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크갤러리
2017년 5월 25일 ~ 2017년 6월 24일
You are a Space
조정란, Director, nook gallery
지극히 절제된 선으로 전시 공간을 가르는 공간드로잉은 고요하고 긴장된 떨림을 가져온다. 단순한 선으로 구성된 설치는 그 선으로 갈라져 생성된 공간을 동시에 보여준다. 수학적 계산에 의해 그어진 이성적인 선은 감성적이고 서정적인 느낌을 불러온다. 사진이지만 조각적인 입체 구조를 가진 검은 사각형 액자는 선이 만들어 낸 조각설치 옆에 나란히 걸린다. 서로 다른 언어로 한 공간을 점유하는 두 작가의 공간드로잉은 조용히 관객을 만난다. 관객은 작품에 조금씩 관여하며 대화를 시작한다.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의문은 전시 공간 전체에 흐른다. 오종의 보일 듯 말 듯 한 선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사각의 공간을 보게 된다. 주의 깊은 관객의 시선은 보이지 않는 또 다른 공간을 만나기도 한다.
최소한의 본질을 추구하는 미니멀리스트 아그네스 마틴 책의 더스트 쟈켓만을 찍은 정희승의 사진은 보이지 않는 책의 존재를 이야기하고 있다. 한동안 미술계에서 사라져 보이지 않는 곳에서 계속해서 작업하던 아그네스 마틴은 보이지 않는 책과도 같으리라. 그녀의 절제된 그리드 작업과 미세한 선의 떨림은 가장 순수한 정신세계를 보여준다.
백내장으로 뿌옇던 시야가 수술에 힘입어 새로운 세상을 보게 되는 경험을 써 내려간 존 버거의 책에서 영감을 얻어 만든 폭포사진은 정희승의 갈등을 말해주고 있다. 백내장(cataract)의 어원인 폭포가 눈앞에 드리워져 있어 보지 못하는 세상은 감은 눈으로 볼 수 없는 세상과도 같다. 눈을 감아도 보이는 그 무언가를 작가는 보고 싶어 할지도 모른다. 정희승의 작품 ‘25살’의 꿈을 꾸는 듯, 감은 눈은 과연 무엇을 보고 있을까.
미세한 선으로 균형 있게 들어 올려 진 폭포사진은 보이지 않는 세계를 보고자 하는 두 작가의 바램을 보여준다.
전시 ‘You are a Space’는 작품과 관객이 주고받는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들어보는 만남과 대화의 공간을 만들어 본다.
본 전시와 함께 오종의 책 ‘주고 받는 모서리’가 동시에 발간된다. 책이라는 형식을 공간적으로 해석한 드로잉 작업으로 헤적프레스와 협업으로 진행 되었다. 여기에 또 다른 담론이 생성되기를 기대한다.
작가 약력
오종 Jong Oh
오종은 실내 공간을 기반으로 장소 특정적인 설치 작업을 한다. 실, 나무 막대, 쇠막대, 낚싯줄, 연필선 등 매우 단순하고 선적인 재료들을 이용하여 공간에 즉흥적으로 반응하는 건축적인 구조물을 설치한다. 공간은 작품의 크기, 모양, 한계를 결정하고, 작품은 제한된 공간 안에서 조심스럽게 구축된다. 중력, 빛, 그림자도 작업의 필수적인 요소들이다. 아슬아슬하게 균형 잡은 오브제들과 허공을 가로지르는 실의 장력은 전시 공간의 팽팽한 긴장감을 조성한다. 공간과 작품의 경계는 모호해지고, 익숙했던 공간은 관객들에게 새롭게 인지된다. 인내심을 가지고 주의를 기울여야 비로소 본 모습을 드러내는 그의 설치물은, 빠르고 과열된 일상의 관객들에게 침착함을 요구하며 사색을 끌어낸다.
오종(b. 1981)은 홍익대학교 조소과에서 학사와 뉴욕 스쿨오브비주얼아트에서 석사를 마쳤다. 마크스트라우스 갤러리(2016, 뉴욕, 미국), 크린징어 프로젝트(2015, 빈, 오스트리아), 요한헴펠 갤러리(2015 라이프치히, 독일/2013 베를린, 독일), 마르소 갤러리(2014, 멕시코 시티, 멕시코), 등에서 개인전을 개최하였고, 갤러리 팩토리(2015, 서울, 한국), 가크(2015, 브레멘, 독일), 아르터(2015, 이스탈불, 터키), 트리니티 뮤지엄(2013, 뉴욕, 미국), 브릭(2012, 뉴욕, 미국), 두산 갤러리(2010, 뉴욕, 미국) 등 다수의 그룹전에 참여했다.
정희승 Heeseung Chung
정희승의 작업은 사진은 침묵한다는 단순한 사실을 종종 상기시킨다. 종이봉투, 의자, 매트리스와 같은 일상적인 사물과 때때로 신체의 일부를 비결정적인 상황에 위치시키는 정희승의 사진은 사물과 사진적 재현 사이의 미세한 균열을 탐구하며 사진적 의미의 불가능성에 대해 지속적으로 질문해왔다. 거트루드 스타인의 유명한 시구를 차용한 근작 <Rose is a rose is a rose>는 15송이의 각기 다른 장미의 초상을 통해 이러한 균열을 조용히 마주하게 한다. 여기서 장미는 그것이 떠올리는 진부한 관념들로부터 점차 잡히지 않는, 그러나 날카로운 감각을 일깨우며 더이상 알수없는 대상으로 변모해간다. 이 마법적인 변용을 통해서, 작가는 언어와 이미지 사이의 불가능한 관계를 응시하며 바로 이 사진매체의 실패와 좌절의 순간으로부터 이미지의 시적 가능성을 찾는다.
정희승 (1974)은 홍익대학교 회화과를 졸업하고 런던 컬리지 오브 커뮤니케이션에서 사진 석사를 마쳤다. 주요 개인전으로는 페리지 갤러리 (2016, 서울), 피케이엠 갤러리 (2014, 서울), 아트선재센터 (2013, 서울)와 두산갤러리 (2012, 뉴욕)등이 있고, <사진, 다섯개의 방> 두산갤러리 (2016, 서울), <아주 공적인, 아주 사적인> 국립현대미술관(2016, 서울), <공간의 대화> 영국문화원 (2015, 런던), <거짓말의 거짓말> 토탈미술관 (2015, 서울), <아트스펙트럼 2014> 리움미술관 (2014, 서울), <사진과 미디어: 사진에 관하여> 서울시립미술관 (2014, 서울) 등 다수의 그룹전에 참여하였다.

좌: 정희승, 25 years , Archival pigment print, 80x59cm, 2017
우: 오종, Wall Drawing #3, string, paint, pencil line, 34x61x16.8cm, 2017

정희승, Untitled, Archival pigment print, 84x63cm, 2017

정희승, Golden, Archival pigment print, 87x64cm, 2017
Opening reception
2017년 5월 25일 목요일 오후 6시
출처 : 누크갤러리
* 아트바바에 등록된 모든 이미지와 글의 저작권은 각 작가와 필자에게 있습니다.
운영시간
월요일 휴관
화요일 11:00 - 18:00
수요일 11:00 - 18:00
목요일 11:00 - 18:00
금요일 11:00 - 18:00
토요일 11:00 - 18:00
일요일 휴관
휴관: 일요일, 월요일
모든 프로그램은 주최측의 사정으로 변경될 수 있으니 자세한 내용은 홈페이지를 확인하시기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