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지은
2023년 6월 21일 ~ 2023년 7월 11일
그리고, 멀리보다: 반복되는 일상과 시점의 재구성
글/ 김가은
끊임없이 반복되는 하루하루를 우리는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까.
이명주는 세라믹 작업을 통해 연속되는 일상과 그것을 바라보는 제3자의 시선에 대해 사유한 다. 그는 구(球)를 모티프로 하는 형태, 비정형의 정육면체 덩어리, 혹은 일반적인 항아리 형태 등 중심이 되는 조형물 위에 손바닥보다 작은 크기의 인체 형상을 덧붙여 작업한다. 이 작은 인체들은 조형물의 표면을 붙잡고 애써 기어 올라가고 있거나, 그 위에 위태롭게 올라타 있다. 작가는 이것이 시지프스의 형벌에서 보여주는 무한반복의 부질없음, 서글픔, 헛됨 등을 나타내 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는 단순히 허무주의를 표방하기 위한 것만이 아니라, 멀리서 거리를 두 고 시점을 바꾸어 그 모습을 관조함으로써 삶의 무게를 짊어진 인체의 움직임이 “작고 사랑스 러운 몸짓”으로도 느껴지기를 기대하는 작가의 태도에서 비롯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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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시 《그리고, 멀리보다》의 중심에 있는 신작 <Black 33>(2023)에 대해 작가는 한성백제 기 유물이 출토되고 있는 풍납동이라는 지역의 특성에서 영감을 받아 유물에서 보이는 시간의 압축을 검은색으로 표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광택이 최소화된 은은한 검은색의 도자 서른세 점의 집합체인 이 작품은 잔잔하면서도 강렬한 아우라를 발산한다. 이 작품에도 앞서 소개한 작은 인체들을 발견할 수 있는데, 이는 물레 앞에 앉아 반복적인 창작행위를 수행하는 작가의 일상을 권태롭지 않은 것으로 인식하게 하도록 하며, 그것이 작품을 관람하는 관찰자에게까지 전이되어 작품에 내재된 다양한 층위를 감지하게 한다. 이번 전시를 통해 이러한 작가의 작업 과 지역의 특성을 교차시키면서 땅 밑에 오랜 역사를 품고 있는 복잡다단한 풍납동의 지금의 일상을 조망하고 그것이 가진 “작고 사랑스러운 몸짓”을 발견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참여작가: 이명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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