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스페이스 라프
2026년 8월 21일 ~ 2026년 9월 12일
나무나 돌 같은 재료를 직접 깎고 다듬는 조각의 전통적인 제작 방식을 작업의 중요한 기반으로 삼아온 이상윤의 조각에는 상당히 흥미로운 두 층위가 공존한다. 하나는 ‘물질을 어떻게 다루는가’라는 매우 조각적인 관심이고, 다른 하나는 ‘시간 속에서 인간은 어떻게 살아가는가’라는 삶에 대한 관심이다. 작가에게 ‘주조’는 오랫동안 매혹되어 온 조각의 방식이면서 동시에 삶을 바라보는 하나의 은유다.
전시 제목 《돌고 돌고 돌고》는 전인권의 노래에서 가져온 것이면서 전시 전체를 관통하는 물리적·철학적 구조를 동시에 지칭한다. 작가에게 시간은 “가버리는 것이 아니라 가는 만큼 또 오는 것, 즉 회전”이다. 그리고 이 ‘회전’은 관념에 머물지 않고 작품의 물성과 제작 과정 전체에 반복된다. 조소 회전대는 둥근 원형이고, 흙을 섞는 나무통은 돌며, 숫돌바퀴도 돌고, 네 개의 체도 회전하면서 흙을 걸러낸다. 흙은 주물의 형태를 만들었다가 부서지고 다시 통으로 돌아가 다음 주물을 만든다. 물은 숫돌바퀴를 따라 올라갔다가 떨어지고, 쇳물은 액체에서 고체가 된다. 이처럼 작가는 주물이 만들어지는 일련의 과정을 전시의 장면으로 끌어들인다. 여기에서 생성과 소멸은 서로 대립하는 끝과 시작이 아니라 하나의 순환 안에서 이어지는 과정이 된다.
그리고 이 순환의 감각은 어느덧 작가 자신의 삶을 향한다. 시간이 흐르며 사람은 늙고, 물질은 닳고 형상은 허물어진다. 그러나 사라진 것은 다른 모습으로 돌아오고, 끝난 것처럼 보이는 자리에서 또 다른 시작이 생겨난다. 《돌고 돌고 돌고》는 작가 이상윤이 오랫동안 매혹되어 온 재료의 물성과 조각의 과정에서 길어 올린 시간, 그리고 삶에 관한 사유를 관객과 나누는 전시다. (전시글 발췌)
참여작가: 이상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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