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일리
2024년 8월 20일 ~ 2024년 8월 29일
‘아프레걸’이란 단어가 낯설다.
1950-60년대 영화 속 여성 캐릭터에 매료된 나는 그들을 가리키는 ‘아프레걸’이란 생소한 단어를 알게 되었다. ‘아프레걸’은 연애를 자유롭게 하는 개방적인 여성이자 실존에 대해 질문하는 당돌한 여성이다. 최소한 영화에서는 그렇다.
‘아프레걸’은 가부장에 반항하고 자신의 욕망을 적극적으로 표현하며 기존의 현모양처 이데올로기를 거부하지만, 영화는 그들을 기존의 가부장적 질서 안으로 돌려보내기 위해 지속해서 회유한다. 순응하는 ‘아프레걸’의 결말은 “해피엔딩”이 되고, 자신의 욕망과 의지를 따르는 이들은 ‘악녀’로 낙인찍혀 철저히 응징된다.
영화는 왜 이렇게 ‘아프레걸’을 교화하고 가부장 질서로 편입시키려고 애를 썼을까?
이 질문이 작업의 시작이다. 당시에는 전후의 피폐한 삶을 벗어나기 위해 경제 활동에 나섰던 적극적인 여성들이 있었고 그들은 자신뿐만 아니라 가족을 위해 봉사했다. 그러나 가정과 사회에 큰 기여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아프레걸’이라 호명되며 가부장 체제에 틈을 내는 위험한 존재로 인식되었다. 그들을 가부장적 질서로 끊임없이 되돌려 보내던 한국 사회는 이제 전쟁의 상흔이 지워지며 그 단어를 잊었다.
‘아프레-걸을 찾습니다’ 展은 여배우, 전쟁미망인, 그리고 양공주의 삶의 여정과 전후 영화에 재현된 ‘아프레걸’의 이미지를 함께 엮어 만든 세 개의 서사를 보여준다. 작업은 전후 세 여성의 삶을 통해 지금은 잊힌 단어, ‘아프레걸’의 의미 전환을 시도한다.
작가소개
유지영 (Ji Young Jerry Yoo)은 후기식민주의에 깊은 관심을 두고 트랜스 미디어 작업을 하고 있다. 젠더 적 관점에서 전후 한국 사회의 다양한 현상을 추적하고 영상과 회화를 아우는 설치 작업을 통해 비판적으로 재현한다. 한국전쟁의 유산에 관한 《어제 안에 오늘(Still Present Pasts) 2005~2011》전의 공동 기획과 작업을 시작으로 마천루에 집착하는 도시의 욕망에 대한 비판 작업을 했고 현재는 전후 한국영화에 재현된 여성의 욕망과 좌절에 대한 연구와 작업을 하고 있다.
출처: 공간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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