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산문화회관
2019년 1월 11일 ~ 2019년 3월 17일
봉산문화회관의 기획, 「유리상자-아트스타2019」전시공모선정 작가展은 동시대 예술의 낯선 태도에 주목합니다. 올해 전시공모의 주제이기도 한 '헬로우! 1974'는 우리시대 예술가들의 실험정신과 열정에 대한 기억과 공감을 비롯하여 ‘도시’와 ‘공공성’을 주목하는 예술가의 태도 혹은 역할들을 지지하면서, 동시대 예술의 가치 있는 ‘스타성’을 지원하려는 의미입니다.
4면이 유리 벽면으로 구성되어 내부를 들여다보는 관람방식과 도심 속에 위치해있는 장소 특성으로 잘 알려진 아트스페이스「유리상자」는 어느 시간이나 전시를 관람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시민의 예술 향유 기회를 넓히는 데 기여하고, 열정적이고 창의적인 예술가들에게는 특별한 창작지원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공공예술지원센터로서 시민과 예술인의 자긍심을 고양시키는 역할을 수행하기 위하여 전국공모에 의해 선정된 참신하고 역량 있는 작가들의 작품 전시를 지속적으로 소개하고자 합니다.
2019년 유리상자 첫 번째 전시, 전시공모 선정작 「유리상자-아트스타 2019」Ver.1展은 시각디자인을 전공한 이은재(1972년생)의 설치작업 ‘겹쳐진 장면’입니다. 이 전시는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의 시공간적 생태와 사물 흔적들의 관계에 대한 작가의 감수성을 시각화하려는, 어쩌면 어떤 이에게는 낯설기도 한 생태 순환계의 가상과 실상이 겹쳐지는 상태에 관한 작가의 보고서입니다. 작가는 세계의 끊임없는 변화 상태가 어떻게 보이지 않는 실체들과 관계하는지, 또 이들 상황들이 우리의 감수성과 어떻게 만나고 어떻게 예술의 영역으로 편입될 수 있는지에 대하여 흥미로운 질문을 하고 있습니다.
작가는 4면이 유리로 구축된 천장 높이 5.25m의 전시 공간에 자연의 숲을 닮은 생태계를 조성하였습니다. 연못과 이끼, 나뭇잎과 나뭇가지, 식물의 넝쿨과 돌, 그물망과 계단, 여자 마네킹과 남자 인물상, 나무로 만든 사슴의 머리, 소금에 절인 종이, 의자, 액자, 화분, 타일붙인 쇼파 등 수많은 사물과 상황들이 서로 관계를 맺고 있는 이 생태계는 작가가 생각하는 시간과 상황과 물질의 변화에 관한 시각적 이미지의 설계입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를 은유하는 이 전시의 생태계 속에서 ‘우연’은 변화의 순간을 만나는 이유와 겹치는 지점입니다. 전시 공간의 연못 안에 서 있는 ‘여자 마네킹’은 약 2년 전 어느 날 밤에 우연히 골목 옷가게 앞에 버려져 있는 것을 주운 오브제이며 작업장으로 옮긴 후 깨진 거울조각이나 이끼, 덩굴, 천조각 등을 붙이면서 주변의 상황에 따라 조금씩 변하는 중이라고 합니다. 그 옆에 하늘을 보고 누운 채로 매달린 ‘나무 조각을 이어붙인 남자’는 작가가 쓰다 남은 나무 조각들을 모아 크리스마스 장식용 사슴을 만들었다가 다시 분해해서 사람으로 재조립한 것입니다. 이후, 2~3년 정도 비바람을 맞아 일부는 부서져 새로 덧붙이기도하고 갈라진 틈새로 잡초가 자라기도 하면서 변화하는 상태라고 합니다. 전시공간의 가장자리에 놓인 ‘소파’는 작가의 집에서 오랫동안 사용하다가 낡아서 버리려던 소파인데, 겉감 천을 벗겨내고 내부의 목재 구조물만 남겨두었다가 옥상에 한동안 방치하면서 부서지기도 해서 보수도 하고 타일을 붙인 것입니다. ‘계단형태의 구조물’은 작업장에 쌓여 있는 목재를 모아 만든 것으로 누워있는 남자와 함께 ‘야곱의 사다리’를 연상했던 작업입니다. 여기에 서술한 각 사물의 이야기는 작가 자신이 알고 있는 단편적인 이야기일 뿐이고, 작가로서는 알 수 없는 사물의 이야기와 사물을 관계시키는 이야기가 더 있을 것입니다. 작가가 이해하기로는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수많은 조건들은 매순간 새롭게 배열되고 있고, 우리 눈앞에 펼쳐진 이미지 저변에 또 다른 방식으로 존재하는 실체의 이미지들이 겹쳐져있는데, 가끔씩 이를 경험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 전시에 관한 해석은 작가의 독특한 창작과정과 그 태도의 이해로부터 시작할 수 있습니다. 