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브릭갤러리
2026년 9월 18일 ~ 2026년 10월 25일
'자연 곁'은 2024년 가을, 카페에서 이야기를 나누다 시작된 그룹입니다. 다 같이 전시를 보고 나온 자리였습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역에서 어떻게 그림을 그리는 게 좋을까 얘기를 나누는데, 자연을 소재로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 여럿 있었습니다. 저에겐 그게 하나의 흐름처럼 보였고, 그냥 흘려보내지 말자고 이야기했습니다. 언젠가 각자 다른 이야기를 하게 되면 그때 그만두면 되니까. 지금은 계속 이야기를 나눠보자고 했습니다. 왜 우리는 자연에 기대어 그림을 그리는지.
우리는 경남이라는 물리적 환경, 90년대생이라는 비슷한 삶의 시기, 자연의 성질을 소재로 하는 작업을 한다는 공통점만을 가지고 뚜렷한 목적 없이 그저 흘러가듯 이야기를 해보고자 했습니다. 그러다 무언가 건져 올려지는 것이 있다면, 그게 무언지 알아보기로 하고요.
2025년에는 각자 작업일지나 일기, 단상 같은 것들을 꾸준히 공유하고, 이를 바탕으로 글을 쓰는 장참미가 본인의 삶에 빗대어 글을 쓰기도 했습니다. 그것들을 모아 지난해 말 《자연 곁》이라는 전시를 열었습니다. 전시는 그 과정이 남긴 결과 중 하나였습니다.
그 기간 동안 알게 된 건 '자연'이 작가 각자에게 다른 의미로 작용하고 있었다는 것이었습니다. 우리 중 몇은 그리는 대상이 비슷했습니다. 산과 하천, 꽃과 풍경, 사생. 장르가 다를 뿐 비슷한 곳을 바라보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서로의 글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알게 된 건 모두가 다르게 생각하고 다르게 바라보고 다르게 느낀다는 것이었습니다. 자연이라는 단어가 너무 커서, 우리는 각자 그 단어의 일부분만 쥐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올해는 각자 있는 자리에서 각자의 작업을 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경남의 자연이라고 말하기 어려웠고, 각자의 곁이 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자연 곁에서 그림을 그리는 우리라는 생각은, 늘 우리 곁에 있었던 자연 속에서 살아간다는 생각으로 바뀌었습니다.
오랜 시간 흘러온 강이나 늘 그 자리에 서 있는 산 앞에 서면, 우리는 긴 시간의 일부가 됩니다. 그리고 고개를 숙여 우리보다 짧은 시간을 사는 꽃과 풀을 바라보면 그들이 우리의 그림과 삶에 들어오곤 합니다. 서로에게 속하고 서로를 비추며 사는 일.
전시 제목에서의 '우리'는 사람이기도 하고 자연이기도 합니다. 사실 세상에 자연 아닌 것이 어디 있을까 싶습니다. 그러니 이 이름에서 중요한 건 자연보다 뒤에 붙은 '곁'인지도 모릅니다. 곁에 있는 것을 인식하는 것. 관심을 가지는 것. 관심에서 시작해 질문을 던지고 대답을 듣는 것. 말이 통하지 않는 상대일지라도 그렇습니다. 모든 질문과 관심과 사랑은 곁에서 시작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다르게 보고 다르게 느끼면서도 같은 자리에 있었다면, 아마 그 때문일 것입니다.
이번 《우리 곁》은 강혜지, 조현수, 장건율, 천정민, 박준우, 최수연 6명의 작가가 참여하는 전시입니다. 작가들은 물리적으로든 정서적으로든 자신의 곁에 있는 것들을 작업으로 보여줍니다. 볼에 스치는 바람, 디디고 있는 땅, 눈가에 닿는 풍경, 일기의 한 문장처럼 우리 곁에서 흘러가고 있는 것들을 여섯 사람의 시선으로 풀어낸 자리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참여 작가: 강혜지, 박준우, 장건율, 조현수, 천정민, 최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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