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예술창작공간 해움
2023년 7월 15일 ~ 2023년 7월 31일
이세준은 세상에 도달하고, 그 세상을 그림에 담아내기를 열망하는 작가다. 그의 그림은 마치 한 사람의 신체기관으로 지각하고 감각하는 모든 것을 왈칵- 쏟아낸 것처럼 화려하고 풍성하다. 이세준의 그림을 보는 사람은 그가 담아낸 세상을 얼만큼 가까이, 많이 알아챌 수 있을까? 이같은 질문으로 전시 《스페이스 아케이드 Space Arcade》를 연다. 이세준은 고양시 예술창작공간 해움에 1기 작가로 머무는 동안 두 개의 개인전을 가졌다. 이번 해움의 세 번째 개인전에서는 스페이스 윌링앤딜링의 전시 《마침내 너와 내가 만나면》에서 전시한 ‘유기적 회화’ 시리즈를 재구성했다.
윈도우갤러리에서는 스페이스 윌링앤딜링에서 선보인 13개의 캔버스 중 꼬리를 잘라낸 두 캔버스를 찾아보는 재미를 기대해본다. 나아가 앞선 전시장을 빼곡히 둘러싸 몸을 회전시켜 가며 보았던 입체적인 설치를 이곳의 길고 평평한 벽면에서는 연속해서 수평으로 보는 차이도 새로운 감각을 불러 일으키리라 짐작한다. <안티 플롯_스페이스 아케이드 Anti plot_Space Arcade> 라는 시리즈 제목을 통해서도 알 수 있듯, 바깥에서 윈도우를 통해 들여다보는 작품은 정형화 되어있지 않고 서사의 흐름도 자연스럽지 않다. 즉, 모든 규칙이 파괴된 반(反)구조(Anti-plot)의 구성을 차용한 극 작품처럼 자유분방해 보인다.
이 세상에는 분명히 존재하지만 추상적으로 나타나는 것들과 눈에 보이지 않더라도 논리적으로 설명되는 것들이 상충한다. 그리고 사실과 허구, 낮과 밤, 삶과 죽음이 동시에 존재하는 순간이 있다. 이세준의 그림은 추상과 구상적 장면을 동시에 담고 서로 다른 시간대를 한 화면에 중첩시키며 이런 세상에 가까워지려 한다. 소재에서 나아가 그리는 방식 또한 복잡다단하다. 가령 마름모꼴의 캔버스들은 과거에 그린 그림 사이 사이에 끼워 넣은 최근의 작업인데, 이세준은 이를 통해 자신의 그림이 과거에 머무르게 두지 않고 현재성을 덧붙여 이음으로써 연속된 생명력을 불어넣고자 한다. 또한, 다음 그림에 사용할 색상을 모은 ‘컬러 차트’ 그 자체를 지금 그리는 그림 속에 그려 넣어 서로 다른 작업을 연결시키는 등(<유리공장>, <간격1>), 다양한 장치를 통해 서로 다른 그림을 개방하고 상호 관련성을 재창조하며 다중으로 횡단 가능하도록 설계한다. 따라서 관람자는 중심은 없으나 순간의 관심으로 항해를 하는 하이퍼텍스트 사용자처럼 이세준이 심어둔 질서를 따라 각 그림 속 세계로 자유롭게 접속하고 빠져나오길 반복한다.*
한편, 실내 ‘전시공간’에서는 독립된 캔버스들을 집중해서 감상할 수 있다. 작가가 감각하는 ‘세계’나 ‘세상’이라는 단어의 거창함과 화려한 색채, 비정형의 캔버스, 다양한 회화적 방법론이 지닌 무게가 작가로서의 이세준이 얼마나 우직하게 그림 앞을 지키는지, 그의 그런 모습이 얼마나 즐거워 보이는지 따위를 압도할까 염려하여 하나씩 감상하게 두었다. 선형적인 바깥 그림을 잊고 점처럼 떼어낸 그림 하나 하나를 천천히 음미하길 바란다. 작가가 마지막을 염두에 두지 않고 그저 캔버스 앞에서 보낸 시간이 쌓여 완성되어 있는 장면들이 보일 것이다. 지극히 주관적인 기억으로 채웠지만, 캔버스 안에 모두 갇히고 나서 새롭게 직관적으로 드러나는 감각을 느껴볼 수도, 현미경을 보면서 그리는 사람처럼 구체적인 무언가를 그리는 듯하지만 멀리서 보면 추상적인 이미지를 감상해볼 수도 있다. 무엇보다 작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만들어내는 ‘세상’이 어떤 속도로, 어떤 무게감과 질감으로 우리 눈에 맺히는지 밀도 있게 교감할 기회가 되길 바란다.
*배식한, 『인터넷, 하이퍼텍스트 그리고 책의 종말』, 책세상, 2021, pp.118-119.
참여작가: 이세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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