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해방
2016년 5월 23일 ~ 2016년 5월 29일
유재인 개인전 : YOO의 표면적과 부피 구하기

유재인 작가의 개인전 ‘YOO의 표면적과 부피 구하기’가 5월 23일부터 5월 29일까지 공간 해방에서 열립니다. 작가의 생활을 모눈종이에 시간 단위로 기록한 데일리 드로잉 등을 선보이고, 28일 밤에는 작가의 생일파티를 열고 과거 그녀가 했던 ‘말’들로 퍼포먼스를 펼칩니다.
재인은 어떤 사람이야?
4년 전인가 어떤 파티 자리에서, 어떤 사람이 나에게 이 질문을 던졌다. 자기소개를 해보라는 거였는데, 어디 살고 몇 살이고 무슨 공부했고 뭐 이런 정보 말고 나의 선호, 취향, 성격 이런 걸 얘기해 보라고 했던 거 같다.
“나는 그때 그때 다른 사람이에요. 누구랑 있느냐에 따라서도 다르고..”
이런 대답을 했던 거 같다. 그 사람이 저 대답을 비웃었던가? 약간 바보 취급을 당했다고 느꼈다. 그리고 한동안, ‘왜 사람을 천천히 파악하려고 않고 3분 요약을 해서 넘겨짚으려고 하지? 노력 없이 상대방을 알려고 하다니 무례해, 거만해’ 따위의 생각을 했다. 그 순간에는 그냥 ‘기분이 별로다’ 하고 넘어갔는데 그 기분 나쁨에 대한 근거를 나중에 천천히 생각해보니 그랬다.
그렇다면 나는 그 사람한테 나를 알려주기 싫어서 대답하지 않았던 걸까? 별로 그 사람이 호감은 아니었지만, 나는 정말로 내가 어떤 사람인지 잘 모르기 때문에 그 질문에 화가 났던 거 같다. 꽤 오래 지난 일이지만 그 자리에 자꾸 돌아가는 상상을 한다. 그런데 4년 지났지만 나는 여전히 누구랑 함께 있느냐에 따라 다른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누구랑 있을 땐 말 많은 리더가 되기도 하고, 어떤 자리에 가서는 조용한 방관자가 되기도 한다. 혼자 있는 나는 누군지 잘 모르겠다. 사실, 알고 있긴 한데 별로 좋은 사람이 아니다. 혼자 있는 나는 너무 게으르고 무기력해서 스스로를 혐오하고 그래서 너무 자신이 불쌍하고 그래서 최대한 혼자 있는 걸 피하려고 한다. 혼자 있을 때는 계속해서 손가락으로 스크롤을 내리고 사람들의 수다 속으로 들어간다. 그러면 별로 생각이라는 걸 할 필요가 없고 재밌는 이야기는 너무 많은데, 새로 고침을 아무리 해도 새 글이 안 뜰 때 잠깐 적막해지면 순간적으로 너무 비참하고 우울해진다. 그래서 생각이라는 게 떠오르기 전에 지레 소리를 질러서 "난 망했어!" 이렇게 자괴해버리니까 얼마나 속이 후련한지.
재인은 어떤 사람이야? 라는 질문을 나도 나에게 하는데, 대답을 찾는 방법은 모른다. 나는 질문만 있고 대답은 없다. 질문만 하고 대답은 안 듣는다. 나는 그런 사람인 것 같다. 대답은 찾으려고 안하고 뭔가 똑똑한 질문을 했다고 쉽게 만족하는.
현상과 본질
이 말을 처음 들은 건 모 시트콤에서였다. 어느 저택의 주방 도우미 아줌마가 멸치를 다듬다가 일을 그만두겠다고 하는 장면이었다. 그 집 사모님이 화를 내면서 '아줌마, 지금 내가 멸치 대가리 가지고 구박해서 그러는 거냐.'고 화를 냈는데, 아줌마는 하나도 동요하지 않고, 손은 계속해서 일을 하면서 대답했다.
'멸치 대가리는 현상이지 본질이 아니다. 전부터 그만두고 싶었다.'
그러고 몇 년 지나서 또 티비를 보다가 그 비슷한 말을 들었다. 뇌섹남 어쩌고 하는 프로그램의 홍보영상이었는데 '세상은 현상과 본질로 나누어져 있고 둘은 일치하지 않는다.'고 타일러의 입을 빌어 말했다. 둘 다 TVN 프로그램이었는데, 같은 작가가 참여했나 보다.
