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위주 류가헌
2015년 10월 6일 ~ 2015년 10월 18일
기억흔적 #202, 90 × 120 cm Archival pigment print,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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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신일호, 호쾌대활
기어오르기조차 힘든 언덕, 사람 사는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곳을 우리는 달동네라고 했습니다. 윤길중은 그곳에서 소년시절을 보냈습니다. 지독한 가난 속에서 그는 '어떻게 살 것인가'를 고민했습니다. '죽어라 공부해서 이곳을 벗어나자. 죽어라 일해서 잘 살아보자.' 당시, 윤길중이 스스로에게 던진 질문과 답이었습니다.
중년이 되어 윤길중은 암이라는 죽음의 공포 앞에 다시 섰습니다. '산다는 것이 무엇인가. 이대로 살아도 되는가. 나는 누구인가 어떻게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인가.' 스스로에게 물으며 방황했습니다. 그 답을 풀기 위해 그는 사진기를 들고, 사람이 다 떠나버린 폐허의 북아현동에 섰습니다. 부끄러워 그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한 과거의 시간이자 꿈이 시작되었던 달동네로 말입니다.
그 곳에서 윤길중은 가난했던 시간과 조우합니다. 버려진 낡은 공간은 그를, 처절하게 가난했던 과거로 회귀하게 합니다. 가만히 앉아 그 시절을 회상하며 그는 셀프포트레이트로, 과거의 시간과 화해를 시작합니다. 그 즈음 북아현동은 과거와 현재가 사투를 하며 공존합니다. 지독하게 어둡고 그지없이 음울합니다.
윤길중은 머물거나 도망가지 않고 사진기를 들고 그 스스로의 과거와 현재의 시간과 사투를 합니다. 그리고 예쁘게 수놓은 복주머니와 여자의 손가방, 책, 크레파스, 놋그릇, 수저, 전기스위치, 썩어 들어가는 벽지의 곰팡이... 등 그를 40년 전으로 데려간 오래된 오브제들 속에서 사람의 체온을 찾아내고야 맙니다. 그 즈음 그의 가슴 속에 남아 있던 무거움, 어두움, 괴로움이 아름다움으로 승화되어 새 생명으로 탄생합니다. 죽음에 맞닥뜨린 지금의 시간을 극복하는 힘을 깨달은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재개발 지역을 찾아가 사진을 찍지만 윤길중에게 그 곳의 의미는 다릅니다. 속을 토해내고 풀어내고 스스로를 온전히 청소하고 치유하며 정화하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스스로와 사투하는 시간이자 공간이기 때문입니다. 나는 그의 작업 <기억흔적>을 통해서, 치열하게 자아를 찾아가는 그의 삶의 드라마를 보는 듯합니다. 그것이 곧 예술의 힘임을 확인합니다.
사진기만 들면 당당해지고, 사진기만 들면 미물조차도 새롭게 보인다는 그에게서 무소의 이미지를 봅니다. 스스로에게 미치도록 빠지고, 그 좋아하는 것을 원도 한도 없이 할 그의 내일을 봅니다. 자신의 인생에 감동하여 '사진하길 잘 했어' 라고 말하며 눈물 흘릴 그를 상상해봅니다. 그에게 '막신일호(莫神一好) 호쾌대활(好快大活)‘ 두 말을 선물하고 싶습니다.
오늘은 달이 휘영청 밝습니다. 그 달을 쳐다보며 오래된 달동네 골목길에 서서 하늘을 바라보는 소년 윤길중과 그의 북아현동 사진이 떠오릅니다.
사진가 최광호
* 막신일호 호쾌대활 : 한 가지 좋아하는 일에 매진하여 성취하면 그 보다 신명나는 일이 어디 있겠는가! 네 꿈을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펼쳐라

기억흔적 #133, 45 × 60 cm Archival pigment print, 2015

기억흔적 #103 90 × 120 cm Archival pigment print 2014

기억흔적 #305, 75 × 100 cm UV print on traditional Korean handmade paper, 2014

기억흔적 #302, 75 × 100 cm UV print on traditional Korean handmade paper, 2014
출처 - 사진위주 류가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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