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토리2
2016년 3월 24일 ~ 2016년 4월 24일
이경수 개인전 조판연습 : 길 잃은 새들 letter practice: stray birds

지난해 상영했던 영화 중 말쑥하게 정장을 차려입은 특수요원의 대사가 유행한 적이 있다. “매너가 사람을 만든다. (Manners Maketh Man)” 비슷한 의미로 “내가 먹는 것이 곧 나다.(I am what I eat)”라는 속담도 있다. 매일 내가 무엇을 먹고, 생각하고, 누구를 만나고, 어떤 이야기를 해왔는지, 한 사람이 꽤 오랜 시간 동안 ‘몸’과 ‘머리’로 축적해 온 ‘행위’와 ‘생각’이 그 사람 자체가 아닐까?
갤러리팩토리는 이러한 질문에서 시작해 지난해 전시, 워크숍, 강연으로 이루어진 《프랙티스Practice》 (2015.8.7~9.11)를 진행한 바 있다. 전시에서는 두 명의 디자이너가 하나의 그룹(김종범, 이혜연의 노네임노샵)으로 10여 년의 시간을 함께 하면서 서로가 각기 다른 방향의 실천들을 어떻게 발전시켜왔는지 그 흔적을 드러내고자 했다. 이와 동시에 세 명의 독립큐레이터(김상규, 김해주, 현시원)를 초대해 그들의 각기 다른 기획 방법론과 글쓰기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고 그 내용을 담은 단행본을 ‘팩토리프레스’를 통해 국영문으로 출간할 예정이다. (2016년 3월)
2016년 갤러리팩토리의 시작을 알리는 전시 프로그램은 지난해 《프랙티스Practice》 전시에서 시작된 주제를 심화하고 확장하여 새로운 전시기획 방법론을 실험하는 연장선에 있다고 볼 수 있겠다. 세 개의 전시로 구성된 이번 《Practice Series 2016: Making is Thinking》 시리즈에는 사진작가 김형식, 타이포그라퍼 이경수, 건축가 김대균이 각기 작업실(Studio), 글자(Letter), 공간(Space)을 어떻게 ‘프랙티스’ 하는지 전시의 형태로 선보인다. 이들은 각기 다른 분야에서 활동했을 뿐 아니라, 그 흔한 출신 지역, 나이, 학교 등 어느 하나의 공통분모로 엮기 어렵다. 그럼에도 이들 3인이 올해 갤러리팩토리의 기획전시 시리즈에 소환된 이유는 일종의 ‘장인 정신(craftsmanship)’이라는 눈으로는 볼 수 없는 공통의 가치를 그들의 작업에서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다른 이들에겐 ‘쓸데없는 디테일(useless detail)’로 간주될 수 있는 작은 (가치절하, 마이너, 중요하지 않다고들 흔히 생각하는) 부분에 오히려 오랜 시간 몸과 머리의 에너지를 쏟으며 그들만의 방법론과 태도를 발전시켜 왔다.
노동과 도시화 연구로 저명한 사회학자 리처드 세넷(Richard Sennett)은 그의 책 『장인 The Craftsman』에서 무언가에 확고하게 몰입하는 특수한 ‘인간의 조건’과 실제 일에 몰입하면서도 일을 수단으로만 보지 않는 인간의 모습을 ‘장인’이라고 설명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전시 시리즈의 부제인 ‘Making is Thinking’은 위의 세넷의 책에서 한 구절을 빌린 것이다. 또한 세 개의 전시는 각각 ‘사진과 스튜디오, 그리고 거짓에 관하여’ (김형식) ‘길 잃은 새들’ (이경수) ‘Space Practice’ (김대균)라는 저마다의 키워드를 가지고 단순히 분야로 구분 짓는 사진, 디자인, 건축을 넘는 작업의 방법론을 제시할 예정이다.
사진, 디자인, 건축에서의 3인의 각 작업은 일견 남들이 알아차리지 못하는 (혹은 부러 알아차리려 하지 않는) 미련한 ‘잉여’의 노력으로 보일 수도 있고, 경제적 가치나 효율성과는 거리가 멀 수도 있다. 그럼에도 각자의 자리에서 조금 ‘더 나은’ 상태를 만들어보려는 그들만의 시간과 노력이 오늘날에 맞는 ‘장인’의 새로운 정의에 가깝지 않을지 조심스럽게 질문해본다.
