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2024년 10월 2일 ~ 2024년 11월 2일
봄화랑은 윤가림 작가의 개인전 《달콤한 덫》을 개최한다. 봄화랑에서의 첫 개인전인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부서질 듯 단단한 오브제를 재현함으로써 심리 저변에 놓여있는 다양한 충동과 욕망의 모순적 병치를 드러내는 신작 조각 세 점을 선보인다.
《달콤한 덫》은 연한 분홍빛으로 감싸져 있다. 전시장의 가장 넓은 벽이 연한 분홍색으로 칠해져 있고, 마찬가지로 연한 분홍색의 사슬과 하얀색의 사슬이 정교하게 제작된 금속 구조물에 의지해 느슨하게 걸려있다. 그리하여 사랑스럽고 부드러운데, 동시에 성애적이다. <느슨한 사슬>들 때문인 듯하다. 사슬은 그 자체로 속박, 억압, 제한과 같은 금지, 그리고 그 반대편의 (금지된) 쾌락을 떠올리게끔 한다.
한편으로, 금지와 쾌락을 말하기에 <느슨한 사슬>들은 너무 연약해 보인다. 섬세한 수공의 흔적들이 겹겹이 쌓여 있는 사슬이 도자로 만들어 졌기 때문이다. 깨지기 쉬운 혹은 깨질 수밖에 없는 속박, 억압, 제한, 금지인 셈인데, 사슬 본래의 기능을 작동시키기 위해 이것들을 손으로 잡는 순간 느껴질 촉각적 위화감에 대한 상상만으로 이미 불쾌하다. 인지부조화의 모순과 역설이 반복되는 덫에 걸려든 듯하다. 즉 이 덫은 시각적 경험과 촉각적 경험의 불일치가 동시에 발생할 수 있도록 설계된 교묘한 장치로써, 느슨하게 늘어진 연분홍빛 도자 사슬을 통해 억압적이지만 깨질 듯하고 강렬하지만 부드러운 성애적 충동―에로스(Eros)의 양가성을 보여준다. 결과적으로, 《달콤한 덫》은 관객을 끊임없이 도발한다. 각각의 작품이 제시하는 촉각적 긴장은 단순히 시각적인 경험을 넘어서 우리에게 신체적이면서도 심리적인 불안감을 주입한다.
이렇듯 충동과 금지와 욕망의 구조를 드러내는 정교한 장치를 마련한 윤가림이지만, 그는 동시에 작품 안에 자신만의 “섬세한 수공예적 기술로 연마”(작가 노트)한 시간과 감정을 담아내고자 애를 쓰며, 그리하여 관람객들이 자신의 이러한 감정을 “촉각을 포함한 모든 신체적 감각을 동원하여 느끼고 경험하기를” (작가 노트) 기대한다. 달콤하지 않을 수도 있으니 조심할 것.
윤가림(1980년 생)은 서울대학교 미술대학에서 조소와 시각디자인 복수 전공 후 영국 런던의 슬레이드 예술대학에서 유학하였고, 런던과 코펜하겐을 중심으로 본격적인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다. 2009년도에 귀국 후 현재까지 서울에서 거주 및 작업 중이다. 2009년 코펜하겐의 헬린느 뉘보르 컨템포러리에서의 개인전 《윤가림: 촉각적 메시지들》을 시작으로 갤러리 팩토리(2010년), 주한독일문화원(2014년), 스페이스 윌링앤딜링(2016, 2021, 2023년)에서 개인전을 개최하며 꾸준히 작품을 발표해왔다. 《사랑의 기술》(토탈미술관, 2020), 《MMCA-현대차 l 뮤지엄 페스티벌: 마당》(국립현대미술관, 2016), 《무심》(소마미술관, 2015), 《이 도시의 사회학적 상상력》(금천예술공장, 2011) 등과 같은 기획전에 참여했으며, 서울시립미술관, 서울대학교미술관, 주한독일문화원, 한국은행에 작품이 소장되어 있다. 현재, 서울시립 미술아카이브에서 개최 중인 전시 《아카이브 환상》에서 그간의 다양한 작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참여작가: 윤가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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