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레스프로젝트 서울
2023년 6월 22일 ~ 2023년 8월 20일
페레스프로젝트 서울은 애드 미놀리티의 국내 최초 개인전 ≪Geometries of the Forest; 숲의 기하학≫을 6월 22일(목)부터 8월 20일(일)까지 개최한다. 세계 유수의 미술관 및 기관들에서 개인전을 개최해 오며 주목을 받아오고 있는 미놀리티는 2019년에 랄프 루고프(Ralph Rugoff)가 총감독한 제58회 베니스비엔날레에 초청된 바 있으며, 2021년에는 광주비엔날레에 초청되어 국내 관객들에게도 소개되는 등 꾸준히 예술세계의 저변을 넓혀가고 있다. 작가는 현대 젠더리스 시대를 대표하는 논바이너리 작가로, 자신만의 ‘기하학적 추상’ 회화와 더불어 조각 및 설치작업까지 다양한 장르의 작업들을 진행하고 있다. 이번 전시는 숲의 생태계와 아동문학에서 영감을 얻어 완성된 신작 회화 15점을 선보인다. 전시장 1, 2층 모두 활용한 규모 있는 전시로, 벽 드로잉까지 어우러져 높은 완성도와 몰입감을 전한다.
≪Geometries of the Forest; 숲의 기하학≫은 버섯들이 자라나는 숲속 또는 동굴을 연상시킨다. 이번 전시에서는 미놀리티가 새로운 주제를 다루며, 이는 올 가을에 있을 독일 에를랑겐 미술관(Kunstpalais Erlangen)에서의 개인전에서 선보일 새로운 프로젝트의 핵심 개념이기도 하다.
이 전시는 정체성 규범을 해체하는 공동의 체계 속 전형적인 대조적 요소들을 한데 모아, 숲속 버섯들이 형성한 네트워크처럼 모든 존재들의 상호 연결성을 인정하고 수용하는 포용적 공간을 조성한다. 전시장엔 요정과 고블린 등의 상상 속 존재와 여러 동물들이 뛰논다. 이는 사회의 규범, 감시와 통제, 바쁜 사람들로 지친 이들에게 안부를 묻는다. 작가의 환상적이고 다채로운 남미 미학을 느낄 수 있는 이번 국내 전시가 단조로운 일상에 활기찬 안식을 선사할 수 있기를 바란다.
≪Geometries of the Forest; 숲의 기하학≫에서 애드 미놀리티는 이러한 생태적 이미지를 자신의 기하학적 추상에 병합해 관계적 세계(relational world)를 묘사한다. 종종 불규칙한 모양을 띄는 캔버스 속 장난스럽고 풍부한 색채는 각기 다른 정밀한 기하학적 형태와 엇갈리며 쉽게 범주화되지 않는 더 큰 층을 창조한다. 바로 이 모호함에, 정체성에 대한 규범적인 개념에 의문을 던지는 미놀리티의 의도가 녹아 있다. 미놀리티의 작업은 모든 생물과 무생물에 내재하는 상호의존성을 설명하기 위해 정체성에 대한 전통적인 통념의 수정을 주장한 철학자 도나 해러웨이(Donna Haraway)의 글에 기반한다. 해러웨이는 지구의 생태계를 유지하는 데 있어 반려종들이 얼마나 중요한지 강조하고, 『사이보그 선언(A Cyborg Manifesto)』(1985)에서 유기적이고 기술적인 문제를 통합한 비유적 존재인 탈-인간 사이보그의 개념을 환기시킨다.
미놀리티의 회화는 이러한 개념을 시각적으로 구현하고 있다. 작품들은 마치 생태계처럼 복합적인 구조의 한 부분을 담당하는 각각의 모양들로 구성된다. <Magic dust>(2023)에서 애벌레는 버섯갓 위에 앉아있는데, 타원형의 입에서 파충류의 노란 혓바닥 혹은 물담배처럼 보이는 것이 튀어나오고 있다. 캔버스 왼편의 파란 버섯처럼 보이는 것이 애벌레의 몸통이며, 그 오른편에는 그 형상의 반전된 이미지가 노란색과 흰색으로 채색되어 있다. 이는 루이스 캐럴(Lewis Caroll)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Alice in Wonderland)』(1865) 중 한 장면을 재구성한 것이다. 미놀리티는 어린이 문학, 장난감, 만화에서 사용되는 상징성을 비판적으로 바라본다. 그리고 어른이라는 이유로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특권 혹은 권력을 행사하는 어덜티즘(adultism)의 문제, 그리고 어덜티즘이 성별(gender)에 대한 이해와 결부되는 지점에 관한 대화의 장을 마련하고자 한다.
아동 문학을 펼쳐보면, 풍부한 생태적 이미지들을 발견할 수 있다. 어린 소녀들은 숲 속을 헤매고, 마력을 가진 상상 속 동물들이 버섯과 나무 속에 그들의 집을 지어준다. 미놀리티는 이러한 이미지들을 서로 다른 종 사이의 구분을 흐리게 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해체하는 기하학으로 매끄럽게 변환시켰다. 작가는 이러한 방법으로 젊은 세대를 과도하게 제한하고 어린이들을 정체성과 성별에 대한 규범적인 시각으로 규정하는 조직적인 편견을 폭로하고 바로잡는다.
<Mariposa>(2023)에서 미놀리티는 한 마리의 나비를 그린다. 우리는 나비의 움직이는 날개에서 브래들리 인형(Bradley Doll)의 특징인 만화 캐릭터 같은 동그란 눈을 본다. 속눈썹은 뚜렷하고 무게감이 있다. 빛이 표면에서 반사됨에 따라 반짝이는 눈은 흐릿함과 망각을 암시한다. 꽃 모자를 쓰고 여러 겹의 가운을 걸친 전형적인 브래들리 인형은 60년대와 70년대 한국과 일본 전역에서 제작되었다. 이 성별의 특징이 명확한 이미지는 성별 너머의 것을 건드리는 기하학적 추상의 바다 가운데서 표류한다. 미놀리티의 정밀한 형태를 배경으로, 인형의 눈은 여성성과 소녀시기를 지속해서 깎아내렸을 묘사에 대한 모순적인 상징이 된다.
둥근 포자 형태의 <microdose>(2023)는 서로 대조되는 분홍색과 파란색의 파스텔 톤 색채들로 칠해져 성별 규범을 따르지 않는 시각적 영역을 구현한다. 작업은 버섯이 지닌 약효와 더불어 인간의 정신 기능에 영향을 미치는 향정신적 힘을 언급하며, 식물성 의학의 전통을 존중하던 원주민 공동체의 파괴와 함께 사라진 지식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와 같은 언급은 아이들뿐 아니라 우리 사회 일부의 힘을 앗아가는 도식인 어덜티즘과, 직관적이고 덜 정의하는 지식 체계를 가진 공동체를 억압하고 또 후원하면서 젊음과 관련된 측면들을 표현해온 우리 자신과의 교집합을 생각해보게 한다.
참여작가: 애드 미놀리티 Ad MINOLITI
출처: 페레스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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