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독립
2024년 5월 29일 ~ 2024년 6월 16일
Fictional Idols : 허구로 이루어진 우상에 대한 서사
허구로서의 감각
오늘날 우리의 일상 일부분은 허구로 이루어져 있다. 대체로 TV나 게임, 스마트폰 등 쉽게 접할 수 있는 여러 매체를 통해 우리는 허구의 세계에 자연스럽게 스며들고 있다. 그렇기에 우리는 허구를 매우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으며, 믿고, 즐기기에 이른다. 예술에 있어서 허구의 역할은 현실과 비현실 사이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며, 이를 통해 실재가 부재하는 허구의 감각들과 마주하게 된다.
사람들이 허구의 무언가에 기대하게 되는 이유라면 자신이 해내기 어려운 행위들, 언어들을 매체 내의 노출된 미디어를 통해 대리만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쉽게도 우리가 원하는 허구의 대상들이 늘 그곳에 자리 잡고 있는 것은 아니며, 혹은 빠르게 소진되어 버린다. 그렇기에 새로운 무언가를 찾아 나서야 하는 상황도 발생한다. 그리고 결국 원하는 매개체를 찾지 못한다면 허구의 존재를 창작하기에 이른다.
안민은 최근 록 밴드(Rock Band)가 등장하는 외국드라마를 접하였고, 록에서 느낄 수 있는 거칠면서도 자극적인 그들만의 자유분방함은 평소 본인이 회화를 통해 풀어내는 방식과 유사하다는 점을 발견하였다. 평소 안민은 인간이 행할 수 있는 비도덕적인 면에 집중해 왔고, 인간 내면의 억압된 자유분방함을 가상의 존재로 풀어내고자 한다. 이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을 가려움을 해소하기 위한 방법이며, 새로운 피난처(혹은 안식처)를 찾기 위한 시도이기도 하다.
잠재된 본성이 만들어낸 허구의 대체자들
안민이 수년간 이끌어온 회화는 불법 주정차 된 차량 정보를 수집하고, 차량을 망가뜨림으로써 인간의 부도덕한 행위를 고발하는 것이다. 이전에 선보였던 회화는 인간의 부도덕한 행위를 통해 내면에 잠재된 본성을 깨우는 내용이었다면, 이번 전시에서는 내면과 현실의 충돌에 대한 불균형으로 만들어진 일종의 소망과도 같은 대상들로 구성되어 있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WANG ANGEL>이란 문구와 마주한다. 이는 안민이 창조해 낸 4명의 인물로 구성된 집단을 의미한다. 그들은 악기 연주를 하고 있으며, 보컬과 기타, 베이스, 드럼으로 구성된 록밴드의 모습이다. 거칠게 연주하는 모습은 안민이 기존에 이끌어 오던 붓질의 행위를 대변한다. 전시장을 둘러싼 거대한 회화에 담긴 그들은 격한 표정을 짓고 있으며, 이는 안민이 붓질로서 표출해 내는 감정과 유사하다는 것을 암시한다. 또한 사인 플렉스(광고판에 사용되는 PVC 재질의 원단) 위에 가해진 일격을 통해 분노라는 감정을 더욱 극대화하기에 이른다.
전시장에 있는 모든 조명은 <WANG ANGEL>의 뒤편에 위치하여 스스로 빛이 나도록 연출됨과 동시에 전시장 특유의 어두운 분위기와 결합된 그들의 모습은 마치 신이나 종교와도 같은 분위기를 자아낸다. 또한 <WANG ANGEL>은 안민이 그동안 이끌어온 분노라는 감각을 대신해서 보여주는 대체자 역할을 해내며, 어두우면서도 강력한 분위기를 풍기는 허구의 우상들을 관람객들에게 선사한다.
안민은 이번 전시《 Fictional Idols 》를 통해 현실의 삶에서 느끼는 염증을 해소하고자 하며, 안식처이자 대상자를 그려내기 위해 가까운 매체에서 허구적 요인을 끌어들이는 시도를 선보인다. 역설적이게도 실존하는 존재가 아닌데도 불구하고, 믿을 수 있는 허구를 통해 고요하고도 힘찬 일상을 전하고자 한다.
글: 신명준
참여작가: 안 민
출처: 공간독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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