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 가변크기
2018년 9월 13일 ~ 2018년 9월 27일
작업실에서 짊어지고 온 사물들을 전시장에 늘어놓은 채 가만히 들여다본다. 무엇이 되고 싶냐 물어도 사물은 말이 없다. 사물을 고르고 비닐 랩으로 감싼 뒤 하나하나 점토로 덮는다. 원래의 형태가 어렴풋이 남아있는 어눌하고 둥근 상태가 된다. 그 형태는 다른 어떤 사물을 떠올리게 한다. 머릿속에 떠오른 그것처럼 보이도록 색을 칠한다. 사물은 내가 만든 우스꽝스러운 옷을 입은 채 잠자코 설 곳을 기다린다.
남은 사물들을 늘어놓고 다시 가만히 들여다본다. 무엇이 되고 싶냐 아무리 물어도 역시 사물은 말이 없다. 크기도 모양도 제각각인 이것들을 흩어보기도 하고 쌓아보기도 한다. 색색깔의 천을 덮은 후 주름을 잡거나 잡아당기고 바느질한다. 천 밑에 숨은 것들은 얼굴이나 팔을 비죽 내밀기도 하고 수줍은 듯 실루엣만 드러내기도 한다. 아직 마음의 준비가 안 된 것들은 박스에 숨어 다음 기회를 기다린다. 사물들이 올라갈 곳이 준비되었다. 대기 중인 사물들을 부를 차례다.
어눌한 모습을 한 사물들이 제 위치로 하나 둘 올라간다. 사물들이 서로 만나 만들어진 이 일시적인 상태는 아스팔트 위를 가로질러 기어가는 지렁이나 길 위에 떨어져 있는 핫도그를 본 것처럼 별것 아닌, 소소한 이야기이다. 전시장에 생겨나는 이야기들에는 관심도 없이 사물들은 천과 점토를 입고 천연스럽게 서 있다. 그 모습에 나도 모르게 실소를 한다.
“내가 잘할게.”
작업을 할 때마다, 사물들을 늘어놓고 가만히 들여다보며 그들에게 수도 없이 한 말이다. 언제나 사물은 말이 없다. 그저 전시장 어딘가에서 묵묵히 최선을 다하다가 전시가 끝나면 원래의 자리로 돌아갈 뿐이다.
출처: 공간 가변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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