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드서울
2015년 9월 15일 ~ 2015년 9월 20일
윤재인 개인전 : Kenopsia 케놉시아 관계의 끝에서
기억이라는 지극히 개인적인 주제를 다루면서, 이러한 사적인 기억의 배경에 존재하는 사회적 장치들에 관심을 가진다. 개인의 역사를 문화/사회적 정체성과 결부시키며, 예술계의 담론에 참여하고자 한다.‘여자’라는 성별이 가진 사회적 정체성에 부쩍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이를 특정 재료(각종 직물, 의류부자재, 도구 등)를 이용해 개인의 기억에서 비롯되는 감정선과 엮어 나타내고자 한다. 또 작업에서 중요한 부분으로써, ‘회화’가 가지는 개념적, 상징석인 맥으로부터 시작하고 이를 버리지 않으면서 현 세대를 반영하는 작업을 하고자 한다. 최근 작업중인 ‘블루 샹들리에’ 시리즈는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제한적이고 귀속된 행복에서 오는 불안함을 ‘샹들리에가 매달려있는 모습’에 영감을 받아 시작했으며, 작업 속 주된 색인 청색은 그 불안함을 감추려는 아름다움의 허위와 이 둘 간의 모순을 상징한다.
“매달리다”
‘The Blue Chandelier'(푸른 샹들리에)’ 시리즈는 “지워도 지워지지 않는 흔적. 지나친 풍요로움. 아름다움. 추락하지 않는다. 떨어지는 추억에 매달려있는. 한정된(지정된) 곳. 정형된 미. 격식. 벗어나길 거부하다. 그곳에(만) 있다. 행복인 척. 구속. 귀속된 화려함” 이라는 지난 날 휴지조각에 끄적거린 메모로부터 시작됐다. “샹들리에”라는 천장에 매달려있는 무거운 화려한 오브젝트를 바라보거나 떠올렸을 땐 반짝이는 화려함에 일시적 끌림을 느끼나 결국은 한 가닥 줄에 매달려있는 그의 상태와 처지에 금방이라도 떨어질 것만 같은 불안함을 느낀다. 이 떨어질지도 모른다는 불안함에 맞써 그 아름다운 현재의 모습을 유지하고자 하는 동작인 ‘매달리다’에 집중하여 이를 질량이 느껴지나 그 형태가 일정치 않은 다소 넓은 면적의 실을 매다는 것을 되풀이하며 나타냈다.
“샹들리에”
샹들리에의 특성을 이야기하자면, 언급했던 화려함과 함께 결코 내부를 벗어날 수 없는 위치적/장소적 한계성이 있다. 방 안에서 그 무엇보다 아름답게 빛나더라도 결코 외부로 나가지 못하는 이 한계를 목격할 때면, 안타깝게도 누군가의 ‘부인’, 누군가의 ‘엄마’인 불특정한 한 여자의 모습이 떠오른다. 직업적인, 사회적인 성취가 (통상적)가정에서 져야할 책임과 절대 같은 선상에 있을 수가 없는 보수적 사회에서의 여자의 모습이 연상된다. 언젠가는 일이냐 가정이냐라는 선택의 기로에 던져질 나의 신세이기도 하다.
“블루”
다음으로, 추락하지 않으려 매달려있는 샹들리에를 떠올렸을 때 즉각적으로 연상된 색인 로얄블루, 코발트블루, 클레인블루와 같은 파랑이 주는 적절한 압박감과 심리적 효과가 좋았다. 예부터 ‘고귀한’ 신분, 계급 등의 상징으로 쓰여진 파랑은 ‘정형적’이나 ‘격식’이라는 단어들을 연상시키고, 이는 ‘매달려있는’ 상태에서 오는 불안함을 애써 감춰 아닌 척 하는 ‘허위’와 ‘가장’ 또한 연상시킨다. 버지니아 울프는 그녀의 단편 ‘새 드레스(the New Dress)에서도 거울을 “무자비한 파란 물웅덩이”라 표현하며 애써 아닌 척 하는 초라한 본연의 모습을 직시하는 감정의 모순상태를 묘사하기도 했다. 추락하기싫어 매달려 있으나 그렇기에 한 곳을 결코 떠나가지 못하는 귀속된 화려함 혹은 구속된 행복이 주는 모순을 표현하기에 이보다 더 적절한 색이 있을까. - 작업노트
출처 - 갤러리팔레드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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