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운드리 서울
2026년 8월 22일 ~ 2026년 10월 3일
파운드리 서울은 런던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작가 율리아 아이오실존(Yulia Iosilzon)의 개인전 《무중력 (Zero Gravity)》을 개최한다. 작가가 파운드리 서울과 함께하는 두 번째 전시이다. 아이오실존은 고정된 서사의 틀을 거부하며, 실존적 조건에 대한 사유를 바탕으로 물질과 기호가 끊임없이 교차하고 재구성되는 독자적인 변형(metamorphosis)의 세계를 구축한다. 다양한 역사와 문화, 신화에서 비롯한 상징과 원형은 회화, 세라믹, 설치 등 작가의 작업 전반에 걸쳐 변주되어 등장하며 평면을 넘어선 공간적 실천을 모색한다. 《무중력》은 그동안 작가가 탐구해 온 시각적 서사의 연장선에서, 처음 선보이는 패브릭 조각을 통해 매체의 범위를 넓히는 동시에 그 세계를 존재와 생태, 나아가 우주적 차원으로 확장하는 새로운 시도이다.
아이오실존은 이번 전시에서 대지와 바다, 하늘의 경계가 허물어진 거대한 생태적 풍경을 제안한다. 이 세계에서는 인간과 비인간, 자연과 인공의 구분이 점차 모호해지고, 모든 존재는 서로 침투하고 연결되며 상호 작용 한다. 자연은 고정된 형태와 상징을 벗어나 끊임없이 변형되는 상태로 존재한다. 물속에 잠긴 나무 형상은 해초처럼 유연하고 리드미컬한 운동성을 획득하고, 꽃과 해파리를 닮은 유기체는 식물과 해양 생물의 경계를 넘나드는 혼성적 존재로 피어난다. 풍경은 더 이상 배경이나 재현에 머물지 않으며 스스로 움직이고 변화하는 유기적 환경이자 하나의 ‘살아 있는 시스템’(active system)이 되어 우리가 자연을 인식해 온 방식에 새로운 질문을 던진다.
전시장은 아이오실존이 구축한 유동적 세계가 구현되는 하나의 연극적 무대로 기능한다. 두 개 층으로 구성된 공간은 독립적이면서도 긴밀하게 연결된 서사의 장을 이룬다. 지하 1층 전시실에는 섬세한 선과 색채가 스며든 반투명 캔버스와 작은 패브릭 조각이 서로를 비추듯 흩어진 채 공중에 머문다. 이어 지하 2층 전시실에는 점토로 제작된 세라믹 모자이크가 굽이치는 벽면을 따라 안착하며, 보다 묵직하고 응축된 물질성을 드러낸다. 두 층은 서로 다른 감각적 경험과 고유한 질서, 서사적 리듬을 형성하면서도 하나의 세계 안에서 유연히 관계 맺는다. 두 전시실을 관통하는 보이드(void)에는 육지와 바다의 경계를 넘나드는 유기적 형상의 거대한 패브릭 조각이 부유하며, 구조적이면서도 개념적인 전이의 축으로서 머무름(suspension)과 이동(transition)이 교차하는 장소가 된다. 이곳에서 관객은 단순한 관람자에 머무르지 않는다. 다양한 혼성적 존재들 사이를 거니는 관객의 신체는 작가가 구축한 생태계를 활성화하는 감각적 매개이자 살아 움직이는 풍경의 일부가 된다.
‘변형’의 서사는 공간적 구성뿐 아니라 물질적 형식으로도 구현된다. 물질성에 대한 탐구는 작업 전반을 관통하는 핵심이며, 이번 전시에서 아이오실존은 투과성(permeability)과 축적(sedimentation)이라는 두 축을 중심으로 이를 전개한다. 작가의 작업에서 여러 매체를 가로지르며 다른 형태와 성질로 반복해 등장하는 반투명한 직물은 빛과 공기를 투과시키며 안과 밖, 표면과 심연 사이의 경계를 흐린다. 이는 피부, 대기, 경계를 은유하는 동시에 서로 다른 세계를 연결하는 통로로 기능한다. 한편 퇴적물을 연상케 하는 유화 물감, 그리고 세라믹 작업에 입힌 광물 유약은 이미지를 보다 밀도 높은 물질로 전환한다. 이 재료들은 지질학적 시간과 퇴적, 침식의 과정을 환기하며 변형의 과정을 응축된 형태로 드러낸다. 공중에 부유하는 반투명한 이미지와 축적된 물질성은 서로 대비되면서도 밀접히 공존하며 이번 전시의 감각적 리듬을 형성한다.
《무중력》은 물질과 감각, 존재와 생태계, 미시 세계와 우주적 풍경이 서로 얽힌 거대한 그물망을 제시한다. 다채로운 스케일과 시간성, 그리고 상호 연결성으로 이루어진 이 열린 시스템은 비선형적 구조를 취하며, 고정된 해석이나 결말을 제시하기보다 끊임없이 변형되고 해체되는 경험의 흐름 속에서 작동한다. 이곳에서 관객은 움직이고 감각하며, 인식하고 사유하는 과정을 통해 자신 역시 거대한 관계망을 이루는 하나의 존재임을 경험하게 된다.
참여작가: 율리아 아이오실존 Yulia Iosilzon
출처: 파운드리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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