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
2026년 1월 15일 ~ 2026년 2월 8일
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 19기 결과보고전 《울리는 낮, 잔향의 밤》은 14인의 예술가가 입주기간 동안 서로의 시공간을 겹치며 공명했던 상호성과 창작의 기록이다. 작가들은 작업실과 전시실, 그리고 각자가 떠안은 현실의 문제를 오가면서도 집요하게 사유하고 감각하며 각자의 세계로 깊이 잠기는 과정을 반복했다. 그 지난한 과정 속에서도 작업실 벽을 맞댄 서로를 향해 귀를 기울이며 타인의 작업을 살피고 응답했다. 그 울림은 개별 작업에 머물지 않고, 관계와 대화, 공동의 경험으로 확장되었다. 지난해 릴레이 개인전을 통해 작가 개인의 성과를 집약적으로 선보였다면, 이번 결과보고전은 입주기간 전체의 과정에서 축적한 질문과 감각을 보여준다.
강지윤은 선명한 사실이라 일컬어지는 것들에 의문을 품으며, 흐릿하게 남는 잔상이 더 본질에 가까운 것이 아닌지 묻는다. 이제는 더 이상 손으로 온기를 감각할 수 없게 흔적으로 남은 존재들과 자신의 간극을 가늠하며 기억을 더듬고 바라본다.
거니림은 도시의 질서 속에서 이름을 잃은 생명들을 정면으로 바라보며, 우리가 무심히 통과해온 태도의 윤곽을 드러낸다. 인간이 마음 두지 않는 존재들에 대해 가차없는 현실을 파고들어 지속해서 질문을 남기며 기록하고 있다.
김서량은 도시를 구성하는 다양한 요소들이 객체로 분절되지 않은 채 하나의 흐름으로 얽히는 지점을 소리로 드러낸다. 청주의 여름과 소각장을 배경으로, 사라지고 생성되며 다시 흐르는 도시를 사운드스케이프로 펼쳐낸다.
김유진은 물이 머무르고 흐르는 순간을 통해, 시간이 개인의 내면에 스며드는 방식을 조용히 바라본다. 차와 찻자리를 매개로 이어진 그의 작업은 순환이라는 관념을 감정의 안식처이자 다시금 나아갈 시작점으로 되돌려 놓는다.
문지영은 장애와 돌봄의 전선에서 차오르는 감정의 균열과 질문들을 기반으로 더욱 돋아나는 애정을 화면 위로 끌어낸다. 구조의 문제점을 적시하는 것이 아니라, 더불어 살아가는 모든 이들을 오롯이 바라보는 태도로 포착한 가족의 일상을 담아낸다.
민혜기는 정교하게 설계한 기계장치들을 통해서 되려 세상을 이루는 최소 단위가 얼마나 불안정한지를 언급한다. 계산과 통제의 언어를 빌리되, 끝내 불완전한 영역으로 귀환하며 미시적인 요소들의 합으로 이루어진 이 세계를 다시 바라보게 한다.
이주영은 대상을 바라볼 때 아주 내밀한 감각들을 오래도록 쌓아 올리며 곁을 지킨다. 그의 작업 또한 그러한 시선을 닮은 밀도로 드러난다. 구조를 잡고 색을 절제했던 시기를 지나며 고요하지만 쉬이 떠날 수 없이 붙잡아 깊이를 남긴다.
이학승은 자신의 방식과 기준으로 타인을 해석하지 않고, 그들이 세계를 받아들이는 방식으로 스스로를 새롭게 리세팅하며 인식의 체계를 확장하려 시도한다. 소리를 매개로 한 그의 실천은 개인의 경험을 공동의 언어로 전환하며, 감각의 경계를 다시 쓰게 만든다.
전기수는 공동체 안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마찰과 소음을 외면하지 않고, 그것을 최소화하려는 태도 자체를 작업의 중심에 둔다. 그는 옳고 그름을 단정하기보다 각자의 생존이 만들어내는 작용들을 들여다보며 다른 감각으로 치환한다.
정철규는 함부로 규정짓고 상처입힌 자들에 의해 숨겨지거나 조용히 감정을 삼켜내야했던 이들이 머물 수 있는 틈과 온기를 만들어낸다. 그의 작업은 사랑으로 환대받고자 하는 솔직한 욕망을 섬세하고 다양한 방식으로 풀어내고 품어낸다.
조민아는 갈등과 분열이 일상이 된 세계 한가운데서도, 아직 닫히지 않은 가능성의 지점을 조심스럽게 붙잡는다. 차분하고 신뢰 가능한 태도로 관계를 쌓아가듯, 그의 작업 역시 충돌과 불안을 과장하지 않고 세심하면서도 유쾌하게 삶의 유동적인 면을 그려낸다.
한송이는 현대사회 속에서 개인의 영역이 지켜지지 않는 경험으로 인해 자신만의 비밀을 간직할 기회를 박탈당했던 이들을 고려하며 보듬는다. 그의 작업에는 세밀함과 느슨한 리듬이 함께하는데 내면의 감각을 분명하게 남기면서도 언어화하지 않는 방식을 보인다.
한이경은 사소하고 다정한 감정들이 어떻게 구조화되고 소비되는지를 일상의 사물과 공간을 통해 천천히 드러낸다. 밝고 섬세한 정서를 바탕으로, 관람자가 무심히 지나쳤을 표식과 물성에 잠시 멈춰 서서 다시 바라보게 만드는 지점을 생성한다.
현승의는 낭만이라는 이름 아래에 침전된 방치와 폭력을 가시화한다. 정제된 무채색의 화면과 치밀한 구성 속에는 우리가 외면해 온 시간과 장소의 무게가 응축되어 있다. 위트 있는 요소들은 비극을 완화하지 않고 오히려 끝까지 시선을 붙든다.
활발했던 낮의 기록들은 축적한 감각과 질문들로 사라지지 않고, 잔향으로 남아 다음 시간을 예비한다. 《울리는 낮, 잔향의 밤》은 종결의 어둠이 아니라, 새로운 낮으로 향하는 숨결의 밤을 보낸다. 19기 입주작가 14인은 이번 전시로 레지던시를 마치고 각자의 낮을 향해 나아가지만, 이곳에서 형성된 태도와 감각은 이후의 작업 속에서도 지속적으로 호응할 것이다. 그들이 또 다시 맞이할 낮과 밤들이 찬란한 소식으로 전해지길 바란다.
참여작가: 강지윤, 거니림, 김서량, 김유진, 문지영, 민혜기, 이주영, 이학승, 전기수, 정철규, 조민아, 한송이, 한이경, 현승의
출처: 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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