킵인터치 서울
2022년 2월 23일 ~ 2022년 3월 1일
기억의 편린들을 침선하다
글. 황윤지(아트 칼럼니스트)
어떤 이유인지 몰라도, 흐릿한 것들 사이에서 선명하게 빛나는 장면들이 오래도록 남았다. 사랑하고 미워하는 시간 속에서 이유 없이 강렬한 것들이 조각조각 날아다녔고, 여자는 기억의 편린들을 고요하게 침선하기 시작했다.
유소정 작가가 선보이는 이번 작품들은 다양한 캐릭터의 인물들이 도시를 배경으로 자유롭게 등장한다는 점에서 하나의 시리즈처럼 보인다. 대부분 동화적인 인상을 풍기는데, 시간과 공간을 특정하기 어려운 낭만적인 분위기 때문일 것이다. 작품 속 도시는 어느 소설 속 풍경인 것 같기도 하고, 꿈 속에서 만난 장면인 것 같기도 하다. 어딘가 있을 법한 장소이면서도 어딘지 알 수 없을 것 같은 배경 속에서 인물들은 다양한 위치에 놓인다. 편안하게 배경에 녹아든 것 같다가도, 의외의 장소에서 관객을 빤히 쳐다보고 있기도 하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 소개하는 <워킹 브릭스턴>은 하늘을 밝게 메운 구겨진 습자지와 따로 그려 오려 붙인 소재 등이 콜라주로 표현되어 특별히 주목하고 싶은 작품이다. 작가의 끊임없는 상상력은 넓은 면을 가득 채우고도 작품 밖으로까지 삐죽삐죽 새어 나와 관객의 호기심을 두드린다. 구석구석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잔뜩 숨겨져 있어, 자세히 들여다보고 이것저것 얘기해보고 싶게 만든다.
작가는 오랜 시간 작업을 해왔지만 많은 성장과 고민을 지나, 본격적으로 자신의 작품을 처음 선보인다. 작품에서 보여지듯 조심스럽고 신중한 마음이겠지만, 이번 계기로 그녀의 붓 끝에서 더 많은 이야기들이 쏟아져나오길 기대한다. 그녀의 작품은 잔잔한듯 보이지만 실은 아주 진하고 열정적이기 때문에, 관객을 만난다면 금방 생명력을 가지고 꿈틀대며 뻗어나갈 것 같다. 그녀의 박자를 따라 호흡하다보면, 어딘지 몰라 낯설겠지만 끊임없는 이야기들로 정신을 쏙 뺏기는 새로운 세상에서 유영할 수 있을 것이다.
타인의 기대와 어떤 사회적 시선에서 벗어나 끈이 없는 새로운 장소에서 자아를 찾아 자유롭게 작업하게 되면서 불안을 넘어 때로는 그곳이 어떤 가상의 공간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
가상 공간에서의 주체는 환경이나 조건에 따라서 끊임없이 변화하며 증식해 나간다. 그러한 과정속에서 모든 순간, 분위기, 비주얼, 감정 등을 캐치해 회화로 표현한다.
가끔은 그림 밖에서 관찰자의 시점으로, 혹은 그림 안으로 들어가 공존하며 마치 시소처럼 균형을 맞춰가며 작품과 함께 성장해 나가게 된다. – 작가노트에서
참여작가: 유소정
출처: 킵인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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