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나인
2018년 12월 8일 ~ 2018년 12월 20일
나는 강한 집단적 이념이 머물렀던 공간에서 그 구성원들이 떠난 자리에 무엇이 남아있는지가 궁금했다. 2015년 말 부평에 위치한 폐교회를 찾아갔다. 사람들이 사용했을 정문은 경고문과 함께 철 펜스로 둘러싸여 있었다. 들어갈 수 있는 길은 쓰레기 더미들이 쌓여 이층 비상문까지 연결되어 있는 길 뿐이었다. 손으로 앞을 짚어가며 쓰레기 더미를 올라갔다. 빛은 구름에 가리어져 푸른 빛을 띄었고 내부엔 비린 비 내음과 그을린 벽면, 미처 정리되지 못한 지난 흔적들이 공존했다. 그 풍경은 어린 시절 기억과 중첩되어 다가왔다. 유년 시절 부모를 따라 새벽 예배를 갔던 교회 밖으로 나와 느꼈던 빛과 온도를 떠오르게 했다. 여름날 새벽 그 끈적임과 서늘함의 공존이 아직도 피부에 생생하게 남아있다. 적은 양의 푸른 빛이 비추는 내부 공간에서는 빛을 기다리는 것인지 빛이 사라져가는 것인지 모를 형상들이 느껴졌다. 그 형상들은 오래되어 먼지가 쌓인 유기된 존재로 나에게 다가왔다. 이 형상들은 곧 부서질 것만 같은 방치된 조각상 혹은 돌덩어리로 보이기도 했다. 이는 실재처럼 보이지만 오류들로 이루어진, 뭉쳐 단단해 보이지만 각각이 단면적이며 훼손된 채로 힙겹게 붙어있는 존재들로 느껴졌다. 그것들은 이미 실패한 영역에 머무르며 미처 안녕을 고하지 못하고 유랑하는 듯한 인상을 주었다. 형상은 말라 비틀어 부스러지는 잎처럼 힘 없이 내뱉어져 눈에서 존재하다 이내 곧 사라졌다.나는 매주 교회에 참석한다. 사람들이 여전히 활발히 모이는 공간 속 이 집단은 과연 온전하게 존재하는 것일까. 사람들이 꽉 찬 회당 곳곳에서 나는 소리가 나에겐 폐교회서처럼 웅얼 거리며 공허하게 메아리쳐 들린다. 목회자의 입에서 나온 언어들이 앉아 있는 사람들 머리 위로 힘 없이 떨어진다. 폐교회에서 맡았던 비린내가 이곳에서도 난다. _ 작가노트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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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스페이스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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