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위주 류가헌
2015년 10월 27일 ~ 2015년 11월 1일
이민희, The attractive flowers in the wind, 30 x 30 cm, Pigment Print, 2015
사진가의 내면에 감광된 자연의 빛
36.5도. 온도를 눈으로 볼 수 있을까. 서로 다른 지각체계 안에 있음에도, 사진가 이민희는 온도를 ‘바라본다’고 말한다. 그것도 그냥 온도가 아니라 36.5도. 사람의 체온이다.
“오랫동안 냉병을 앓으면서, 36.5도란 생명뿐만 아니라 의식과도 직결된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날이 차면 몸에 경직이 오고,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의 온기도 달라졌어요. 이런 저의 몸의 이야기를 사진에 담고 싶었습니다.”
몸을 지평으로 삼아 활동하는 것이 의식이라고 하니, ‘몸이 차가워지는 날에는 세상도 탁하게 보이고 의사소통도 어려웠다’는 작가의 말을 수긍케 된다. 체온변화에 따라 인지변화가 생기는 것이다.
이민희 작가는 그럴 때면 사진기를 들고 밖으로 나가, 길 위에서 만나게 되는 자연과 사물들을 바라보았다. 하늘을 나는 새, 구름사이로 비쳐드는 햇빛, 바람에 흔들리는 벼이삭, 나뭇잎과 코스모스 꽃들... 평소에는 형태에 이끌리던 시선과 감각이 각각의 사물이 지닌 고유한 빛과 온도, 색감으로 옮아갔다. 그것은 오직 작가 자신의 체온변화와 그에 따른 의식 변화에 의해 열리는 풍경이므로, 자연과 사물이 자신과 보다 깊고 온전하게 연결된 듯 한 소통의 느낌이 드는 것도 그때였다.
손으로 누르는 사진기의 셔터 속도보다 빨리 무의식의 감광속도가 그것들을 포착했다. 사진을 찍은 후에 다시금 그때의 빛과 온도, 색감을 재현했다.
그렇게 자연물의 형태와 윤곽보다는 그것이 반사하는 빛과 색에 비중을 둔 사진들이 하나의 연작으로 이어진 것이 <길, 36.5도를 바라보다>이다. 한 사진가의 내면에 감광된 자연의 빛을 우리가 사진의 형식을 빌러 ‘바라보는’ 것이다.

이민희, Light of sky, 30 x 30cm, Pigment Print, 2015


이민희, Boundaries of heaven and earth, 30 x 30cm, Pigment Print, 2015
출처 - 사진위주 류가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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