작가의 시공간적 기억이 축적된 세계의 사물들에게서 변해가는 흔적을 수집하고 그 사물 간의 관계를 재구성하여 세계 순환의 가치를 발견하는 것이 작가의 창작과정이자 태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유리상자 안에 설치된 오래된 사물의 흔적은 완결된 구성물이기보다는 주변의 상황에 따라서 언제든지 변화 가능한 유동적인 상태이고, 현재 진행 중이라는 사실 자체가 중요해 보입니다. 계속해서 변화하는 상태라는 의미는 인간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진행되는 ‘자연’을 상징한다는 설명으로 이어지고, 작가가 주목하는 것은 인간을 포함한 자연의 일부로서 세계의 ‘변화’ 자체임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눈앞에 펼쳐진 유리상자는 다름 아닌 보이는 가상과 보이지 않는 실상이 겹쳐지는 현실 세계의 성찰을 반영하는 ‘실체’의 고찰이며, 작가에게 있어서 변화의 상태는 인간 중심적인 자기 이해가 아니라, 우리들 현실의 삶을 숙고하고 그 대응 태도를 되돌아볼 수 있게 하려는, 그 속에 예견된 자연 ‘실체’에 대한 경외심을 공감하여 드러내려는 것입니다. 어떤 변화의 현실을 보이지 않는 내면적 ‘인식’ 행위로 번안하려는 이번 유리상자는 변화하는 일상의 가치 속에서 예술의 유효성을 추출하려는 작가 스스로의 질문처럼 보입니다. 사실, 이 질문은 변화變化와 균형均衡을 담보擔保하는 자연설계自然設計에 관한 것입니다. 이 ‘자연으로부터 설계’는 ‘겹쳐진 장면’이라는 시각적 해석으로서, 모든 사물은 성질과 모양, 상태가 바뀌어 달라지며 변화하지 않는 것은 없다는 사실과 변화로부터 어느 한쪽으로 기울거나 치우치지 않고 고른 상태가 되려는 것처럼 끊임없이 변화와 균형의 순간을 이어 순환할 수밖에 없다는 보이지 않는 실체의 체계를 깨달은 작가의 언급입니다. / 봉산문화회관 큐레이터 정종구
작가 노트
길을 걷다가 새가 날아가는 것을 보았다. 새는 공중에 떠있기 위해서 땅이 잡아당기는 힘과 정확하게 일치하는 자신의 힘으로 날갯짓한다. 새는 두 힘을 정확하게 일치시키는 점을 순간순간 끊임없이 이어가면서 날아가고 있다.
우리는 끊임없이 변화하는 이미지를 매순간 만나고 있다. 동시에 지금 이 순간의 이미지는 이미 사라졌기 때문에 새로운 이미지를 계속해서 만나고 있을 뿐 실제로 존재하는 이미지는 매번 놓치고 있다.
자연에도 주기가 있어서 반복되지만 우리는 한 번도 같은 장면을 만난 적은 없다. 이 이미지는 메시지를 가지고 끊임없이 우리에게 이야기하고 있고 우리는 그 영향을 받으면서 살아가고 있다. 이 수많은 이미지들 중에 가끔 인상적인 순간을 만나기도 한다. 아마 그 인상적인 순간은 우리 눈에 보이는 이미지 아래에 또 다른 방식으로 끊임없이 흘러가고 있다가 가끔씩 교차하면서 만나게 되는 것 일수도 있다.
어느 순간 우리 앞에 펼쳐져 있는 이미지를 살펴보면, 각 요소들이 의미 없이 존재하는 것은 없을 것이다. 각 요소들의 수많은 우연들이 겹쳐지면서 필연적인 순간을 만들어내 우리 앞에 나타난다. 각자 가치가 있어서 자기 자리에서 자기역할들을 하면서 그물망처럼 관계를 맺고,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끊임없이 변화한다.
물건들은 본래의 목적과 가치가 있어서 각자의 자리에서 자기역할을 한다. 역할을 다하고 버려진 물건은 이전에 보낸 시간들을 간직한 채로 새로운 주변의 상황과 관계를 맺으면서 이전의 가치와는 다른 새로운 가치를 가진 무언가로 또 다른 시간을 보낸다,
이미 다른 자리에서 시간을 보냈던 물건들이 새로운 공간에서 새로운 조합으로 만난다. 각 물건들은 자기의 가치를 다시 찾아가면서, 서로 관계를 맺으며 정해지지 않은 이야기를 만들어간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세계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 순간을 끊임없이 이야기하고 있다. 작가 / 이은재
시민참여 워크숍
제목 : 내가 주인공이 된 무대 만들기
일정 : 2019. 2. 23(토) 오후 3시
장소 : 봉산문화회관 2층 아트스페이스
대상 : 초등 4학년 이상 성인
준비물 : 자신의 삶에서 인상적인 순간 사진
참가문의 : 053-661-3526
내용 : 참여한 시민들이 자신의 삶에서 인상적인 순간을 떠올려 보고, 자신이 주인공이 되어, 그 순간을 직접 축소된 무대 위에 여러 가지 조형 요소들과 재료를 이용하여 기억을 재구성해 본다. 그 순간을 위한 여러 가지 조건들과 요소들 그리고 그것들의 관계에 대해 생각해 보면서 새로운 순간을 경험한다.
출처: 봉은문화회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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