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노이즈
2019년 10월 4일 ~ 2019년 10월 11일
이인은 그림이 객체가 아닌 주체로서 발화한다고 믿는다. 그는 그림이 작가의 매개(media)로서 이용되는 것을 경계하며, 생명력을 가진 존재로서의 그림 자체를 부각시키는 데에 집중한다. 결국 그에게 작업이란, 목적에 의해 행위하고 그 결과물에 개념과 의미를 부여하는 일련의 인간성과의 적극적 대립이다.
인간으로서 당연하게 분비되는 자신의 인간성, 곧 작업에 있어서의 ‘의도’를 최소화하기 위해 그는 그리기보다는(drawing) 종이와 천 위의 흔적을 쫓는다(tracing). 그는 비어있는 표면을 가만히 들여다보는 데 작업시간의 대다수를 할애하는데, 이는 표면이 생겨나고, 보관되고, 옮겨지는 과정에서 가지게 된 구김이나 흔적, 이물질을 발견하기 위함이다. 이인은 그 중 가장 강하고 아름답게 느껴지는 선을 쫓다가, 나타나게 된 형상이 어떠한 존재에 가깝다고 느낌과 동시에 작업을 그만둔다. '그리는' 것보다 '드러내는' 것에 가까운 이 과정을 통해, 그는 그림 이전의 공백이 본래부터 지니고 있던 형상을 표면 위로 떠올린다.
이번 전시에서는 그 중 이인이 생각하는 시(詩)적 작업들을 선별해 보여준다. 해와 달과 별, 요정, 동물 등의 동화적 요소가 담긴 추상들은 일면 어린아이의 순진무구한 낙서와도 같지만, 작가의 피조물보다는 자연물에 가까운 생명력이 담겨있다는 점에서 낯설다. 이인이 포착하는 존재들은 그에게 보답하듯 희망적 세계관을 제시한다. <요정들>은 우리를 둘러싼 존재 혹은 잔여에 관한 전시이다.
- 김미성
이인이 모으고 다니는 버려진 물건들은 사람들의 추함을 상징한다. 사람들은 자신들의 효용성을 위하여 대상에 자의적인 본질을 부여한다. 사람들이 대상에 부여한 본질은 어떠한 당위성도 없다. 그것은 온전히 사람들의 이익을 위한 효율적인 계산일 뿐이다. 이러한 본질부여는 대상의 목적을 보지 못하게 하고 대상의 아름다움을 감춘다. 세상의 모든 것들은 자신만의 방법이 있고 자신만의 목적이 있다. 사람들이 부여한 본질에 의해 사람들의 이익을 위한 수단이 되지 않을때 그들은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갈 수 있고, 아름다워질 수 있다.
사람들에 의해 목적이 부여된 대상들은 버려진 후에야 그러한 목적으로 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다. 이인은 버려진 물건들의 아름다움을 찾아다닌다. 이인은 효용성이 없어 아무도 쳐다보지 않는 꽃과 나무를 찾아다닌다. 인간의 관점에서 바라본 효용성이 아닌 대상 그 자체의 아름다움을 느끼는 것이다. 세상 모든 것은 제각기 다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다. 이인의 작업을 볼때면 이러한 우주의 아름다움을 느끼게 된다. 우리가 인간으로써 지나쳐가고 의미와 목적을 전복해버린 일이 얼마나 많은지 깨닫게 된다.
- 류재영
출처: 백색소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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