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브레송
2016년 7월 1일 ~ 2016년 7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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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사진에는 경계가 없다. 피사체와의 거리도 없다. 앵글과의 경계도 없어 주변의 누군가에게 카메라를 쥐어 주고는 사진의 화면 속으로 자신이 들어간다. 이런 사진들은 일본과 한국을 수시로 넘나들면서 찍은 대상에 깊숙이 스며드는 방식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번에 사진가 양승우가 한국에서 발표하는 사진의 대부분은 2003년부터 2006년까지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찍은 사진이다. 여기에는 국적과 배경이 다른 하나의 집단이 존재한다. 그의 젊은 날의 초상이라 할 수 있는‘ 청춘길일’은 조직폭력배와 주변인에 대한 생생한 묘사다.
카메라는 폭력조직의 욕망, 금전, 마약, 매춘, 도박 등 적나라한 모습에 과감하게 다가간다. 때로는 자기 자신을 카메라의 앵글 속으로 던져 피사체가 되는 역할도 마다하지 않는다. 자기 스스로를 파괴하는 자유를 만끽하는 것이다. 격식에서 탈피한 사진을 통해 부족한 부분을보강해 하나의 사진 이야기를 완성하는 방식이다.
그에게 일본은 어떤 나라인가? 안타까운 일이지만 그의 사진이 일본의 현실을 정확하게 관통해도 그는 이방인일 뿐이다. 일본의 사진계에서 그가 기댈 언덕은 별로 없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것을 알기에, 구태여 이국 땅에서 인정받거나 사진을 팔려고 하지 않는다.
그가 사진집『 신주쿠 미아』에서 표현했듯 그는 자신의 현재 처지를 미아처럼 생각할지도 모른다. 일본공예대학대학원 예술학연구과에서 사진을 배우던 시절 관례를 무시하고 네 번 연속해서 장학금을 받은 것은, 그의 사진의 가능성을 일찌감치 알아본 일본인들이 막노동을 할 시간에 최소한의 작업이라도 하라는 배려이자 응원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한국과 일본 사이에는 역사만큼이나 부끄러운 사진사가 엄연히 존재한다. 일본 사진가들에게 우리는 사진의 소재가 되어 부끄러운 모습까지도 낱낱이 공개되었다. 먹고살기 빠듯했던 시기가 지난 1980년대부터 몇몇 분들이 일본에서 사진을 공부했다. 일본 사진의 선진적 요소와 유행을 여과 없이 받아들여 한국에서 재탕한, 이른바 살롱풍 사진이 유행하는 결과를 낳았다. 일본 사진사에 대해 약간의 이해가 있다면, 일본 사진의 큰 틀은 다큐멘터리라는 사실을 쉽게 알 수 있다. 그런데 왜 살롱풍의 사진을 맹목적으로 받아들여 한국 사진계에 비생산적 요소가 만연했는지 사진을 하는 입장에서 참으로 안타까웠다. 일본에서 재일동포에 대한 작업을 하는 동안 일본의 문화나 생활 혹은 치부를 깊숙이 들여다보는 혜안을 지닌 한국인 사진가를 만나 본적이 없었다. 그래서 양승우는 더욱 빛나는 사진가였고 반가운 사진가였다.
2005년 일본의 포토저널리스트들이 창간한 잡지『 데이스 제팬(Days Japan)』에서 주관하는 일본 국내 다큐멘터리상을 받은 고토부키초의 일용직 노동자 사진은 양승우가 본격적으로 일본에서 사진으로 승부를 걸겠다고 결심하는 계기가 됐다. 요코하마의 고토부키란 어떤 곳인가. 2-30년 전에는 한국인 노동자들이 엔고의 환상을 쫓아 모여 살던 음습하고 치안이 불안한 곳이다. 하루 벌어 하루를 쪽방에서 사는 사람들이 술과 도박에 빠져 허송세월하며 야쿠샤들의 입김에 놀아나는 그런 곳이었다. 선진국이라고 자부하는 일본에 이런 곳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치안과 주거환경이 열악했다. 필자는 1997년 몇 번 사진을 찍다가 대상 인물들과의 접근에 한계를 느껴 중단한 채 미완의 사진으로 남겨둔 곳이다. 그렇게 7-8년이 지난 어느 날 이케부쿠로의 허름한 자취방에서 그가 고토부키초 사진을 꺼내 놓았다. 그에게는 남들이 감히 찍으려고 엄두를 내지 못하는 사진을 찍거나 상황을 돌파해 나가는 능력이 있었다. 반갑고 한편으로 부끄러웠다.
신주쿠의 가부키초에서 노숙자로 생활하는 곤타라는 주인공의 일상을 다룬 사진으로, 2006년 신풍사 사진상을 수상하면서 자신의 사진 영역을 넓혀 나갔다.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노숙자에 대한 부정적인시선이 존재하는 것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필자 역시 동양 최대의 환락가라는 신주쿠에서 노숙자들과 교류하며 며칠을 함께 지내보았으나 그들의 삶을 이해하기 힘들었다. 일본 내 범죄율 1위라는 오명을 지닌 밤거리에서 안면부지의 사람들 사이에 끼어들어 현대 사회의 어두운 부분에 초점을 맞추는 것은 생각보다 많은 인내와 끈기를 필요로 한다. 긴 작업의 시간 속에서 그의 파인더에 보이는 것은 노숙 생활의 비참한 현실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 사회의 빈부격차가 낳은 사회의 내부로 들어가 인간의 내면을 편견 없이 담아냈다는 호평을 받았다. 그리고 2009년에는 프랑스 페르피냥에서 매년 열리는 국제사진저널리즘축제에 한국의 조직폭력배와 일본의 야쿠샤를 중심으로 한 사진을 발표하여 국제적으로도 인정을 받는 사진가가 되었다.
사소설이라는 일본 특유의 문학적 양식을 사진에 도입한 양승우를 둘러싸고 있는 동성애자, 야쿠샤, 노숙자는 자아정체성을 이야기하기에 충분한 사진이다. 그는 기록이 아닌 자기 이야기를 하는데 그 이야기는 소설의 형식을 닮아 있다. 자신의 모습이 어디까지가 허구이고 어디가 진실인지를 보는 사람들에게 되묻는다. 그러면서 순수예술과 다큐멘터리, 포르노그래피의 접점을 넘나든다. 그는 그렇게 신주쿠와 한국을 무대로 자신이 경험한 현실의 무거움과 욕망 그리고 자신의 일상을 사진으로 담아내는 것이다. 존재의미와 사진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그의 사진은 인간의 원초적 욕망에 눈길을 머물게 하는 매력이 있다.




출처 - 갤러리브레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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