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스페이스 영
2021년 5월 20일 ~ 2021년 6월 13일
누가 균형잡기를 시도할까? 아마도 그는 온전히 화해할 수는 없지만 속 시원히 포기해버릴 수도 없는 무엇들 가운데 있을 것이다. 몇몇 경우를 제외한다면 균형잡기를 수동적 반응이라고 볼 수도 있다. 스스로 어찌할 수 없는 갈등 요인으로 촉발된다는 점에서. 물론 피할 수 없다면 그 이상(理想)의 추구도 시도해봄직한 일이겠다. 찰나의 순간일지언정 아슬아슬한 긴장 속에서 절묘한 조화를 이루는 경지에 다다를 수도 있을 테니 말이다.
《밸런스》라는 제목은 균형을 이루려는 시도가 이 전시의 기저에 존재함을 알린다. 균형의 모색은 다양한 층위에서 발생한다. 일차적으로 그것은 명백히 다른 인격체인 두 작가가 작업실을 공동으로 사용하며 벌어지는 나눔의 과정을 가리킨다. 둘째로 균형이라는 단어는 두 작가에게 공통적인, 화면의 조형적 구성에 대한 각별한 관심을 표명하는 것처럼 보인다. 나아가 그들 각자가 회화로 다루고자 하는 모순적인 욕망, 그것이 야기하는 긴장을 해소하기 위해 택한 회화적 방법론을 반영한다.
예컨대 양현모의 〈이미지 러-버〉는 융단폭격처럼 쏟아지는 이미지들에 이끌리면서도 그로부터 자유롭고자 하는 양가적 태도의 산물이다. ‘러-버’는 지우개를 뜻하는 ‘Rubber’와 애호가를 뜻하는 ‘Lover’가 가진 발음 상의 유사성을 이용한 중의적 표현으로, 이 같은 작가의 태도를 직접적으로 드러낸다. 작가는 인상적인 이미지를 채집한 후 그것을 캔버스 위에 그리고, 지우고, 다른 이미지를 덧붙이며 화면을 구성해나간다. 작가에게 이 과정은 만족스러운 화면을 얻기 위한 조형적 선택인 동시에 이미지 사이의 역학 관계를 재조정하는 일이기도 하다. 실시간으로 피드를 장악하는 패권적인 기호가 점유하던 공간은 새로이 분배되어 희미하고 사적인 이미지들이 기거할 자리를 마련한다.
제목이 명시하듯 이희준의 〈이미지 아키텍트〉는 회화와 건축이라는 상이한 체제를 절충하는 시스템이다. 작가는 카페, 미술관, 체육관 등 특수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건축적 구조가 주는 경험을 이미지로 옮긴다. A4용지에 흑백으로 출력한 건축물 사진을 차곡차곡 붙이고 캔버스의 빈 칸을 “스도쿠를 풀듯” 추상적 형태로 채워나가는 방식이다. 건축에 이미 회화적 요소가 깃들어 있었던 것처럼 회화는 수직과 아치의 형태, 거친 회벽의 질감과 같은 건축적 요소를 환기한다. 이렇듯 끊임없는 상호-지시로 인해 그의 회화는 독특한 위치를 점한다. 아마도 중요한 것은 그 위치의 전략적 효과다. 경험적 실재의 회화적 반영이라는 주장의 궁색함(필연성을 찾기 어려운)과 회화로 회화를 다룬다는 과제의 지루함(이미 역사가 된)에서 비롯되는 함정 모두를 피해가는.
이들 회화에 구현된 균형의 상태는 정지되어 있다기보다 이쪽저쪽으로 계속해서 진동하는 과정 속에 놓인다. 결코 단번에 지각되지 않는 ‘오리-토끼’ 그림처럼 지워진 것이었다가 각인된 것으로, 평평한 이미지였다가 3차원의 구조를 내포하는 것으로 순식간에 태세를 전환한다. 작품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작가가 화면의 시각적 효과와 의미론적 당위 사이를 오가듯, 작품을 읽는 이에게 회화적 균형은 그것이 가리키는 서로 다른 조건을 향해 기울어졌다 멀어지기를 반복하며 서서히 맞추어진다. 균형을 모색하는 행위에 이런 과정이 이미 내포되어 있을지라도, 균형이라는 단어가 암시하는 이상적 상태가 모종의 성공 서사에 가까울 수 있다는 사실을 경계하며 글을 마치고자 한다. 무엇에도 치우치지 않겠다는 말은 도리어 무엇도 온전히 확보하지 못했다거나 주어진 조건을 지나치게 의식했음을 보여주는 것은 아닐까? 물론 두려운 이야기지만, 이것을 다음 질문으로 제안해본다. 어떻게 넘어질 수 있을까? / 이주연
참여작가: 양현모 이희준
기획: 이주연
출처: 아트스페이스 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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