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공간 의식주
2020년 9월 8일 ~ 2020년 9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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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빠른발
문명은 몇 가지 중요한 기술을 통해 발전의 가속도를 높이고 있다. 그에 따라 도시의 발걸음도 점차 빨라진다. 물리적 이동속도를 넘어 단 1초의 기다림으로 수많은 사람들과 대면할 수 있게 되었다. 이제 미디어는 더이상 집단이나 조직의 소유물이 아니라, 수많은 대중과 개별자들의 손으로 옮겨지고 있다. 하지만, 누군가의 기억, 익명의 대화, 필요한 기록들은 긴 시간 봉인될 수 있다는 믿음과 순식간에 사라져 버릴 수 있는 불안을 동시에 지니게 된다. 이 곳은 복제와 복제가 거듭되는 공간, 경계와 경계가 화수분처럼 돋아나는 0과 1의 디지털 공간이 되었다. 이 무한한 공간은 어른들의 욕망을 채워주는 놀이터가 되었다. 발광하는 작은 사각형(휴대폰)은 실로 엄청난 쾌락과 욕망을 만들어낸다.
# 느린 땅
누구나 유년의 시간이 담긴 골목길이 생각보다 좁게 느껴지는 이유를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작가 유해나의 작업은 체감할 수 없이 빠른 속도로 달려가는 시간을 되돌아 보게한다. 주로 등장 하는 모래바닥, 작은 몸을 위한 놀이기구, 텍스트, 인물과 대사들은 일정한 패턴으로 재단되어 있다. 특히, 영화 속 장면으로 보이는 인물의 눈, 코, 입은 아이의 손으로 그린 것 처럼 천진한 표정을 짖고 있다. 나름의 방식으로 만들어진 이 장치들은 누구나 겪었을 유년의 시간으로 이끄는 일종의 통로 역할을 하고 있다. 눈여겨 보아야 할 부분은 바닥의 공간과 그 곳에 놓여진 오브제이다. 대표적으로 놀이터에서 볼 수 있는 기구들과 가지각색의 장남감이 주를 이룬다. 얼핏 보면 풍경처럼 보이지만, 작가가 말하는 일종의 재단과 크롭을 통해 어떤 인물과 대면하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이는 관찰 중심의 풍경회화가 보여주는 방식 이라기 보다는 화면이 하나의 인물이 되어 관객에게 대화를 시도하는 일종의 풍경적 인물, 혹은 인물적 풍경이라 할 수 있겠다.
# 발걸음
유년시절의 땅, 특히 모래가 있는 바닥은 아이들에게 놀이의 대상이 된다. 모든 상상력을 발휘하여 무엇이든 만들고 싶어지게 만드는 것이 바로 모래이다. 동무들과 함께 게임을 하거나, 괴물로 부터 사람들을 구하는 판타지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하지만, 견고하게 만들어진 모래의 성은 얼마 지나지 않아 처참하게 무너진다. 겨울에 만들어진 눈사람도 한계절을 보내지 못하고 사라지는 것 처럼 말이다. 그렇게 하나 둘씩 사라지고 결국에 나 또한 사라질 것이라는 시간의 법칙에 우리는 아주 익숙한 걸음으로 승차하게 된다. 하지만, 작가는 그때의 쉽게 때어내지 못한 장면들을 다시 소환했다. 아마도 우리가 잃어버렸거나 잃어버릴 지도 모르는 지난 시간과 감각에 대해 애도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기 위함이었을 것이다.
점차 빨라지는 발걸음을 가질 수 밖에 없는 우리에게 땅과 맞닿은 천진한 발의 감각은 유년시절의 선물이다. 이번 전시가 오랜 시간 그 자리에 머물러 있을 어제의 땅과 오늘의 발 걸음이 만나는 교차지점이 되길 바란다.
참여작가: 유해나
기획 / 글: 박소호
출처: 예술공간의식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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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영시간
월요일 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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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관: 월요일, 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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