀이와 놀이터를 끊임없이 열어가고 벌려가는 아이들을 날마다 목격한다. 놀지 못한다는 어른들의 걱정과 달리 오늘 아이들은 무엇을 하고 놀아야 할지 모를 정도로 주변에 놀 것이 천지다. 건강한 놀이가 아니지 않느냐는 질문은 답하지 않겠다. 대신 놀이는 철저히 B급이라는 말을 짧게 전한다. 아이들은 무엇을 하든지 논다. 놀이의 질이나 종류나 바람직함을 따지지 마라. 문제는 오늘 아이들이 하는 놀이를 놀이로 긍정하며 아이들을 만날 수 있느냐 없느냐이다. 나는 지난 10년간 자신만의 놀이와 놀이터를 발견한 아이들을 사진에 담았다. 이 푸르지 않은 5월에 놀이와 놀이터를 스스로 발견한 아이들에게 갈채를 보내는 자리를 마련했다. 즐거움을 잃은 어른과 놀이를 잠시 잊은 아이 모두를 함께 초대한다.
10년, 아이들을 사진에 담았다.
빈곤과 고통의 한복판에서도 아이들은 큰다.
그리고 아이들은 그곳을 놀이터로 만들고 가꿀 줄 안다.
동무와 놀고 놀잇감을 만들고 벽에 그림을 그리고
때로는 부모를 도와 일을 한다.
아직 골목과 마당과 공터에
우리가 잃어버린 참사람, 아이들이 살아있다.
아이들은 함께 어울려 놀 줄 안다.
어울려 놀며 평화와 만난다.
놀면서 아이들은 앞으로 살아갈 힘과 용기와 지혜를 몸에 담는다.
놀면서 아이들은 도전하고 다치며 한계를 넘는 황홀한 순간을 경험한다.
아이들은 놀면서 창조하고 파괴하고 어울린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아이들에게 놀이는 허락되어야 한다.
도무지 아이들을 놀도록 놔두지 않고
노는 것도 간섭을 하는 세상이다.
그 대신 장난감을 사주고 실내놀이터로 돈을 들려 보낸다.
우리는 서글프고 아이들은 잠시 빠져든다.
발달하고 안전하고 편리한 세상을 산다는 아이들은
그렇게 거꾸로 놀이와 아이다움을 속절없이 맞바꾼다.
아이들이 만약 놀지 않고 만들지 않고 그리지 않는다면
무엇으로 아이임을 증명할 수 있을까.
아이들의 놀이와 삶과 그들의 웃음 속에
우리 모두의 소년과 소녀가 있고
오늘 우리가 빼앗긴 아름다움이 있고
우리가 마침내 닿아야 할 미래가 또 거기에 있다.
나는 아이들과 만나 그들의 놀이와 몸짓과 꿈과 즐거움을 본다.
그 속에는 무언가 온전한 빛이 있다.
아이들은 놀면서 그들에게 가장 절실한 것을 표현하고 있고
우리가 지금 가장 잊고 사는 것이 무엇인지 들려준다.
이런 아이들을 세상이 지우려 한다.
놀이가 사라지면서 아이들이 같이 사라지는 걸까.
아직 삶의 기운이 차고 넘치는
놀이와 놀이터를 마침내 발명한 아이를 만나야 한다.
한 명의 소년으로 남아 그들의 친구가 되고 싶다.
그악스런 세상이 놀이와 아이를 떼어놓으려 하지만
놀이는 아이 곁을 떠나지 않았다.
놀이와 아이는 한 동무이기 때문이다.
둘 사이에는 오랜 우정이 있기 때문이다.
오늘도 아이들 가까이 서성이는 놀이를 본다.
소비와 게임과 경쟁에 붙잡히지 않는
여기, 아이가 발명한 놀이와 놀이터가 있다.
글: 편해문
작가소개
내가 사는 안동에는 어린이 문학을 오래도록 한 아동문학가 권정생 선생이 살았다. 지금은 돌아가신 지 여러 해 되었지만, 선생의 어린이에 대한 깊고 따듯한 사랑을 흠모했다. 돌아가시기 전에 중동, 아프리카, 티베트, 북한 아이들을 걱정하시며 모든 인세와 재산을 아이들을 위해 쓰라는 유언을 남겼다. 선생님이 남기신 유언을 보면서 세상 곳곳에 사는 아이들을 만나고 그들을 사진에 담는 일을 해야겠다 마음먹었다. 그렇게 세상의 아이들을 만나러 다니기 시작한 지가 10년이 흘렀다.
돌아와 무엇을 해야 하나 생각했다. 할 수 있는 것을 하기로 했다. 그동안 찍은 아이들 사진으로 매년 달력을 만들었다. 그리고 판매금액 모두를 아이들을 위해 사는 국내외 인도적 단체들에 전했다. “내가 쓴 모든 책은 주로 어린이들이 사서 읽는 것이니 여기서 나오는 인세는 모두 어린이에게 돌려주는 것이 마땅할 것이다.” 마지막 말씀을 남긴 권정생 선생을 시늉하고 있다. 아이들이 놀이와 놀이터를 발견하고 발명하는 그 순간을 함께하는 사진가로 살고 싶다.
출처 - 코너아트스페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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