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산문화회관
2018년 3월 30일 ~ 2018년 5월 27일
박경제, 345kV, 철, 혼합재료, 가변설치, 2016~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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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산문화회관의 기획, 「유리상자-아트스타2018」전시공모선정 작가展은 동시대 예술의 낯선 태도에 주목합니다. 올해 전시공모의 주제이기도 한 '헬로우! 1974'는 우리시대 예술가들의 실험정신과 열정에 대한 기억과 공감을 비롯하여 ‘도시’와 ‘공공성’을 주목하는 예술가의 태도 혹은 역할들을 지지하면서, 동시대 예술의 가치 있는 ‘스타성’을 지원하려는 의미입니다.
4면이 유리 벽면으로 구성되어 내부를 들여다보는 관람방식과 도심 속에 위치해있는 장소 특성으로 잘 알려진 아트스페이스「유리상자」는 어느 시간이나 전시를 관람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시민의 예술 향유 기회를 넓히는 데 기여하고, 열정적이고 창의적인 예술가들에게는 특별한 창작지원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공공예술지원센터로서 더 나은 역할을 수행하기 위하여 전국공모에 의해 선정된 참신하고 역량 있는 작가들의 작품 전시를 지속적으로 소개하고자 합니다.
2018년 유리상자 두 번째 전시, 전시공모 선정작 「유리상자-아트스타 2018」Ver.2展은 회화를 전공한 박경제(1991년생)의 설치작업 ‘345kV’입니다. 이 전시는 세계의 현실을 향한 작가의 감수성과 기억을 기록하고 이를 선전宣傳하려는, 어쩌면 낯설기도 한 자신의 연속적인 프로젝트 실천의 어느 지점입니다. 작가는 세계 속의 현실 사건들이 어떻게 우리의 삶과 관계하고, 그 삶의 일부가 어떻게 예술과 연결될 수 있는지에 대하여 흥미로운 해석을 실험하고 있습니다.
이번 전시는 현실에 대한 작가의 태도가 스며든 ‘낯선 두려움’을 사방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유리상자 공간 속에 담아 가시화하려는 작가의 실험적 예술설계입니다. 이 설계는 우리가 별다른 생각 없이 이용하던 전기의 ‘송전탑’ 설치반대운동 관련 사건에 대한 작가의 강렬한 인상으로부터 시작되며, 아름답고 편리한 문명의 이기利器처럼 각인되는 전기의 상징으로서 ‘붉은 빛’의 양면적 메타포로 생명체의 불안에 관한 ‘두려움’의 언어를 새롭게 구사하려는 것이 기본 개념입니다. 작가는 자신이 대면한 어떤 ‘두려움’의 상황을 그리거나 윤곽을 구획하고 오브제를 세우는 조형 설계를 통하여 자신만의 회화적 공간을 설치합니다. 마치 주술적이거나, 장식, 마술 등의 행위를 비롯하여 선전, 기록 등의 기능을 수행하는 오래 전의 종합적인 회화를 떠올리게 하는 이 작업은 작가가 새롭게 해석하여 구축하려는 ‘낯선 그리기’라고 설명할 수 있습니다. 작가에게 있어서 ‘붉은 빛’은 단순한 장식적 눈요기가 아니라 우리들 현실의 삶과 그 대응 태도를 되돌아볼 수 있게 하려는 ‘두려움’의 상징입니다.
작가는 신고리핵발전소에서 밀양, 북경남변전소를 거쳐오는 76만 5천 볼트 송전선로에서 분기해 청도군 삼평리에 세워지는 40기의 34만 5천 볼트 초고압 송전탑 중 마지막 한 기를 막기 위해 2009년부터 지금까지 한전과 정부에 맞서 싸우고 있는 사람들, 특히 평생 동안 땅을 일구며 자연과 이웃에 의지해 살아온 할머니들의 ‘두려움’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작가의 작업 행위는 삶에서의 두려움을 기반으로 하는 현실의 기억을 새로운 ‘그리기’로 옮기는 것입니다. 작가는 150×350㎝ 크기의 송전탑 2개와 150×200㎝ 크기의 송전탑 5개를 설치하여 전선으로 연결하고 그 아래에 붉은 색 빛을 발하는 가느다란 형광등을 설치하였습니다. 어떤 알 수 없는 두려움과 설렘을 동반하기도하는 이 아름다운 ‘붉은 빛’은 고압선로 아래에서는 꺼져있던 형광등이 켜지는 사실에서 착안한 것으로 짐작됩니다. 그리고 송전탑을 거친 전기를 가정으로 배분하는 변압기를 중앙에 설치하고 그 변압기 구조물 속에서 제한적인 형태로 식물이 자라도록 하여 생명체의 생존에 대한 두려움과 그 회복력을 동시에 연상할 수 있도록 연출하였습니다. 송전탑의 그림자와 겹쳐 묘하게 여린 감성을 자극하는 식물과 붉은 빛, 청도 삼평리 현장의 흙, 사건의 장면을 기록한 345장의 흑백 필름 등은 작가의 메타포에 의한 ‘그리기’ 기록과 선전을 공감하게 합니다.
