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레퍼런스
2023년 12월 13일 ~ 2023년 12월 24일
이런 꿈을 꾸었다. 마치 우주에 홀로 남은 듯, 나는 칠흑같이 어두운 공간에 서있었다. 허리 밑에는 은빛으로 물결치는 밀밭이 있었다. 불현듯 내 귓가에 어떤 여인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녀는 속삭이며 나지막이 당부했다.
‘작은 밀알 하나가 밀밭을 이룬다는 것을, 당신은 잊지 않아야 할 것입니다.’
나는 어두운 숲으로 걸어 들어갔다. 어둠 속에서 서서히 시야가 밝아질 때쯤,
수많은 사람들이 숲의 일부가 되어 잠들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잠이 내려앉은 그들의 눈꺼풀은 상아처럼 창백했고 아름다웠다.
왜인지 나는 그들이 깨어나는 것이 두려웠다. 한참을 숨죽여 숲 속을 걸었다.
나는 이 꿈에서 벗어날 수 없을 거라고 근심하며 잠에서 깨어났다.
그렇게 잠 없는 밤은 계속되었다. (작가노트 中)
어느 날 나는 수수께끼 같은 꿈을 꾸었다. 꿈 속에서 누군가의 나지막한 귓속말이 들렸다. ‘작은 밀알 하나가 밀밭을 이룬다는 것을, 당신은 잊지 않아야 할 것입니다.’ 간절히 당부하듯 귓가에 속삭이던 목소리가 여전히 생생하다. 매일 밤 수수께끼 같은 꿈을 꾸었고, 그렇게 ‘잠 없는 밤’이 계속 된다. 꿈의 편린들 속에서 지난 속삭임의 정체를 알아갈 수 있었다. 매일 밤 나에게 찾아오는 꿈, 꿈이 그토록 나에게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염지희 개인전 《The Ornament Hermit: "I dreamed of this."》는 여러 날의 꿈을 통해 꿈의 메세지를 찾아가는 작가의 이야기와 작품을 선보인다. 전시는 사진에 드로잉을 더한 흑백의 콜라주 회화와, 꿈의 이야기를 언리얼 엔진으로 제작한 3D 게임 작품의 스크리닝으로 구성된다. 잠 없는 밤, 꿈의 이야기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염지희 Jihee Yeom
순수회화와 영상영화를 전공하고, 콜라주 회화를 중심으로 한 다양한 장르 실험과 협업 기반의 프로젝트를 제작하고 있다. <히스테리로부터 충동의 무대로>(2013), <코르푸스:놀리메탄게레>(2016), <냉담의 시>(2017)등의 작품을 발표했으며, <나는 미래를 보았다>(2018), <From Moon To Face>(2020), <토성의 고리>(2023)등의 협업 기반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주로 문학적 상상력을 기반으로 작품의 테마와 프로젝트를 제작한다. 다양한 테마들을 관통하는 주제는 인간의 삶이 가진 본질과 고유한 부조리를 질문하고 탐구하는 것이다. 나아가 입체적인 서사와 주관적인 이미지를 통해 감상자와 함께 테마를 탐구할 수 있는 예술적 체험의 메커니즘을 연구하고 있다.
www.yeomjihee.com
출처: 더레퍼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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