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인보우큐브갤러리
2019년 10월 11일 ~ 2019년 10월 20일
안부 작가의 작업에서 주된 대상은 ‘아버지’이다. 내가 안부 작가의 작업에 관심을 가졌던 이유는 남성이 남성을 대할 때 가부장제의 재생산에 기여하지 않는 방법이 무엇인지 고민하는 작업처럼 여겨졌기 때문이다. 이번 작품들에서 작가는 유의미한 성취를 내놓기도, 때론 나이브한 전략에 그치기도 하면서, 그 가능성과 한계가 뒤섞인 결과물을 내 놓았다. 우리는 안부 작가의 이번 전시를 통해 다음과 같은 질문들을 사유할 수 있다. 남성창작자는 페미니즘적 작업을 할 수 있을까? 이때의 페미니즘적 작업이란 어떻게 정의되어야 할까? 남성과 남성 간의 차이를 페미니즘적으로 사유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이런 고민 속에서 흥미롭게 작업을 지켜보던 도중 전시의 서문을 맡아달라는 요청을 받게 되었다. 평소 전시를 다니는 입장에서 어떤 전시 서문들 중엔 의아한 경우가 많았다. 작품 해석 자체에 동의할 수 없는 경우도 많았지만, 어느 정도 해석에 동의한다고 하더라도 그 해석의 가능성을 지나치게 차단하는 경우도 답답했다. 비평은 어떤 역할을 해야할까? 창작자와 향유자 사이에 어떤 비평적 개입을 해야할까? 전시 서문을 쓸 기회가 생겨서 더욱 이 문제를 곱씹게 되었고, 일반적인 서문 형식을 버리고 지령과 질문을 서른 개 정도 작성하여 ‘매뉴얼-비평’을 작성했다. 이 생소한 형태를 택한 것은 안부 작가의 작업이 갖는 특수성 때문이기도 하다.
안부 작가는 회화와 사진, 비디오 작업을 넘나들면서 본인의 문제의식을 중첩시켜 나간다. 하나의 장르에 한 가지 작품이 귀속되지 않는다. 그림을 그리는 과정을 영상으로 찍고, 그 영상에 자막을 입힐 때는 유투브 브이로그의 형식을 차용한다. 그렇게 완성된 그림을 전시 할 때의 맥락에 의해 관객은 단지 ‘회화 그 자체’라는 전통적 접근 방식으로 그림을 감상할 수 없게 된다. 또한 인스타그램 해시태그가 작동하는 방식을 차용하는 사진 찍기 방식을 택하되 그 사진을 인쇄하고 전시할 때는 전통적인 사진전이 갖는 형식을 차용할 때, 사진전에서 ‘사진을 본다’고 여기던 행위는 인스타그램에서 ‘사진을 보는’ 행위와 구분되는 간극 자체를 작업의 한 요소로 다룬다.
이 같은 장르적 중첩성은 하나의 작품이 단 하나의 장르 문법에 완전히 포섭되지 않고 작가의 문제의식에 맞춰 여러 장르와 매체들이 ‘활용’되는 수행성을 지닌다. 즉 안부 작가의 작품에서 아버지가 어떻게 다뤄지는지에 대해 말하기 위해서는 그가 여러 장르들이 갖는 차이를 어떻게 다루는지에 대해 말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면 비평 역시 그 간극을 경험하게 만들어야하지 않을까? 안부 작가가 여러 장르들의 특수성을 하나의 작업 대상으로 삼았듯, 비평 역시 작품과 관객 사이에 성립하는 여러 구분들 자체를 비평해야 하지 않을까? “매뉴얼-비평”은 안부 작가의 작업에 대한 나의 첫번째 비평적 응답이다. / 장은정(문학평론가)
후원: 서울문화재단, 레인보우큐브
출처: 레인보우큐브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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