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담
2018년 5월 16일 ~ 2018년 6월 3일
이광택, 봄이 오다 , Oil on canvas, 65.1x53.0cm,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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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글
옛날, 어느 광고의 말처럼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깊어지는 것이라고 하더니...... 분명 쇠똥도 밟아봐야 개똥을 안 밟는다는 우스갯소리는 만고의 진리 같다. 우물도 차올라야 퍼낼 수 있는 법이라 하지 않던가.
어느새 육십이 낼 모래인 나이.
'쥐가 제 눈앞만 살핀다'고 짧은 안목은 아직 여전하지만, 그래도 젊은 시절의 그 낮도깨비 같던 언행의 민망함은 많이 줄이게 되었다. 지혜까진 아니더라도 날카롭게 각이 진 세상잡사도 한결 둥그렇게 보게 되었다고나 할까. 이제는 하늘에서 비가 내리면 오고 싶어서 오는가 싶고, 그치면 가고 싶어서 가는가 보다 생각하게 되었다. 나이 들어 좋은 건 제 눈먼 탓이나 하지 개천 나무라지는 않게 되었다는 점이다. 혈기방장하고 욱기 괄괄하던 시절 아, 얼마나 나는 파도만 보고 바다를 보았다고 자랑했던가. 아, 얼마나 손바닥을 뒤집어 구름을 만들겠다고 흰소리 쳤던가.
글을 준비하던 중 문득 "이제부턴 더욱 '맛있는 그림'을 그려봐야 되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다. 씹으면 씹을수록 단맛이 나고 사람들이 슬퍼할 때 슬픔을 덜어주고, 기뻐할 때 기쁨을 키워주는 그런 그림을 그리고 싶었다. 이제까지는 줄곧 작품의 의미에 대해서 고민을 많이 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 않던가. 서양화를 전공했으니 서양의 재료로 우리네 전통(문인화, 민화, 도자화등)을 이 시대의 미감에 맞게 또 다른 세계를 그려보자는 뜻은 그대로 유지한 채, 좀 더 생명 하나하나를 더욱 다정하게 보고 삶의 여백도 더욱 흥건히 응시하고 싶었다. 팍팍한 일상의 틈을 비집기에는 아직 우리가 사는 오늘의 현실이 척박하고 예술은 무력하더라도 누군가는 서두르지 않는 보폭으로 끊임없이 '튜닝'을 해주어야 하지 않겠는가. 그래야 세상이 주머니 난로처럼 따뜻하게 돌아가지 않겠는가. 억수장마에도 빨래 말미는 있다 했듯이 잘만 찾으면 가능한 방도가 있을 것이다. 같은 물이라도 소가 마시면 우유가 되고 뱀이 마시면 독이 된다. '마음이 팔자'라고 마음먹기에 달린 것이겠다. 꽃씨를 모으는 여인의 마음처럼 세상의 풍파에 씻겨나가지 않는 해맑은 순수의 미(美)를 수집하고, 묵묵히 사막을 걸어가는 낙타 같이 미더운 화가가 되고 싶다.
햇볕 다냥한 좋은 봄철에 또 한 번의 개인전을 연다. 문 앞에 그물을 치고 참새를 잡을 정도로 바깥출입을 잘 하지 않는 생활이지만 더없이 행복하다. 된장에 풋고추 박히듯 골방에 콕 처박혀 그림만 그리며 한 해를 보낼 것이다.
부디 바라건대 이젠 파도만 보지 말고 조류의 흐름도 좀 봤으면 좋겠다.
그래서 바다 속에 깊이 감추어진 알맹이, 본질을 보고 싶다.
이젠 그럴 나이도 되지 않았는가!
출처 : 갤러리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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