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 테미
2023년 10월 10일 ~ 2023년 10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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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아피클스’는 그룹 위아피클드의 첫 전시이다. 3명의 작업자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피클’을 해석한다. 피클의 사전적 정의에서 출발하여 절임음식, 장기간 보존, 밀봉하여 보관, 나아가 보호와 간직 까지 뻗어 나간다. 작업자들은 보편성을 만나려 개인적인 수집물부터 꺼냈다.
허은선 <평화보존도감>
허은선은 최근 몇 해 받아들여야만 하는 상실을 연속적으로 겪으면서, 그 자리에 머물러있는 존재를 찾기로 했다. 마음의 체중을 실어 기대도 밀리거나, 쓰러지지 않는 무엇. 작가는 그것을 ‘돌’에서 찾았다. 돌을 주으러 산과 강과 바다로 다녔다. 돌을 줍는 행위는 혼란 속에서 일상을 지켜내고, 마음의 평화를 보존하기 위한 갖은 노력중의 하나라고 그는 말한다. 돌 이외에도 쓸데없어 보이는 물건에 의미를 실어 사적인 공간에 꾹꾹 채워 넣었다.
이번 작업은 그가 이루어 낼 <평화보존도감>의 서문이 될 것이다. 도감 안에는 오늘과 내일의 평화를 보존하기 위한 것들이 담겨져 있을 것이고, 그 안에는 현재 몰두해있는 산과 강과 바다에서 주운 돌, 종교 없는 사람이 모으는 종교적 오브제, 건망증 심한 사람이 만든 신발장 외장하드, 할아버지가 할머니에게 주고 할머니가 그에게 전해 준 반지, 그가 풍경들, 드로잉이 있다. 작가만의 생각으로 모아 낸 잡동사니들이 새로운 의미가 되어 들어있다.
박정민 <Memory sampling>
박정민은 2013년 1월에 기묘한 꿈을 꾼 뒤로 삶은 리부트한다. 전생에서 남겨진 기억을 가지고 안으로 향하던 힘의 방향을 밖으로 전환해 세계와 자신을 탐험한 시간이 10년 축적되었다. 그간 계절과 시간이 다른 여러 나라를 옮겨 다니며 모으고 기록한 것을 펼쳐놓는다. 작업자는 어떤 날의 생각은 과거나 미래의 다른 경험과 연결되었고 또 어떤 날의 생각은 어디에도 가닿지 못한 채 고립되었다고 전했다.
그의 피클은 남반구에서 팬데믹을 겪으며 내보이지 못했던 것들이다. 꿈과 환상과 현실이 뒤섞인 그의 작업은 한동안 그곳에 정박해있었다. 모두 데이터로 도착한 그의 작업은 텍스트, 이미지, 사운드 등 어떤 방식으로는 말하려 했음을 보여준다. 그의 작업물들은 불확실의 바다를 헤쳐나가는 그의 투쟁기록이자 항해일지다.
김보람 <겹겹이>
김보람의 피클은 편지 상자에서 추려낸 사람들의 글씨를 베껴쓰는 것으로 시작했다. 시시콜콜한 내용으로 가득찬 개인적인 편지들, 아버지가 한해 동안 사용한 달력에 트레싱지를 대고 그대로 옮겼다. 각자 다른 글씨체를 가진 인물들이 기록하려 했던 것들을 그가 다시 옮겨 기록했다. 그 이후 보낸이와 받는이 두 사람을 떠올리며 같은 뒷모습의 인물을 드로잉했다. 나아가 이 모든 바탕에는 사랑이 있을 것이라 그 나름대로 사랑을 이루어주는 재료들을 채집하고 ‘사랑의 묘약’ 레시피를 만들었다. 또, 2021년 페인팅으로 작업한 <이봐 좀 더 힘을내>의 씨앗이 된, 식물에 매듭을 지어준 사진을 출력하여 코팅하고 커튼처럼 만들었다. 작가가 지난 프로젝트를 다시 꺼낸 이유는 그가 촬영한 화면에는 등장하지 않는, 식물이 쓰러지지 않도록 겹겹이 칭칭감은 손길을 관객에게도 보여주고자 함이다.
그밖에, 그래도 건강하게 살자며 외치는 지라시, 박정민과 김보람이 2015년 만들어 뿌린 무가지, 일기, 각종 오브제들을 전시한다.
사물에 일어난 변형을 볼 때 우리는 시간을 읽는다. 사물은 각각의 쓰임에 알맞은 형태를 지니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중의 몇은 개인적, 사회적 시간에 쓸려 기능과 형태에 변형이 생긴다. 작업자들의 ‘피클’은 영원히 보존할 수 없다. 저마다의 사정으로 부식되거나 공기가 닿아 썩어버릴 것이다. 이 전시는 사물에 축적된 기억을 가두려 애쓴 흔적을 보여주고자 한다. (지만 결국에는 기능을 잃고 원형을 잃어가는 과정이다.)
전시일정
10. 10 (16:00 – 18:00)
10. 11 ~ 16 (13:00 – 18:00)
10. 17 (12:00 – 14:00)
*이 전시는 대전광역시, (재)대전문화재단에서 사업비 일부를 지원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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