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위주 류가헌
2016년 5월 24일 ~ 2016년 5월 29일
비어있음과 비어있음의 사이, 공간(空間)
그 선 위에 두 그루 나무가 없었다면, 그것이 눈 쌓인 언덕의 능선임을 알아챌 수 없었을 것이다. 먹물을 듬뿍 묻힌 붓을 힘주어 찍은 듯한 검은 건물이 없었다면, 들판의 너비를, 하늘과 땅의 경계를 눈치 챌 수 없었을 것이다.
현실의 눈 쌓인 자연 풍경을 스트레이트로 찍은 사진이지만, 하얗게 텅 빈 공간에 지극히 제한 적인 한 두 개 사물을 배치함으로써 거리와 깊이, 그리고 고요함이나 쓸쓸함과 같은 정서까지가 사진 속에 담겼다. 사진가 이기관의 <정지된 영원> 시리즈다.
“살아간다는, 것은 너와 나의 공간을 그대로 놓아두는 것”이라 말하는 작가는, ‘비어있음(空)’이 본질이기에 무언가 채우거나 구체화할 수 없는 그 비어있음과 비어있음의 사이, 즉 ‘공간(空間)’을 사진으로 표현하고자 했다. 현실의 공간 위에 건물을 축조해 온 건축가이면서 사진을 하는 그이기에, 이러한 시도와 작업이 자연스럽다.
이기관이 사진으로 표현코자 한 공간은 다른 말로 ‘앵프라맹스(inframince _ 아주 얇고 아주 작다는 뜻으로, 완벽한 실체가 없는 것, 눈에 보이지 않는 영역과 그 가장자리)’이기도 하다. 즉 인간으로서는 깰 수도, 찢을 수도, 넘어설 수도 없는 어떤 막이나 벽과 같은 것이다.
작가는 타인과의 사이 혹은 사물과의 사이에 언제나 존재하는 그 앵프라맹스를 인정하고 관조하는 것이, 본디 아무 것도 없는 사이를 소통하려고 애쓰는 ‘헛된 희망’을 대신하는 ‘참된 절망’이라고 생각한다. 사진 속의 비어있음과 비어있음의 사이에는, 그러한 작가의 사유까지가 반영되어 있다.
“할일 없이 깜빡이는 구멍 난 두 눈을 닫을 때
비로소 보이는, 비로소 들리는 풍경이 있다.
대개의 生生한 삶은
낮고 느리고, 어둡고 쓸쓸한 그곳에 있다.
쥐며느리처럼 웅크린 섬들
내 사진은 지금 그곳을 통과 중이다“
ㅁ
이기관 사진전 <정지된 영원>은 5월 24일부터 갤러리 류가헌에서 열린다.




출처 - 사진위주 류가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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