#2 Letter Practice 조판 연습: 길 잃은 새들
《Practice Series 2016: Making is Thinking》의 두 번째 전시는 그래픽디자이너이자 타이포그라퍼 이경수(스튜디오 ‘워크룸’ 공동대표)의 《조판 연습: 길 잃은 새들 letter practice: stray birds》이다. 본 전시에는 그가 2006년부터 2015년까지 의뢰 받은 작업들 14점이 소개된다. 주요 작업들은 의뢰 받은 작업의 일부 및 확대지면을 통해 각각의 작업을 소개하며, 이를 비롯해 각 작업에 대한 당시 이경수 타이포그라퍼와 클라이언트가 조율의 과정을 어떻게 거치고 결과물이 나오게 되었는지에 대한 클라이언트의 소회의 글이 의뢰 당시의 작업과 같은 디자인으로 재편되어 또다른 작업으로 소개된다. 클라이언트로는 국립미술관 학예사, 아트센터, 아티스트, 음악가, 동료 디자이너 등이 있고, 이들과의 작업은 해외작가 전시도록, 아티스트의 첫 번째 도록, 음반 커버, 로고타입, 패키지디자인, 쿼크익스프레스로 제작한 마지막 책, 그리고 ‘워크룸’ 명함 등 다양하다.
그와의 작업을 회상하는 클라이언트들의 공통된 어조는 ‘집요’, 혹은 ‘허투루 하지 않음’이다. 디자이너에게 당연히 요구되는 이러한 덕목 혹은 자질이 클라이언트의 목소리를 통해 더욱 강조되고 돋보이는 것은 누구나 당연하다고 생각해 그 가치가 바래진 것을 타이포그라퍼 이경수가 묵묵히 실천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번 전시는 우연히도 그의 지난 작업 10년을 아우른다. 마치 중간 회고전과 같은 저 ‘10’이라는 상징적인 숫자는 사실 디자이너 이경수에게는 별 의미가 없을 것이다. 한결 같은 태도로 작업을 해왔고, 앞으로도 그것이 큰 변화는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글 이경희)
"디자인, 그중에서 제가 속해있는 그래픽디자인, 더 구체적으로는 편집디자인에서의 공예란 지극히 소소한 부분일 수밖에 없습니다. 주어진 지면 혹은 화면에서 요소를 배열하고 글줄과 글자 간격 따 위를 조정하는 정도라 할 수 있겠지요. 디지털 환경 이전이라면 그나마 ‘식자’라는 중요한 과정이 있어 ‘공예’라는 의미에 부합할 수 있었지만, 현재는 소프트웨어가 그 역할을 해주고 있어 그 단어 와의 연결은 낯설기만 합니다. 모니터 앞에서의 공예가 가당키나 할까요? 그럼에도 제가 ‘공예가 또는 공예성’에 언급할 수 있는 부분이라면 쇠퇴와 더불어 컨셉에만 의존하는 인쇄물에 최소한의 배려를 담아내는 것에 있을 듯합니다. 그것은 지면을 구성하는 글과 관련이 있는데 좀 더 읽기 좋 은(편한) 조판을 위해 글자들의 간격을 조정하는 과정입니다. 물론 그 과정은 편집디자이너 본래의 역할이겠지만, 여느 편집디자이너들이 행하는 소프트웨어 속 자동 정렬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2,350자나 되는 한글 조판에서는 글꼴(폰트)에 심어진 자동 간격만을 맹신하기엔 다소 오류가 있 거든요. 물론, 글줄과 글자 간격을 1pt 줄이거나 늘린다고 해서 단번에 불편함이 사라졌다고 느끼 는 이들은 극소수에 불과하겠지만, 그 차이를 발견하고 어색함을 지워 나아가는 과정은 타이포그라 퍼가 필수적으로 갖춰야 할 공예성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것은 무관심이 자연스러움으로 치부된 현 시대에서, 의뢰인이나 독자에 반응하기보다는 글자를 다루는 제작자 스스로의 요구로 진행되곤 합 니다." - 이경수
이경수 lee kyeongsoo (b.1976)
단국대학교 시각디자인학과를 졸업하고 안그라픽스에서 그래픽디자이너로 6년 간 근무했다. 2006년 설립한 스튜디오 ‘workroom’에서 공동대표 겸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다.
기획 : 이경희, 갤러리 팩토리 Curated by kyunghee Lee, Gallery FACTORY


출처 - 갤러리팩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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