눈앞에 펼쳐진 유리상자의 ‘현재’는 다름 아닌 자아와 현실 삶의 성찰을 반영하는 감성적 행위이며, 이때 작가가 다루려는 것은 편익便益과 개발 중심적인 선택에 의해 도외시되었던 생명 경외敬畏의 반성이기에 앞서 인간의 ‘삶’을 응시하고 그 속의 ‘두려움’을 공감하여 드러내려는 태도에 관한 것이고, 삶이 예술과 관계하는 지점에 대한 예지叡智적 해석에 관한 것이며, 미묘하지만 생생한 예술적 장치에 관한 진眞·선善·미美의 유효성들을 추출하려는 시도입니다. 과거와 현재의 현실REALITY을 스스로의 생동生動 확장의 행위로 번안하려는 이번 유리상자는 경계 없는 예술 실험의 가치를 자문하게 합니다. / 봉산문화회관 큐레이터 정종구
작가노트
신고리 원자력발전소 3호기에서 생산된 전력은, 밀양시의 765kV의 고압송전탑과 청도 삼평리의 345kV 송전탑을 지나 우리가 서 있는 이곳까지 운반된다. 전선을 따라 흐르는 수많은 이야기들, 작품은 그 중에서도 경상북도 청도군 각북면 삼평리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설치되었다.
메스컴을 통해 잘 알려진 밀양시의 765kV 고압송전탑 사건보다 조금은 생소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삼평리의 345kV 송전탑. 상대적으로 적은 전력량의 송전탑 앞에서 작은 마을과 거주민들은 잊혀 지기 쉬운 자리에서 잊혀 지지 않기 위해, 지지 않기 위해, 쉬이 잠들지 못하는 밤의 연속이다. 평생을 그 곳에서 보낸 할머니와, 일생을 그 들에 깊이 심어버린 할아버지, 산을 돌아 불어나오는 바람에 실린 이야기들, 귀를 기울여본다. 결코 어려운 이야기가 아닌, 사람이 살아가는 것에 대한 이야기다.
이제 조금은 불편한 사실에 대해 들여다보고자 한다. 마을을 둘러싸버린 송전탑 7기, 민가와 제일 가까운 1기만이라도 조금만 멀리 떨어트려 주길 바랐던 그들의 간절함은 당연한 듯 묵살당한 채 공사는 진행되었다. 비단 청도 삼평리만의 이야기가 아닌, 긴 세월이 기억하는 연대와 투쟁, 좌절과 희망, 불안과 행복을 이 몇 개의 구조물로 이야기 하려 한다.
7개의 탑 중 2개의 큰 송전탑은 밀양의 765kV 송전탑을, 변압기를 둘러싼 5개의 송전탑은 삼평리의 345kV 송전탑을 상징적으로 의미한다. 2개의 큰 송전탑으로부터 뻗어 나오는 전선은 5개의 송전탑을 둘러 결국 변압기로 모이게 된다. 작품의 중심이 되는 변압기는 미시적으로는 이 도시를, 거시적으로는 전기를 사용하는 이 세상 전체를 의미한다. 이 도시와 세상 속에 나무가 있다. 희망과 행복을 상징하던 행운목은, 가학적인 세상 속에서 이제는 희망을 떨구어버린 듯 기형적인 형태를 띤다. 전시장의 바닥은 345장의 흑백사진들로, 그날들의 기록으로 가득 메워진다. 빨강과 파랑이 아닌 무채색의 사진들은 어떠한 설명도 없이, 관객들로 하여금 사실 그대로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한다.
아침에 눈을 뜨고 저녁에 눈을 감을 때 까지, 아니 눈을 감은 그 어둠 속에서도 무서울 만큼 당연하게 세상을 둘러싸는 전기. 누군가에게는 편하다 못해 삶 속에 녹아버린 그 전기로 인해 또 누군가는 평생을 보낸 삶의 터전을 잃고 끝없이 병든다. 작가는 무모한 이 몇 개의 구조물로 그러한 이야기를 전하고자 한다. 예술세계를 오브제에 투영하기 보다는, 송전탑이라는 일상의 오브제를 투명한 유리전시장에 꽤 단순한 방식으로 가져다 놓음으로써 관객은 자신만의 시선을 통해 진정한 예술품을 탄생시키게 된다. 이제, 여기에 송전탑이 있다. / 작가 박경제
작가와 만남
2018. 4. 4(수) 오후 6시
시민체험 프로그램
제목: 영사기를 통한 상상 드로잉
일정: 2018. 5. 12(토) 오후 3시
장소: 봉산문화회관 2층 아트스페이스
대상: 일반시민
참가문의: 053-661-3526
내용: 영사기를 통해 작가의 흑백 사진을 벽에 비추어보고, 장면에 대한 각자의 이야기를 나눈다. 다음 장면을 상상해서 직접 그리고 스스로 발표해 보는 시간을 가진다.
출처 : 봉산문화회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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