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I미술관
2017년 8월 17일 ~ 2017년 9월 9일
유쥬쥬, K2, 2017, 거울 및 혼합매체, 27x97x6 c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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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CI미술관(관장 김경자)은 신진작가 지원 프로그램인 ‘OCI YOUNG CREATIVES’의 일환으로 유쥬쥬 개인전 《마더랜드》(2017.08.17~09.09, OCI미술관 2층 전시실)를 개최한다. 유쥬쥬를 비롯하여 총 6명의 작가를 선정한 ‘2017 OCI YOUNG CREATIVES’는 올해로 8년 차를 맞이한 OCI미술관의 대표적인 연례 프로그램으로 만 35세 이하의 국내 작가를 선발하여 지원한다.
국제적인 감각과 섬세한 공예 기술이 접목된 작품을 선보여온 유쥬쥬는 이번 전시에서 《마더랜드》, 즉 ‘모국’을 주제로 택했다. 지구상에 유일하게 남은 분단국가에서 살고 있는 우리의 현재를 반영하는 내용으로, 전시는 <The North>와 <K2> 그리고 <비가 오고 큰 바람이 불었다> 연작의 세 섹션으로 구성되었다. 총 30여 점에 달하는 출품작은 ‘거울’이라는 소재를 활용하여 제작된 신작이며, 여기에는 작가가 유리 조각을 직접 깎고 갈아서 만든 지난 1년간의 노고가 오롯이 담겨있다.
전시의 도입부에서 마주하는 <The North> 시리즈는 스테인드글라스(stained glass)로 짧은 글귀를 새겨 넣은 거울 액자이다. “나를 낳은 어머니를 언제나 못 잊듯이”, “감사합니다”, “불사르라!” 등 여느 문학 작품에서 인용되었을 법한 이 구절은 사실 북한의 주체사상 전파를 위한 선전(propaganda) 문구를 작품으로 옮긴 것이다. ‘인민의 핏빛’을 상징하는 붉은 유리로 표현되었으며, 글자의 곡선을 따라 흐르는 거울 조각의 이음새는 당장에라도 깨어질 듯, 쏟아질 듯, 위태로운 북한 정권의 균열을 떠올리게 한다. 이 작업은 2014년부터 3년째 작가가 지속해오고 있는 연작으로, 초반의 작업은 “NO ENVY IN THE WORLD”(세상 부럼 없어라), “OBEY FATHER” (수령님께 복종하라) 등 영문구만을 화려한 금색 액자에 넣었다. 그에 비하여 최근 작업은 “SUPREME" 등 영문 작업을 지속하는 한편, 국문으로 된 구절을 장식성을 배제한 나무틀에 담백하게 옮겨냈다. 번역 없이 즉각적으로 인식되는 모국어는 너무나도 쉽게 그 의미가 파악되나, 수령-당-인민의 관계를 아버지-어머니-자식의 가족 형태로 은유하는 북한 체제 특유의 화법(話法)이 우리에게 여전히 생경한 이국/적국의 문화여서, 유쥬쥬의 국문 연작에서는 사용된 문구와 그 내용 사이의 간극이 더욱 크게 느껴진다.
<The North> 연작이 만들어내는 화려한 은색 풍경을 지난 후 마주치는 다음 작품은 거울 조각으로 빚어낸 <K2> 18 정(梃)이다. 북한과 대치 상황에 있는 대한민국 국군의 주력 제식 소총인 ‘K2’의 모양을 그대로 본떠서 만들고, 목재로 총기 거치대를 세워서 최대한 실제 군에서 사용하는 형태를 옮기고자 하였다. 할아버지에서 아버지, 뒤이어 아들로, 군 복무의 의무는 대를 이어서 젊은이들에게 부과되는 큰 짐이었다. 남자들의 ‘군대 얘기’처럼 흔한 레퍼토리도 없지만, 이 경험은 그만큼 개인의 일생에 큰 영향을 주는 통과의례이기도 하다. 태어나서 지금까지 한 번도 밟아본 적 없는 북한 땅이건만 우리는 늘 그 존재를 염두에 둔 교육을 받고, 언제 닥쳐올지 모르는 위기 상황을 대비하는 준 전시의 안보상황 속에서 자라났다. 때로는 허상 같은 북한의 이미지를 남한은 남한대로 재생산하며 자체의 사회제도를 공고히 구축했는데, ‘총’으로 상징되는 군사 문화의 경직성과 폭력성을 유쥬쥬는 보석처럼 반짝이는 거울로 표현하여 아이러니를 극대화한다.
마지막 연작 <비가 오고 큰 바람이 불었다>는 흠집 하나 없이 매끈한 면으로 이루어진 거울 병풍으로 세워진 설치이다. 작품명은 충무공의 『난중일기(乱中日記)』에서 인용한 것으로, 임진왜란 7년 동안 이순신이 남긴 일기에는 전장에서 치른 전투에 대한 내용뿐만 아니라 그날의 기후까지 모두 기록되어 있다. 그중 이 구절은 날씨에 대한 서술임에도 당시 정세와 맞물려 작가에게 큰 울림을 준 것으로, 400여 년 전 충무공이 겪었을 나라의 큰 시련과 지난해 국정 농단 사태를 지나온 오늘날의 형세가 모두 거대한 역사의 흐름 속에서 소용돌이치는 ‘궂은 날’이라는 인식에 기반을 둔다. 이에 유쥬쥬는 조금이라도 그 바람을 막아보고자, 전통적으로 겨울 추위를 피해 집안의 웃풍을 막는 기능으로 설치했던 병풍의 형태를 차용하였다. 제각기 다른 높낮이로, 넓은 전시장에 관객이 미로처럼 가로지르는 거울 병풍은 외부의 상징적인 ‘바람’을 막는 동시에 움직이는 발걸음을 따라 끊임없이 우리 자신을 비춰낸다.
대상을 반사하는 거울의 특성상 이번 전시에서 관객은 의도하지 않더라도 자기 모습을 작품을 통하여 볼 수밖에 없다. 마치 ‘어머니’나 ‘나라’를 우리가 선택할 수 없었던 것처럼, 그러나 ‘어머니’와 ‘나라’라는 존재가 부단히 우리의 정체성을 형성하고 현재의 모습에 투영되어 왔듯, 유쥬쥬는 전시 《마더랜드》를 통하여 분단된 한반도의 남쪽에서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을 가감 없이 직시하게 한다. 거친 구호나 골치 아픈 개념어 대신, 명징하게 거울에 비춰 보이는 저마다의 모습은 어떠한 수식도 덧붙여지지 않은, 바로 우리의 현재이다. 아무리 ‘셀카’를 찍고, 바라보며 옷매무새를 가다듬어도, 유쥬쥬의 거울은 분단의 상태, 군사문화, 전통 등 우리를 구성하는 거대한 사회라는 틀로 개인을 환원하여 저마다 현 상황을, 그리고 스스로를, 그저 바라보며 고찰하게 한다.
Artist Talk
일시 : 2017. 8. 26. (토) 오후 2시
장소 : OCI미술관 1층
참여작가 x 평론가 : 정해민 x 권영진 / 유쥬쥬 x 김지혜
출처 : OCI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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