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스빠스71
2015년 8월 1일 ~ 2015년 8월 8일
우리의 삶은 여러 사람을 만나고 사귀는데 의미가 있다. 사람을 역에 비유하자면, 역에 정차하지 않는 열차의 차장은 곧 졸기 시작하며 이내 잠이 든다. C 프린트, 73×110cm, 2015
오경훈(IVEGAKETDON)의 도시 풍경은 배트맨이 등장하는 영화 다크 나이트(The Dark Knight, 2008)의 고담 시가 발산하는 어둡고, 음산한 도시와 닮아있다. 그의 사진에서는 도시라는 인공적 환경에서 사람의 모습은 존재하지 않는다. 대신 우리가 마주 보는 것은 도시경관의 다양한 패턴, 규칙적으로 디자인된 질서정연한 건물을 엿보게 된다. 카메라의 각도는 대부분 로우 앵글로 처리 되어있다. 작가가 선택한 로우 앵글은 도시를 바라보기 위한 전형적인 수법이다. 그런 이유는 도시가 원경보다는 근경이 더 친근한 경험적 대상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즉 시골풍경의 경우 정적인 이미지가 원경으로 다가오는 수평적 경험이라면, 도시의 경우는 시각적 경험이 수직적으로 다가온다. 인간이 도시에서 지각하는 것은 도시의 풍경이 멀리 펼쳐져 있는 것이 아니라 고층건물들이 시선을 가로막고 있다는 것이다.
작가는 가로막은 도시를 바라보면서 어떤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오경훈(IVEGAKETDON)은 도시의 구조를 “도시의 아주 거대한 마천루에는 건물주 혹은 어떠한 기업이 있다. 그 건물을 만들기 위해 건물주가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는지, 그 노력으로 인해 얼마나 많은 사람이 피와 땀을 흘렸는지 알아야 한다. 그런 건물들을 만나 사진에 담아 편집을 했다. 굳이 비극이라는 장치가 필요가 없더라. 그냥 마천루 자체가 비극이다” 라고 진술하고 있다. 이처럼 작가는 도시에서 건물을 만들기 위해서 인간의 노동력이 들어가 있는 현실을 비극적이라고 생각한다.
철학적인 의미에서 비극의 기원을 살펴보면 이렇다. 니체(Nietzsche)의 저서 < 비극의 탄생>은 표지모델을 프로메테우스를 선택했다. 그는 자신에게 고통을 안겨주던 독수리를 죽이고 쇠사슬에서 풀려난 거인이다. 그에게는 자신의 의지로 사는 것만 남았다. 비극은 슬픈 이야기만 전달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다. 춤추고 노래하고 웃을 수 있는 삶의 의지를 강하게 제공하는 예술작품이다. 고대 그리스는 비극문화와 함께 황금기를 맞이했는데 이것은 몰락의 위기에서 두 번의 페르시아 전쟁에서 승리를 거두었기 때문이다.
그리스인들에게 비극적 신화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그렇다면 전사들은 왜 비극을 원했던 것인가? 그 이유는 전사들이 죽음을 준비하는 마음 때문이다. 비극은 무대에서 배우들이 고통을 감당하는 슬픈 얘기에서 시작해서 축제로 끝나기 때문이다. 이처럼 타인의 고통스러운 과정을 바라보면서 즐거움을 느낀다. 이를테면 우리가 일상에서 드라마를 보면서 주인공이 고생하는 상황을 울면서 끝 가지 보는 것은 그 다음에 얻는 쾌감의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오경훈(IVEGAKETDON)의 도시가 지닌 시각적 가치를 생각해 보면, 인간의 모습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고, 도시의 건물을 바라보면서 그 안에 숨어있는 인간의 노동력, 고통, 비극적인 상황을 간접 화법으로 표현한다는 점에서 많은 의미를 지니고 있다.

뜬 구름을 잡으려 하는 것이 자신의 삶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인 것 같다., C 프린트, 73×110cm, 2015

삶을 잘살기 위한 필요조건 중 한가지는 완벽한 거짓말이다., C 프린트, 110×73cm, 2015
출처 - 레스빠스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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