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위주 류가헌
2016년 2월 23일 ~ 2016년 2월 29일
윤철중. 망산도. Digital pigment printing. 19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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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으로 전하는 가야국 신화의 현장
“갑자기 바다의 서남쪽 모퉁이부터 붉은색 돛을 달고 붉은색 깃발을 휘날리는 배가 북쪽으로 오고 있었다. 유천간 등이 먼저 섬 위에서 횃불을 올리자 배에 있던 사람들이 다투어 땅으로 내려왔다. 그들이 앞 다투어 달려오자 신귀간이 이를 바라보고 궁궐로 달려와서 아뢰었다. 왕은 이 말을 듣고 크게 기뻐하였다.”
별안간 바다 먼 곳에서 붉은 깃발을 나부끼며 당도한 배에는 훗날 가야국 수로왕의 부인이 된 아유타국 공주 허황옥이 타고 있었다. 그녀가 배에 싣고 온 “수놓은 비단과 옷과 옷감, 금과 은, 주옥과 옥 등의 장신구는 이루 기록할 수 없을 정도로 많았다”고 하니, 그 큰 배가 바다를 가르며 섬으로 들어오는 모습은 이천년 전 사람들에게 진귀한 풍경이었을 것이다.
허황후가 수로왕을 찾아 “증조(蒸棗, 신선이 먹는 대추)가 있는 저 바다 끝까지, 반도(蟠桃, 신선이 먹는 복숭아)가 있는 저 하늘 끝까지” 헤매어 당도했던 섬은 바로 망산도였다. 390평 남짓 지금은 아무도 살지 않는 작은 섬에서 오래 전 가야국의 역사가 꽃피기 시작했던 것이다. 하지만 부산 신항만이 건설되면서 망산도는 이제 더 이상 김해의 가야국에 속해 있지 않게 되었으며, 허황후가 건너온 망산도 앞 뱃길도 영영 사라져 버렸다.
한국 신화를 연구하는 국문학자로서 윤철중이 ‘허황옥 도래신화’ 연구 작업을 위해 망산도를 찾아간 것은 1970년 무렵. 그때만 해도 섬은 여전히 김해에 속해있었고, 가덕도까지 푸른 바다가 이어져있었다. 망산도에 서서 허황후가 첫 발을 내딛던 감동적인 순간을 그리던 당시를 아직도 그는 기억한다. 그 기억을 후대에도 물려주고 싶다는 바람이, 그로 하여금 사진을 배우게 했다. 망산도의 지형과 풍경이 바뀌어 가는 40여 년 동안 윤철중은 수 십 번도 더 섬을 답사하고, 그 답사 현장을 사진으로 기록했다.
이번 전시 <망산도>는 바로 그 사진들로 구성되었다. 1986년부터 2015년까지 찍은 사진들을 한 자리에 모은 것이다. 한국 신화의 한 장 ‘가락국기’를 시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귀중한 자료인 이 사진들은 이제는 우리가 망실하고 만 망산도의, 이 천 년 전 이야기가 펼쳐졌던 무대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원로 학자이자 사진가로서 윤철중은, ‘허황옥 도래 신화’뿐만 아니라 우리의 다른 신화들 역시 전시로 엮고, 사진집과 연구서로 남기고자하는 꿈을 안고 있다. 신화의 현장이 변하거나 사라지기 전에 사진과 기록으로 남겨 후대에게 전해주고 싶은 마음이다. 이번 전시 <망산도>가 큰 의미를 갖는 것도 바로 그 행로의 시작점이기 때문이다. 전시는 2월 23일부터 일주일간 열린다.
* 인용문은 『원문과 함께 읽는 삼국유사』 (2012, 한국인문고전연구소)에서 발췌.

윤철중. 석주도. Digital pigment printing. 1987

윤철중. 견마도. Digital pigment printing. 1987

윤철중. 석주도. Digital pigment printing. 2005

윤철중. 망산도. Digital pigment printing. 2015
출처 - 사진위주 류가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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