내가 나를 모르겠는 가장 답답한 부분이 바로 이것인데, 나는 나의 현상은 잘 알겠지만 나의 본질을 잘 모르겠다. 내가 무엇을 하는지, 뭘 먹는지, 뭘 보는지, 어디를 가는지는 알겠지만 무엇을 원하는지, 내 본질이 뭔지, 본질이 있긴 있는 것인지 만약 있다면 그걸 어떻게 해야 알게 되는지는 정말 '1도 모르겠다.'
나랑 가장 가까웠던 사람도 내가 어떤 사람인지 잘 모르겠다며 나를 떠났다.
“내면을 들여다보세요,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세요.”
“... 조용하고 깜깜하네요”
입이 방정
친구를 만나고 들어와서 침대에 누웠을 때 너무너무 내가 싫어질 때가 있다.
‘나나 잘 할 것이지 왜 그런 말을 했을까. 왜 알지도 못하면서 그렇게 단정 지어서 주장했을까.’ 만나서 서로 고민 이야기하고 조언도 해주고 그러는 게 친구 사이에서 이상한 일은 아니지만 말이다. 그래도 가끔 나는 과하게 오지랖을 부린다. 그건 약간, 술을 마시고 아무한테나 소리를 버럭 지르는 지하철 아저씨 아니면 수영장 탈의실에서 텃세 부리는 아줌마랑 비슷한 거다. 그런 중년 남녀를 볼 때 나는 저 사람들은 뭔가 영향력을 행사하고 싶은데, 사회에 아무런 쓸모가 없는, 있으나 마나한 자신의 삶이 슬퍼서(아니면 심심해서) 저러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친구의 고민에 간단하게 훈수를 둬버리는 나도, 뭔가 대단한 결정을 하고 싶은데 내 인생에서는 아무것도 결정할 게 없어서 그러는 것 같다.
나는 생각보다 눈치를 많이 살피고 어려운 자리에서는 말을 아낀다. 싫은 사람들이나, 말해도 안 통한다고 생각하는 사람하고는 말을 안 한다. 내가 말을 많이 하는 상대는 내가 좋아하는 사람, 편한 사람 그리고 아주 적나라하게 표현하면, 나보다 잘난 거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 가끔 '유재인은 참 솔직한 거 같아'라는 말을 들으면 좋기도 하지만, 속으로 찔린다. 내부 검열을 거쳐서 쿨해 보이는 솔직함만 선택해서 이야기하고 있는데. 내가 얼마나 야비하고 치사하고 못됐는지.. 이런 건 한 번도 솔직하게 인정한 적이 없다.
나는 친구들에게 어떤 사람일까? 가족들에게야 당연히 모났지만 그래도 똑똑한 우리 딸이겠지만, 내가 사회에서 주변인들에게 뱉은 말들로 만들어진 '유재인'이라는 사람의 인상(이미지)은 어떨까 그게 궁금하다. 내가 했던 말을 다시 주워 담아서 조각들을 붙여보고 싶다.
기억을 잃어버린 사람처럼, 내가 어떤 사람이었는지를 하루 종일 들어보고 싶다. / 유재인
기획 : 공간해방
장소 : 서울시 용산구 신흥로 80 B101
(마을버스 02번" 해방촌 오거리" 하차 경리단 방면으로 언덕길 조금 걸어 내려오기)
일시 : 2016. 5. 23 ~ 5. 29 / 별도 오프닝 없음
관람시간 : 13:00 ~ 18:00
초대 : 생일파티 겸 퍼포먼스 5. 28. 20:00
작가의 영상 편지: https://vimeo.com/166353566
설문 링크 : 유재인 작가가 했던 말들을 돌려주세요. https://docs.google.com/forms/d/1ATSc6RYX5mArN6K8xx7a2rIL-2coSJwYbgUcOhO4vZo/edit?usp=drive_web
출처 - 공간해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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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영시간
월요일 13:00 - 19:00
화요일 13:00 - 19:00
수요일 13:00 - 19:00
목요일 13:00 - 19:00
금요일 13:00 - 19:00
토요일 13:00 - 19:00
일요일 13:00 - 19:00
휴관: 8월 23일(화)
모든 프로그램은 주최측의 사정으로 변경될 수 있으니 자세한 내용은 홈페이지를 확인하시기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