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부아트센터
2015년 4월 29일 ~ 2015년 5월 31일
무제 73x60.5cm Acrylic on canvas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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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의 자신, 타자화된 기호
(김호남)
점과 선으로 이루어진 화면을 보면 어떤 대상을 염두에 두었다는 생각이나 인상을 가지기 힘들다. 그저 어떤 충동이나 조형적 배려에 대한 생각을 막연하게나마 하게 된다. 먹인지 아크릴 물감인지조차 분별하기 힘들게 검은 색은 화선지에 가만히 묻어나거나 가볍게 묻어있는 인상을 준다. 그리고 작은 움직임, 작고 섬세한 파동들이 화면 전체를 스멀스멀 기어 나오는 듯하다. 단순한 형상에 비해 화면은 비좁을 만큼 밀도를 가지며, 자체의 움직임으로 서로를 밀고 당기거나 화면 전체를 하나의 네트워크로 이끌고 있다. 유율금은 자신의 성(姓)씨인 유를 변형시켜 화면을 구축한다. 기호 형상을 대상으로 한 것이 일반적인 비구상 회화와 다른 점이다. 문장을 조직하듯 기호의 이합집산을, 빽빽함과 성김을 바탕으로 한 구조를 보인다.
기호 유는 중첩으로 크게 원환을 그리며 화면을 차지하기도 하며, 병렬되어 느슨하고 성긴 구조를 이루며 공간을 채워 나간다. 색은 모노톤이거나 제한된 종류의 색만을 사용한다, 자기복제를 통해 채워나가는 공간임에서일까 구조적 조직보다 평면성에 더 기우러져 있다. 기호 유는 변형된 형태로서 인체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개인으로 인식되어지는 유는 독립된 요소로, 혹은 집합체로 등장한다. 사회를 타자의 집합이라고 할 때, 유는 기호화된 인간이며 구체적 개인으로서 만나는 사회적 관계에서 분리되어 있다. 그리고 화면에는 단조로운 형태로 공간을 점유하고 있는 유 이외의 형상을 찾아볼 수가 없다, 화면에서 이합집산을 이루는 요소가 단일하다는 것이다, 유가 모여 구성된 집합체는 단일한 존재로서 자가 증식을 통해 확장된 것이다. 이것은 다수를 나타내지 않는다. 하나의 개인으로 투사된 존재물일 뿐이다. 양쪽으로 놓인 거울 사이에 서있는 독립된 개인과 같은 것이다. 집단으로서 화면의 구조가 다름 아니라 개인적 투사로서 역할을 한다는 점이다. 또한 그 거울은 인간이 놓인 사회를 투영한다. 마주보는 거울은 환과 실재 사이의 존재론적 질문을 던져준다. 그것은 관계로 드러나는 억압이나 갈등이라는 사회적 의미와 함께 개체로서의 존재에 대한 질문이다. 질문은 익명화되고 개별화된 입자로서 기호, 철저하게 분리된 개별자로서 인간의 모습에 던지는 것에 다르지 않다. 유라는 기호는 자신을 둘러싼 공간을 채우기 위해 끊임없이 자가 증식을 수행하고 있다. 기호의 자가 증식은 복제에 지나지 않는다. 대상의 대체물이지만 현실이기에는 너무 추상적이다. 그러기에 허상의 공간을 복제의 유로써 맞서보는 것이다.
그 단조로운 기호형상은 인간적인 불확실함에 연유한 것으로 보이며 현대인의 익명성이나 대중성으로 읽힌다. 다르게 말하자면 사회적 현상, 우리시대의 개별화의 인간군상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자기복제와 증식은 타자와의 관계를 만들기보다 자신만의 공간에 몰입하게 한다. 자가 증식의 배면에는 타자의 소멸이라는 정황이 들어서 있다. 이러한 기호로서 추상적 공간은 실재하는 사회와 분리된 세계의 제공이며 잉여 인간과 익명의 고독, 기호화된 인간군상으로 철저하게 개별적 차이가 소멸된다. 우리 시대에 대한 그의 메시지다.

무제 42x32cm Oil on canvas

무제 65x53cm Oil on canvas
출처 - 미부아트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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