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아트스페이스
2015년 10월 20일 ~ 2015년 10월 26일
소요(逍遙) Ⅰ, 45.5x38cm, oil on canvas,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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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림 작가는 근작들을 보면 흐트러진 듯하면서도 정돈되어 있고 반복된 구조 같다가 다시 변형된 형상들과 교차되는 질서와 무질서 사이의 다소 난해한 듯이 보이는 화면을 구축하는데 집중하고 있는듯한 인상을 받게 된다. 작가는 이에 대해 ”우리가 모두 무엇과 무엇 사이의 존재”라고 말하면서 “대립적 두 세계를 오간다”라며 자신의 작업에 대해 언급한 바 있다. 다시 말해 작가 자신의 존재적 위치에 대한 사색이 그의 작업 저변에 담겨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추상적 작업에 대해 거론된 글들을 보면 흔히 보링거의 추상충동이라든가 다다이스트가 사용하였던 자동기술법과 같은 서구의 미술사로부터 그 근거로부터 찾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근거들은 예술적 표현에 있어서 인간 보편의 내적 상황과 관련되어 있기 때문에 틀리지 않은 분석들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작가들의 추상작업은 그러한 서구 방식에 의한 내적 상황에 대한 분석뿐만 아니라 사유방식이나 철학적 측면에서부터 작업의 배후를 살펴보아야 할 필요가 있음을 자주 느끼게 된다.
특히 윤정림 작가에게 있어서 그의 추상적 작업들은 어떤 내적 충동이나 잠재의식의 표출이라기보다는 추상적 조형작업 자체가 세계를 이해하는 도구이고 사유의 흔적이자 작가자신과 세계를 바라보는 거울과 같은 대상이었음을 알 수 있다. 그래서 작가는 그림에서 페인팅 하는 행위를 통하여 돌진하며, 뒤돌아서거나, 뚜벅뚜벅 걸어가는 행동을 하기도 하고 멈춰서거나 공간을 만들어내고 다시 곳을 넘나들며 작가 자신의 위치를 확인해 왔던 것을 볼 수 있다. 작가는 내부에 있는 것들을 드러내 놓기보다는 자신이 남겨 놓은 흔적들을 바둑에서 복기하듯 다시금 읽어가면서 살아 있음에 대한 의미를 확인하는 과정으로서의 작업들을 이어왔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결국 윤정림 작가의 작업은 회화적 방식으로 관객들이 그 공간을 따라 들어가서 함께 걸어보거나 거리를 두고 밖으로 나와 관찰할 수 있도록 사이 공간을 만드는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작가가 만들어낸 회화 공간은 단순히 시각적 실험과 유희의 장소일 뿐만 아니라 결과적으로 작품을 보는 이들에게 있어서는 동시대를 살고 있는 작가와 산책하며 대화할 수 있는 사색의 장이 되고 있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의미에서 작가의 붓질의 움직임을 따라 시선을 움직여 보거나 그 사이 공간들에 머무르며 생각하는 여유를 갖게 된다면 시각적 감각 위에 살아 있는 움직임의 존재들을 발견할 수 있으리라고 본다. / 사이미술연구소 이승훈


출처 - 사이아트스페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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